[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장발의 에이스’ LG 케이시 켈리(33)가 또 5이닝 이상 던졌다.
2020년 5월16일 키움전부터이니까 2년 2개월여째다.
꾸준하다는 방증이고, 자신이 등판한 모든 경기(73연속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투구를 했다는 뜻이다.
켈리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산발 5안타에 볼넷 1개를 내주고 무실점 역투해 9-0 완승을 이끌어 시즌 12승(1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2.28로 낮춰 단독 4위로 뛰어올랐다.
다승왕 경쟁 부문에서는 라이벌을 2승 차로 제쳤다.
LG 류지현 감독은 “오늘(10일) 등판을 마치면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해 열흘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기에만 16차례 등판해 12승을 챙겼으니, 특별대우해도 문제될 게 없다.
덕분에 LG는 2017년 어린이날 매치(5~7일) 이후 1890일 만에 두산전 스윕 기쁨을 누렸다.
SSG와 키움이 모두 승리를 따내 순위 변동은 없지만,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 속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선두와 4경기 차에 60경기 이상 남겨뒀기 때문에 언제든 대역전극을 노릴 수 있는 위치다.
켈리의 존재감이 빛나는 것도 ‘확실한 1선발’이기 때문이다.
켈리의 투구는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공을 참 쉽게 던진다.
이날도 최고구속은 시속 151㎞까지 측정됐다.
포심과 투심의 구속 차는 없었다.
커브는 최고 시속 134㎞까지, 슬라이더는 142㎞까지 각각 측정됐다.
컷패스트볼처럼 짧고 빠르게 휘는 것과 구속은 느리지만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번갈아가며 던졌다.
6회를 88구로 끝내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그래도 속구를 가장 많이(47개) 뿌렸다.
흥미로운 점은 타자의 심리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높은 코스 보더라인에 빠른 공을 찔러 넣어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같은 높이로 보이는 커브로 파울을 유도해 공 두 개로 2스트라이크를 빼앗아내는 방식이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초구로 찔러 넣었다면, 바깥쪽 투심을 볼로 던지거나, 같은 높이에서 더 떨어지는 커브를 사용해 배트를 끌어내는 점이다.
몸쪽을 찌를 때는 최대한 깊게 뿌려, 타자가 대응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
어느 코스든 보더라인으로 날아든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타자로서는 비슷한 높이로 날아드는 공에 배트를 휘둘러야만 한다.
에이스급 투수에게 2스트라이크를 먼저 내주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제구력이 좋은 켈리로서는 타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면, 손쉽게 2스트라이크를 선점할 수 있다.
0-2, 1-2가 되면 던질 코스와 구종이 많아진다.
수싸움에서 타자에게 공략당할 확률이 떨어진다.
 | LG 김현수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5회초 2사만루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중견수 김대한에 잡힌 후 이현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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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가 야수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경기에 임한다.
이날 LG 타선은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로 두산 마운드를 폭격했다.
‘켈리가 버텨줄테니 마음 편하게 공략하고, 안되면 다음 타석에 재도전하자’는 여유는 타석에서 평정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LG는 올해 두 번째 선발 전원안타를 뽑아냈다.
공수에서 두산을 압도한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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