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정윤진 감독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제 꿈이요? 제자들이 꿈을 이루는 거죠.”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재임 16년째. 품에 안은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만 15개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 협회장기(현 신세계이마트배) 등 전국 5개 대회는 물론 전국체전까지 모두 휩쓸었다.
현역 고교 야구 지도자 중 단연 최고다.
정윤진(51) 덕수고 감독이다.
정 감독은 “뛰어난 제자들을 만난 덕분”이라면서 “좌우명이 ‘~답게’다.
감독은 감독답게, 선수는 선수답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 |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정윤진 감독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 선수에서 지도자로
초등학교 시절 처음 야구공을 잡았다.
내야수로 고등학교 때까지 뛰었다.
선수생활이 길진 않았다.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병역을 이행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야구하면서 어깨를 많이 다쳤었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구나, 선수로서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을 다시 야구계로 부른 것은 정기조 감독이다.
1994년부터 모교인 덕수고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시 마주한 유니폼. 이번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되뇌었다.
사령탑에 오른 것은 2007년이다.
책임감도 컸다.
정 감독은 “100%는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희망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이루게끔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 감독은 2010년 대통령배를 떠올렸다.
2008~2009년에 이어 3연패를 노렸던 상황. 한 끗이 부족했다.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
내 손으로 우승을 시키고자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눈물 흘리는 제자들을 보며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구나 깨달았다”고 밝혔다.
 | |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정윤진 감독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 힘찬 발걸음 뒤 묵직한 고민거리들
찬란한 성적표 뒤엔 숱한 고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시기다.
불안감에 위축되는 아이들이 많다.
지도방식과 관련해서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때로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진솔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인성 및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프로선수가 돼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라면서 “2012년 세계청소년 대회서 오타니(쇼헤이)를 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상대 팀에게까지 깍듯이 인사하더라.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 준다”고 전했다.
워낙 두드러지는 발걸음이다 보니 공격도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혹사 논란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특정 선수를 필요 이상으로 기용한다는 지적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스트레스가 컸다.
마음의 상처도 컸다.
정 감독은 “오죽하면 자료까지 찾아봤다.
우리와 비슷한 성적을 냈던 다른 학교의 에이스 투수들과 비교해 봤더니 전혀 아니더라. 일부로 그 선수를 많이 안 쓰기도 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 |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정윤진 감독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 정 감독을 웃게 만드는 제자들
어려움 속에서도 어느덧 30년째 고교야구와 함께하고 있다.
그만큼 보람찬 순간도 많았을 터. 정 감독은 제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꺼냈다.
공부하는 야구 선수 이정호, 이서준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고교 엘리트 야구선수로는 역대 첫 번째, 두 번째로 서울대학교(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서울대는 체육특기생 전형이 없어 일반 학생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했다.
정 감독은 “정말 열심히 했다.
운동장에서 훈련할 거 다 하면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더라.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데 짠하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합격 소식에 나도 울어버렸다”고 밝혔다.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제자들의 모습은 정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정 감독은 “내 꿈은 거창하지 않다.
지도했던 친구들이 좋은 마인드를 갖고 있기를, 사회에 진출해서 제 몫을 해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류업체 대표이사가 된 제자가 있다.
그 친구가 어디선가 내 얘길 했다.
고교 때 배운 성실함, 시간엄수 등을 밑거름 삼아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더라. 뿌듯했다”고 웃었다.
 | |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정윤진 감독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 뿌리부터 확실하게
야구는 국내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무대이기도 했다.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다.
많은 전문가들이 뿌리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 고교 팀이 95개 정도다.
미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만 해도 몇 백 개라고 하더라. 헝그리 정신을 앞세울 땐 이미 지났다.
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인프라뿐 아니다.
인식과 분위기 등도 바꿔나가야 할 대목이다.
정 감독은 “리틀야구 쪽엔 벌써 선수들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 입장에선 아이들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야구를 시켜도 될까 의구심이 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뿐 아니라 정부, KBO, 나아가 야구 선배들부터 현장 지도자들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보다 하드웨어적이나 멘탈적으로 굉장히 향상됐다.
이들은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정윤진 감독이 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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