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우물 안 개구리다.
진짜 3할 타자는 얼마 없다고 본다.
”
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한국 대표팀 김인식 전 감독은 고척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참패 후 침묵한 타선을 두고 아쉬움을 토했다.
2016년 KBO리그 평균 타율은 0.290. 당해 타율 0.30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40명에 달했다.
타고투저 흐름이 하늘 끝까지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말처럼 WBC에서 대표팀 타선은 KBO리그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 최고 타자들을 불러 모았는데 첫 두 경기에 총합 1득점에 그쳤다.
당시 대표팀은 복병인 이스라엘과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에 각각 1-2, 0-5로 졌다.
1라운드 마지막 상대인 대만에 11-8 연장 10회 승리를 거뒀으나 일찍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2017 WBC가 끝나고 공인구에 대한 물음표가 커졌다.
KBO리그 공인구 반발력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단순히 타율만 높은 게 아니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끊임없이 나왔다.
2015년 1511홈런 2016년 1483홈런, 2017년 1547홈런, 2018년 1756홈런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은 야구장에서 탁구 하듯 대형 타구를 날렸다.
물론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투수가 타자보다 뛰어나면 당연히 투고타저가 된다.
2017 WBC에서 대표팀이 고전한 원인은 KBO리그보다 뛰어난 투수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훈련 시 기본적인 타구 질부터 달랐다.
WBC 공인구와 KBO리그 특정 업체에서 사용한 공의 반발력은 한눈에 봐도 큰 차이를 보였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9시즌을 앞두고 수술하듯 칼을 빼 들었다.
매년 치솟는 타고투저 흐름을 제어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공이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반발계수 기준을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메이저리그(ML), 일본프로야구와 기준점을 비슷하게 뒀다.
의도대로 수술 결과가 나왔다.
2019년 1014홈런으로 2018년보다 홈런이 743개 줄었다.
11명에 달했던 30홈런 타자도 2019년에는 1명뿐이었다.
“빗맞아도 홈런이었다”, “탱탱볼이었다”는 과거 공인구에 대한 몇몇 선수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후 편차는 있지만 2019년 이전처럼 홈런이 터지지는 않는다.
2020년 1363홈런, 2021년 1158홈런, 2022년 1085홈런, 2023년 924홈런으로 투고타저 흐름이 유지됐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타고투저, 혹은 투고타저 흐름을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다.
반발계수를 측정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담당자는 “반발계수만으로 비거리가 늘어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수많은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줄어든 반발계수 기준이 다른 결과를 낳았다.
반발계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KBO는 2019년부터 정기적으로 공인구 반발계수를 발표하고 있다.
2024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KBO가 발표한 반발계수는 0.4208이었다.
합격 기준 최대치인 0.4234와 근접한 수치다.
시범경기부터 유독 타구가 크게 뻗는다는 의심이 반발계수를 통해 확신으로 향한다.
실제로 지난 23일과 24일 개막 2연전 동안 곳곳에서 장타가 터져 나왔다.
2023년 개막 2연전 10경기에서 홈런 13개. 2024년 개막 2연전 9경기에서는 홈런 18개다.
2023년 리그 평균 장타율은 0.374. 올해 개막 2연전 장타율은 0.417이다.
유독 변화가 많은 올해다.
세계 최초로 최상위 리그에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채용했다.
빅리그처럼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고 수비 시프트를 제한시켰다.
시범 적용이지만 야구장 곳곳에 설치된 피치 클락도 돌아간다.
ML 야구 혁명이 KBO리그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다.
여기에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라는 또 다른 대형 변수가 추가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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