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매 순간 결핍과 고독감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한 책

일상의 언어들에서 포착한 마음의 풍경 『보통의 언어들 』.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 김이나,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이나 작가는 세 가지 방향으로 단어들을 수집했다. 관계, 감정, 자존감이 그것이다. 익숙한 단어에서 지난 기억을 소환하고 지금의 순간을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단어 고유의 특성과 의외성을 발견하는 그녀의 시선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 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감정이 언어라는 액자 안에서만 보관되고 전달된다면,
나는 이 액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전 포스트에도 썼다시피 책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서점에서 구매했던 책이다. 큰 기대를 안고 읽은 책의 소감은 대만족! 주제별로 너무 루즈하지 않게, 일목요연하게 쓰인 글은 정말 딱 김이나스러웠다. 읽다 보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치 지금 내가 라디오를 듣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글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냥 지나쳤던 평범한 단어들을 저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지켜보고 생각해서 썼는지 절로 알 수 있었다. 일상에서 때때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불편한 감정들에 대해 어찌어찌 홀로 삭히곤 해왔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남아있는 감정의 잔해들을 툴툴- 털어주며, 그러한 감정들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한 위로를 받는듯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 가끔씩 꺼내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감정에도 시차가 있다.

사람의 감정을 마음의 시계로 표현해낸 것이 와닿았다. 각 나라마다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이 흐르는 속도도 다르다. 상대방과 템포가 다르면 서로 적응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처음엔 괜찮다가도 점점 지쳐가는 게 눈에 보여서 괜히 마음이 찡해진다.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태양은 뜨거운데 니 맘은 얼어있네
누구의 잘못인지 사랑하긴 하는데 baby
모든 게 그대론데 우리는 변해있네
누구의 잘못인지 사랑하긴 하는데 baby
- 리쌍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中

글을 쓰면서 순간 생각난 노래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꽤 오래됐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노래 제목만 봐도 감정의 시차 적응이 두드러져서 그런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괜히 마음이 아프고 그랬다. 정말 얄궂긴 해도 이러한 노래가 명곡이 되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조심스레 동감해본다.

모든 기억이 익어 추억이 되진 못하지만,
모든 추억은 결국 기억의 흔적이다.

기억 (명사)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의 사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컴퓨터]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추억 (명사)
1.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

예전에 우연히 어떤 방송을 보다가 기억에 남은 멘트가 하나 있는데 꽤나 인상 깊었다. ‘추억에서 감정을 빼면 기억이 된대. 나는 너와 평생 추억이고 싶어.’ 이 말을 듣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추억이란 단어는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이 좋았고, 아름다웠고, 행복했던 날들만 생각나게 해준다. 확실히 기억이란 단어보다 추억이란 단어가 좀 더 감정이 담겨있어 그런 게 아닐까?

비록 지나간 일들에 얽매이지 말고 잊으라는 말들이 있지만 좋았던, 나빴든 간에 지나간 일들 또한 소중한 기억과 추억일 테니 마음속에 남겨놓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청개구리 심보다.

꿈은 ‘좋아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취향이 생겨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다.
내 마음이 끌려 탄생한 꿈은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작은 목표들을 만들어준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친구와 한강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라고 말이다. (둘 다 다니던 학교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지켜보는 가족들은 답답했을거다.) 그 당시에는 ‘나도 그래, 우리 어떡하냐. 망했다.’라고 웃으며 장난쳤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겁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지만 혹여나 나중에 싫증이 나서 그것을 싫어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좋아하는 것을 하나 잃어버리는 셈이니 아쉽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진짜 너무 힘들다가도 결과물이 보이면 묘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괜찮은듯하다.

이렇듯 꿈은 언제, 어디서, 어쩌다가 생겨날지 모르는 것이다.본 책에 쓰인 것처럼 반드시 이루지 않아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다. 내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꿈을 가져보도록 해야겠다. 작은 꿈이 하나하나 모여서 큰 꿈이 될지도 모르니까!

40대가 상징하는 그런 나이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하고 말투도 그렇게 변해간다든가, 아저씨네 아줌마네 하면서 그런 상징성이 오히려 자신을 좀먹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누가 더 어리게 생각하든 나이 들게 생각하든 자유로운 거지만 굳이 상징적인 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거 같긴 해요.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향을 통해 내 안에 감정, 기억이 생생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대요. 향기가 기억 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는 거죠.

지금 어떤 향기가 생각나시나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조금 더 담아봤다.

보통의 언어들로 단어의 고유 특성을 느끼며, 글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의 범위를 겪어볼 수 있어서 흡족했다. 또한 그녀가 얼마나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그 모습을 본받고 싶어졌다.

나도 나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길.
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따듯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