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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면서 출간한 후속작입니다. 기아, 전염병, 전쟁을 극복하는데 성공한 인류는 과학혁명과 인본주의의 가치를 내세워 이제는 불멸(영원히 죽지 않음), 행복(생화학 반응 조작으로 행복감 유지), 신성(인간이 기술을 동원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관) 획득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개발, 활용을 장악하여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초인간과 그렇지 못한 평범한 인간들로 호모 사피엔스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발 하라리는 걱정합니다. 인간은 알고리즘과 유전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 같은 초고도의 과학기술이 결합한 '데이터'로 환원되어 소모품처럼 버려질 운명입니다. 인간에겐 자유의지와 자아 의식이 있으니 그런 운명을 쉽게 피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자유의지, 자아 의식도 언제든지 분해될 수 있는 알고리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발전을 거듭하여 불멸, 행복, 신성이라는 궁극의 이상으로 향하는 인간. 그 앞에 놓인 운명을 붉은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라리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호모 데우스>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혹은 SF소설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킵니다.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픽션이지만 전자는 역사학자인 하라리가 역사학, 생물학, 공학, 심리학의 최신지견을 동원하여 저술한 현실의 모습입니다.
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에 비해 조금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자유의지, 알고리즘, 생명공학, 사이보그, 유기체, 비유기체 같은 용어들이 책의 이곳저곳에서 두서없이 나타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하여 우리의 머리에 뚜렷이 각인됩니다.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 지구 온난화, 이민, 난민, 극우테러 등 수많은 현실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먼 미래일지도 모를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며 인간의 장기적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하지만 그렇게 문제를 미루고 미루다 맞게 될 파국을 하라리는 분명하면서도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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