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문학과 지성사)

 "은희경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뉴스가 되지만 그 작품이 '좋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신형철의 말은 언론사 선배 기자들이 수습들을 앉혀놓고 '개가 사람을 무는 게 뉴스냐,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지...'라고

일갈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뉴스의 가치에 대한 척도를 은유하는 이 경구를 대입하자면,은희경이 7년씩이나 침묵하다가 돌아온 게 화제가 될지언정

그 공백의 결실물인 소설은 뉴스거리도 안된다는 것이다.

 대단히 가치전도적인 이 언표는 물론 은희경의 작품이 언제나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우리 문학장엔 은희경이 제후로써 다스리는 고유의 영토가 있다.

신경숙이 표절 사건으로 '삭제'된 이후 문단의 젊은 후배들도 은희경의 신작을 기다려 왔다고한다.

그도 이제 60대에 접어들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문단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경계에 섰다.

 소설의 주요 공간은 1977년 숙명여대 기숙사다.

은희경은 실제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그해 숙대 기숙사에 입사했다.

자전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전국 각지에서 체질과 성향이 다른 청춘들이 한 건물에 뭉뚱거려 갇힌다면 여러 색깔의 열기에 때론 못견뎌하고

때론 합체된 에너지를 발산할 것이란 추측은 합리적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7~80년대 회고담 문학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듯 유별난 '쓸쓸함'은 별도로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사회적으론 군사독재,집안에선 가부장 문화가 군림하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겐 더욱 가혹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빛의 과거>라는 제목은 지금 되돌아본 1970년대 발산했던 빛들이란 의미이고 당연히 '...의 과거'라는 뜻은

현재도 "그것'의 자장안에 있음을 전제한다.

 기억은 자기 중심적으로 편집된다.

40년 후 만나서 또는 SNS등으로 서로 확인하며 그 시절의 기억들이 어떻게 달랐는지 확인한다.

아픈 과정이다.

그때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들이 지금 어떻게 굴절됐는지도 살핀다.

 '젠더나 세대,계급을 떠난 인간의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나는 단 한단어 '쓸쓸함'으로 읽었다.

서명숙의 소설 <영초언니>에서 70년대 후반 고려대 운동권의 신화적인 실제 인물이었던 '영초언니'의

굴절된 삶-생존을 위해 후배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권유했던-을 읽었을 때의 그 "쓸쓸함'과 비슷했다.

 완숙기에 접어든 은희경 문학의 향취가 참으로 고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