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5화-물에 잠긴 마을(1)

빛은 수면 아래 가까운 곳 까지만 닿았다.

햇 빛은 부셔졌고 그 아래는 어둠이었다.

화란이 옆에서 작은 물거품을 보글거렸다.

우리는 민둥산을 딪고 천천히 아래로 발을 딪었다.

녕변에서 나와 화란, 그리도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씨 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민둥산과 마을은 물속에 고요히 잠겨 있었다.

마을은 부서진채로 물고기들의 집이 되어 있었다.

은빛 물고기떼가 도인의 창가를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거리에는 게들이 걸음을 했다.

가만 가만 걸음을 내딪을 때마다 조용한 진흙 바람이 일었다.

이윽고, <사냥꾼의 집>에 다달았고 가게는 온전했다.

문을 열자 어둠과 물고기 떼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랜턴은 곧은 빛으로 가게 안을 비추었다.

커다란 방패가 가게 벽면에 걸렸고 그 아래 장검들이 놓여져 있었다.

가게안으로 살금 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러운 걸음만큼이나 화란의 숨소리 마저

그 어떤 긴장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찾기 시작했다.

장씨 아저씨의 말로는 방패 뒷면에 숨겨 놓았다고 했다.

삼두용이 새겨진 방패를 들어올리자, 드디어 노란 빛이 반짝였다.

삼각형이 거꾸로 포개진 황금 팔찌였다.

장씨 아저씨가 민둥산 기슭에서 찾았다고 한다.

내게 말하기도 전에 물이 들이닥쳐 가게 속에 잠겼다고 했다.

화란과 눈 빛을 교환하고 우리는 힘차게 발길질을 했다.

한 낮이었다.

햇 빛에 눈이 멀고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배 안에는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가 팔찌를 들여다 보고 있었고, 화란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팔지를 손목에 차보았다.

팔찌는 화란의 손목에는 컸다.

“오빠! 오빠가 한 번 차봐”

화란이 팔찌를 내밀어 내 앞에 논다.

약간은 헐렁했고, 꽤나 무거웠다. 강철 팔찌 보다 더.

나는 배 앞전으로 나가 주문을 외쳐보았다.

“칼 아르..! 칼 하트..! 가이아의 숨이여 모습을 보여다오..!”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파도가 뱃 전을 때리고, 바다가 갈라지며 용이 꿈틀 꿈틀 솟아나기

시작했다.

뿔이 있었고 온 몸에 비늘이 돋은 날개 없는 용이었다.

용은 내 눈을 들여다 봤고 하늘을 향해 발톱을 움켜쥐었다.

나는 냉큼 용의 비늘을 딪고 용의 앞머리에 앉았다.

뒤에서 화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나도 가!”

나는 웃었고, 앞자리를 내어주었다.

화란은 용의 뿔을 꼭 쥐었고, 화란의 뒤를 내가 받혀주었다.

드디어, 용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늘로 몸이 휙 빨려들어갔다.

뒷통수를 땅이 잡아당겼고 그 힘은 무지막지했다.

화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었고 풀내음이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와 손을 흔드는 도인과 떡두꺼비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점점 그 모습이 작아졌고, 북으로 향하는 수 많은 배들이 보였다.

배들은 남쪽에서 혹은 중국과 일본쪽에서 시베리아와 가까운 땅쪽으로 가고 있었다.

구름에 가까이 가자 바람이 멈추었다.

수직으로 날아오르던 용은 어느덧 수평이 되어 해를 따라 날고 있었다.

서쪽이었다.

정지한 듯 사위가 고요하였다.

구름은 하얗고 하늘은 푸르렀다.

소리는 없어 꿈인 듯 비 현실적 풍경이었다.

화란의 긴 머리가 꿈결처럼 흐르고 발 밑의 풍경에 취했다.

화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빠..정말 꿈에도 생각 못한 풍경이야!”

하늘을 난다!

용을 타고 날다니..근사하구나..!

사막과 산을 건너자 큰 강이 나왔고 그 강을 건너자 커다란 도시가 나왔다.

불새 한 마리가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불새를 향해 뭐라 외치며 절을 하고 있었다.

불새는 사람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훌쩍 날아올라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 뒤로도 고함치며 몇몇 사람들을 나무 기둥에 묶기 시작했다.

묶인 사람들은 욕을 하며 발버등을 쳤고, 사람들은 나무 기둥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연기가 타올랐고 광경은 끔찍했다.

화란이 울기 시작했다.

“인간은 어리석어..”

“인간은 어리석어..”

‘인간은 어리석어..위대하지..’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한 무리의 인간과 무리들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용들과 싸우고, 불새와 싸우고, 인간과 인간이 싸우고 있었다.

‘종말’과 ‘신’..‘악’과 ‘이단’의 말이 들리고,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하늘아래 끔찍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방향을 틀었다.

그래, ‘시베리아’로 가보자!

거기는..

거기는..

틀리겠지.

화란이 웃음을 되찾고, 희망에 부풀어 바람을 가를때였다.

앞에 환한 빛무리가 보였다.

불새가 앞에서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