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독교는 가톨릭, 개신교 등 모든 종파를 합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거느린 종교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는 종교이며, 또한 기독교를 믿다가 믿음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 종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신교 신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가톨릭은 개신교로부터의 유입으로 늘어나나 비신자들이 기독교를 믿는 수는 적은 편이다.
인터넷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개독교'등의 비하 용어는 물론이고 목사 등 종교인의 범죄나 비행을 비난하는 것에서 배타적 유일신 신앙, 남성 중심적 체계를 비판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기독교인 눈치를 봐서 그 비판이 적지만 분명 무시할 수 없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무신론으로 전향하는 사람이나 불교 등 타 종교를 믿어 보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어려운 현실에서 신을 의지하고 싶고, 현세를 넘어선 영혼의 구원을 추구하는 사람은 여전히 기독교를 믿고 싶을 것이다. 또한 불교와 달리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며 구원자 예수의 사랑의 가르침을 믿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기독교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나 위에서 말한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요소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이런 기독교의 문제점을 해결할 기독교 사상이 나타났다. 신흥 종파도 아니고, 기독교 성립 당시부터 있었던 매우 오래된 전통이다. 그것이 바로 영지주의이다. 이 글을 보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영지주의? 고대에 나왔다 이단이라고 비난받고 몰락한 종교?' 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지주의를 사악한 이단이라 여겨 주류 교회가 핍박하여 몰락하였으나 영지주의 사상은 선하고 의로운 것이며, 인류의 고통을 구원하고자 하는 사랑의 가르침, 물질문명이 아닌 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영지주의적 가르침을 잘 소개한 책이 바로 '이것은 영지주의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영지주의 교회의 사제다. 영지주의 교회는 국내엔 없지만 미국,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교회의 성직자가 쓴 책이니 믿을 만 하다. 영지주의를 이단이라 여기는 주류 교회의 입장을 반박하며, 예수가 전해준 사랑의 가르침을 잘 소개하고 있다.
영지주의가 주류 교회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원죄론이다. 기독교는 일원론을 택하며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신이 인간을 선하게 창조했으나 뱀의 사악한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타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류 기독교의 견해는 문제가 있다. 신이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정의롭다면 왜 인간이 죄를 짓지 못하게 막지 못했는가? 그 이전에 아예 죄를 저지를 수 없는 인간을 왜 창조하지 못했는가? 또한 선악과는 선과 악을 알게 해주는 것인데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구별 못하는 것보다는 선악을 구별하는 것이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할 수 있어 더 좋은 것인데 그것을 왜 죄악이라고 보는가? 그리고 이런 원죄 사상은 이를 믿는 모든 인간을 비참한 죄책감에 빠트린다.
하지만 영지주의 기독교의 견해는 다르다. 영지주의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구약 성서의 하느님 "야훼"를 완벽하게 전지전능하고 정의로운 신이 아니라 불완전한 신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통제하고자 육체에 영혼을 속박하여 에덴 동산에 가두었다. 그러나 뱀이 지혜를 주어 선악과를 먹게 하여 선과 악을 알게 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에 분노한 신은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내쫓는다. 선역과 악역이 완전히 기존 기독교와는 다르다. 오히려 선과 악을 깨닫게 해준 뱀이 선량한 것이다.
영지주의 기독교에서는 구약의 이러한 불완전한 하느님과 예수님은 전혀 다른 분이라고 본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려고 온 사랑의 신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의 구제가 아니라, 신에 대하 지식, 즉 영지를 깨닫게 해주려고 온 것이다. 예수님이 제정한 성례전을 통해 영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예수님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며 선행 또한 강조한다.
영지주의 기독교는 유일한 선한 신만을 강조하는 일원론적 기독교와는 달리 일원론과 이원론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구약의 불완전한 신은 데미우르고스라고 불리나 최고의 신 모나드를 인정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하위 신이 발현되어 나온다. 그 중에는 데미우르고스와 같은 불완전하고 악한 신 뿐 아니라 예수님이나 소피아 여신님 같은 선한 신도 있다. 여기서 소피아는 지혜의 하느님으로 여성 신에 해당하며 예수의 여성 배우자이기도 하다. 남성 신만을 인정하는 가부장제적 기독교와는 달리 신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여 양성평등적 가치관을 지닌 종교이다.
이렇게 기존 기독교의 배타적 유일신 사상과 남성중심적인 사상을 벗어난 좋은 종교였으나 비 영지주의적인 기존 기독교가 권력자와 결탁 국교화되면서 영지주의는 탄압받고 몰락하게 된다. 그러나 명맥을 유지하여 프랑스에서 알비파, 혹은 카타르파(카타리파)라 불리는 영지주의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선한 사람들'이라 불리며 경건한 생활을 하여 타락한 당시 가톨릭과 대비되었으나 교회가 십자군을 보내 학살하여 몰락했다. 그래도 명맥을 이어간 영지주의는 19세기 말 교회를 설립하여 부활하게 되고, 20세기 중반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는 고대에 영지주의자들이 탄압을 피해 숨겼던 문서인데 영지주의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욕먹는 기독교, 많은 사람이 떠나고 있다. 그러나 영지주의라는 대안적 기독교 또한 존재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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