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더니, 대박은 통일이 아니라 이 책이었다.
원래는 제목을 보고 안 사려고 했다. 집에 <현대소설작법>이나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 쓰기> 같은 책도 있고, 그저 소설가라는 직업에 관해 가볍게 떠드는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책을 산 것은 공모전 이야기를 듣고서다. 2페이지짜리 소설쓰기. 김연수 작가가 직접 심사를 한다거나, 작품 제출 시에 <소설가의 일>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적으라는 공모요강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책을 내는 행위를 벗어나 2페이지짜리 초단편소설을 쓰도록 실제적인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여태까지 소설을 쓸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는 것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하는 일이었다.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을 나만큼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묘사해내지 못했고, 그저 피상적으로 개연성을 이어나가기만 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핍진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그의 내면과 백스토리까지 모든 것을 들려주려고 했고, 그 결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스스로 세상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주인공만큼 재미없는 인물은 없다는 작가의 지적이었다. 현대인들은 언제나 불안에 시달리고, 그렇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흔들리는 주인공에 몰입하며, 흔들려야만 사람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주인공이기 때문에 확고한 자아와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흔들려야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니.
근래 창작에 관한 강의도 듣고 책도 읽지만 이 책은 그 중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다. '일단 두려워말고 써 보라'는 말이야 어디서나 해 주는 조언이지만, 그것 말고 여러 가지 조언이 많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도 적절한 유머와 비유를 곁들여 풀어낸 점이 참 좋았다. 읽기 편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누군가 소설을 쓰고 싶어할 때 곧바로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나처럼 김연수 작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더라도, 재미나게 읽고 소설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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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사실성을 따지는 거고
핍진성은 어떤 한 독특한 개인이 일관성을 나타내는지에서 사실성을 따지는 게 아닐까요
김연수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는 어제 수영을 했다\'와 \'나는 어제 자전거를 30km 탔다\'의 두 문장이 있다면 앞의 문장은 개연성은 있지만 핍진성은 없어요. 왜냐면 누구나 어제 수영을 했을 수 있지만 저는 주변에 수영장이 없어서 다니지 않거든요. 하지만 뒤의 문장은 개연성도 있고 핍진성도 있어요. 제가 매일 자전거를 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이해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