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비를 담고 있다.
언제 비를 담는 그릇을 쏟을런지
나는 그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고 있다.
비는 내려와 나의 머리를 적시고 나의 몸을 적신다.
나의 마음을 적시고 내 눈물마저 적신다.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나는 지각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에서 터져나온 눈물이
나의 얼굴을 감쌀 뿐이었다.
그 눈물은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그냥 웃어본다.
이 비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그냥 웃어본다.
나의 미소는 이 비와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싶다.
조금씩 강해지는 빗방울 속에 나는 앞을보고 달려본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으로 달려본다.
얼마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근육들이 일어나 나의 발돋움을 돕는다.
그리고 앞을 나아간다.
긴장에서 풀어진 나의 근육세포 하나하나가 나에게 힘을 더해준다.
더 빠르게 나아간다.
이 비보다 빠르게 달려본다.
나의 눈물이 이 비와 섞이지 않을까 두렵지만
그냥 달려본다.
악을 질러본다.
지친 나는 다리를 멈추고 숨을 헐떡여본다.
나는 살아있다.
내 몸은 이렇게 산소를 필요로 하고있다.
내 다리근육 사이사이에 쌓인 젖산을 소화하려
나의 폐와 심장을 빠르게 두근대고 산소를 달라고 하고있다.
다시 하늘을 본다.
하늘은 담고있던 비를 모두 쏟아낸듯
점점 내려오는 빗방울이 적어진다.
다행이다.
이미 나의 눈물은 멎었다.
하지만
나의 눈물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내년을 향해 다시
하늘은 비를 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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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버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