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5 지리산 등반기(백무동~음정) (부제 : 마음이 심란할때는 벽소령 길을)9

지난 토요일에 혼자서 조용히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맘이 불편한 일이 있을땐 산행이 아주 좋지요. 

게다가 힘까지 들면 더 좋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거친 호흡과 아픈 다리와 허벅지만 남아있으니깐요.

그렇게 갔다오면 머리도 맑아지고, 왠지 건강해진것 같기도 하고요.

코스는 백무동~장터목~세석~벽소령~음정 으로 내려왔습니다. 

백무동 주차비는 경차할인 2천원, 음정에서 백무동주차장까지는 1만원으로 해결.(택시아니고요..)

총 코스는 22.42km로 나오고, 시간은 아침10시부터 18:22분까지 총 8시간 22분 걸렸습니다.

집에서 나갈때부터 코스를 정하지 않고, 막연히 나섰습니다. 

가는중에 오늘은 덥다 하니, 계곡쪽으로 올라가야겠다. 세석~벽소령 코스를 반대방향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에 

일단은 올라가서 내려오면 되겠다 싶어 백무동으로 갑니다.

그런데, 내려가는 백무동은 쉬운데, 오르는 백무동은 마이 힘드네요 헉헉...

그럼, 오늘의 대문사진입니다. 

백무동 버스정류장에서 한컷.

참샘까지 한시간 걸립니다. 물은 콸콸 쏟아지고, 잠시 앉아 땀 식히고 또 오릅니다.

지리산은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참 좋습니다...라고 생각만하고 500미리 생수 3개를 꽉 채워서 다녀서 ,, 무겁기만. 

좀 버리고 살면 좋으련만, 그깟 물한통도 못버리는 ㅠㅠ

이름이 없는 바위인듯, 그렇지만 이정표는 있습니다.

오르는 중 배고파서, 김밥 꺼내먹고, 밥을 먹었으므로 장터목은 재빨리 지나갑니다.

세석으로 향하는 중 아직 꽃이 피어있습니다. 꽃길입니다. ^^, 오르막도 대충 끝났고, 슬슬 가면 되겠지요. 

연하선경. 앉아서 쉬어갈수 밖에 없는 풍경입니다. 저 멀리 제석봉넘어 천왕봉이 보입니다.

천왕봉은 월초에 한번 올라갔었기에, 스킵해도 아쉬움은 없네요

저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이는 촛대봉에서 아늑히 내려앉은 세석 대피소가 보입니다. 

세석평전.

한겨울에 보는 세석대피소와 여름의 풍경이 또 다르군요. 보는것만으로도 쉼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좋은 경치를 보려고 하는데, 한분이 저 곳에 딱 앉아서 비켜주질 않는군요. 밑에도 쉴곳이 있는데 굳이 저곳에서,, 덕분에 사진도 이런 구도밖에 안나오고 ㅠㅠ

잠시나마 앉아 쉼을 허락해준 나무의자입니다. 아름다운 강산~

참샘, 세석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비해, 선비샘은  쫄쫄나옵니다. 선비님이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세석길의 트레이드 마크인 작은돌=세석 & 좁은길. 

여기쯤 오니 반대방향에서 오는 종주 산객들이 많습니다. 

혼자오시는분,  두명이서 오시는 분들, 단체. 

종주의 강한 유혹을 느끼는 길입니다.

드디어 벽소령대피소가 나옵니다. 공사중일때 왔었는데, 다 지어서 영업중입니다. 

산세를 잘 이용해서 꽤 큰데도 불구하고 크지 않아 보이네요. 

5시가 넘어서 다들 벤치에 모여앉아 식사중입니다. 혼자인 저는 조용히 음정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깨끗하쥬?  사람도 없습니다.

음정 하산길의 장점. 편한길로 빠르게 하산할수 있다.

단점으로는 길이 좀 멀다... 좀 6.7km

왼쪽은 벽소령에서 300미터 내려온 길, 오른쪽길은 차량통행도 가능한 임도.

예전에 종주하다가 실패하고, 이길로 와서 그나마 살았죠.. 헬기 요청할뻔한일이 생각나네요.

해질려면 한시간도 더 남았는데, 산길은 어둑어둑 해집니다. 이 긴 길을 혼자서 내려가려니 지루하고,

뛰어갈려니 무릎아플까봐 걱정되고, 가도가도 끝은 안납니다.

그렇지만 끝이 없는게 세상에 있겠습니까?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소설도, 노래도,

아무리 힘든 일도, 좋은일도, 사람도, 

보고싶은 것도, 보기싫은 것도

모두 끝이 있지요.

잘 내려와서, 잘 돌아왔습니다.

아래 산 고도를 보니, 급격히 올라갔다가 완만히 내려오는 길이네요. 후반이 편했던 코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