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포럼 입니다.

부산, 양산, 울산을 경계로 한 산을 도는 종주를 계획했습니다.

그것이 빨간 화살표지만... 불광산에서 대운산에 이르지 못하고 하산하고 말았네요.

장안사 - 시명산 - 불광산 - 대운산

12시경 날씨는 좋았습니다. 미세먼지 끼가 있긴 했지만요. 하산할 때쯤 되니까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 거 같아요.

장안사 가기 전 계곡 방향에 화장실이 있는데 거기 뒷길로 등산로가 있습니다. 앞선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무에 매단 끈이 보인단 말이죠. 그래서 묻지도 않고 고 했습니다. 얼마 안 돼 경사가 4~50도 되는 구간이 연거푸 나오는데 300미터 오르는데 워밍업 치고 쎄게 나가게 됩니다. 중간에 로프 구간도 짧게나마 있습니다. 이름도 없는 이 봉우리 정상에는 나무로 가로막혀 오히려 볼 게 없습니다.

 숨 돌리며 잠시 보면 장안사를 정면으로 내려다 볼 수 있고, 왼편엔 척판암도 있습니다. 둘 다 원효대사와 인연이 있는 절인데 사실 이 두 절을 오늘 들르게 될 줄 몰랐습니다.

트레킹도 아니고 등산도 아닌 이상한 구간이 계속되는데 낙엽이 20센치 이상 쌓인 경사를 오르고 나면 삼각산이 나옵니다. 왜 삼각산인지 모르겠으나 엠보싱처럼 오르락 내리락이 세 번 있어요. 그래서 삼각인지도? 첫 번째는 없고 둘째 봉우리랑 셋째에서 정상 시비를 볼 수 있습니다.

삼각산을 지나는 동안 한 명 말곤 아무도 못 만났습니다. 사실 한 명도 못 만날 줄 알았어요. 어찌저찌 지나는 갔습니다. 길이 참 드럽습니다. 사람이 안 다닐 뿐만 아니라 관리도 안 하는 거 같아요. 이 따위로 방치할 거면 등산코스로 그리지도 말 것이지 버젓이 등산로랍시고 안내도엔 있더란 말입니다.

그나마 여기까진 시명산 가는 길에서 사람 2명을 더 만났어요.

삼각산 지나 시명산 올라가는 고개 갈 때쯤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됐습니다. 오를 때도 로프가 달려 있지만 다 해지고 떨어져서 밧줄 내용물이 보일 정도였어요. 저거 잡고 오르다가 객사하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제 스틱과 다리를 믿었어요.

근데 이게 머선일이고... 낙엽 인해전술에 삐끄덕하는 순간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졌어요. 그래도 낙엽이 워낙 두꺼워서 툴툴 털고 일어났는데 스틱이 뭐가 덜렁덜렁 하네요. 두 달밖에 안 된 농협스틱 내장이 보입디다... 크흑... 당장 이제 어떻게 내려가지... 오늘 종주는 어떡하지...

삼단 스틱을 이단으로 잡고 위에서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올라가는 데는 어떻게든 활용해서 도착했습니다. 까마귀가 우는 게 "니 말라꼬 여 왔노?(너 뭐 하려고 여기까지 왔니?)" 하는 거 같았어요.

시명산 비석 앞에 나 대신 운명한 스틱을 올리고 잠깐 애도를 하였습니다.

불광산 앞에서도 했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고마웠다고... 올해 농협 스틱 두 개를 보냈네요.

불광산 - 장안사 루트는 사람들이 다녀서 낙엽 숨이 죽어 있어서 하산은 다행히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운산까지 또 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낙엽 상태를 모르니.. 

처음 오르면서 봤던 척판암과 장안사를 지나면서 원점회귀하고 말았습니다.

척판암에서 본 불광산입니다...

다음은 장안사 - 척판암 지나 대운산 가야겠다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다들 가을 안산하세요.

 교훈: 낙엽 질 땐 사람 다니는 길로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