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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4(수) 오색 ~ 대청봉 ~ 공룡능선 ~ 비선대 ~ C지구 주차장 공룡능선을 가기 위해 약 2주일전에 산악회에 무박산행을 신청하고 지난 주말에 사전 투표까지 완료하였습니다. 기상청 산악날씨 예보에 6.4 설악산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3일 저녁에 확인하니 전체 날씨가 흐림으로 바뀌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잘하면 공룡능선에서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꽝! 하루 종일 안개 속에서 촉촉하게 비를 맞으며 걷기만 하다 왔습니다.
2:30 한계령 부근에 다다르니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아, 이런 산행 망치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이 생겼지만, 저는 믿음직한 대한민국의 국가 기관에 대한 기대를 가져 봅니다. '기상청에서 하루 종일 흐리다고 예보했으니 잠시 뒤에 그칠거야.' 2:50 오색입구에서 비를 맞으며 산행 준비를 합니다. 비옷을 입으려고 배낭을 뒤져보니 안보입니다. 배낭이 꽉 차는 것 같아 급하게 다른 배낭에 짐을 옮겨 담고 나왔는데 아마 비옷을 빼먹었나 봅니다. 아쉬운대로 바람막이를 걸칩니다. 다행히 비의 양이 많지 않아 그럭 저럭 견딜만합니다.
03:00 정각에 문이 열리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비는 적게 내리지만 안개가 짙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조심스레 살피며 올라갑니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마찬가지 같아서 바람막이를 벗고 반소매티 차림으로 오릅니다. 땀이 차지 않아 좋기는한데 가끔 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몸에 닿으면 차가움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숨이 차지 않게 조심,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정상이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정상 부근에는 아직 철쭉이 남아 있네요. 가까이에 있는 꽃은 이렇게 잘 보이지만, 몇 미터만 떨어지면 안개 때문에 모습이 또렷이 보이지 않습니다. 
05:20 드디어 대청봉에 올랐는데,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대청봉은 처음입니다. 근데 사람만 없는 것이 아닙니다. 경치도 없습니다. 정상석 뒤로 넓게 펼쳐진 동해바다도 없고, 늠름한 공룡능선도 없습니다. 그냥 사방이 뿌연 안개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힘들게 올랐는데 이게 뭐야~~~~~~~~~~~~ 
손이 시려워 중청 대피소로 내려갑니다. 손이 시려우니 집에 쳐박혀 있는 충전재 없는 고어텍스장갑이 보고 싶습니다. 가시거리가 10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손을 좀 녹이고 약 10분간 휴식을 취합니다. 작년에 마등령 하산길에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준비합니다. 소청 내려가는 길인데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희운각 내려가는 길에 만난 꽃. 전에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잊어 버렸네요. 
06:30 희운각에 도착하였습니다. 비옷 말고 빠뜨린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보온죽통 안에 밥과 짝이 되어줄 '그대로 짜장'을 빼먹었습니다. 다행이 빨리 깨달아 편의점에서 급하게 도시락을 사왔습니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생각보다 맛이 없네요. 밥을 먹으면서 하산길을 생각합니다. 지금 천불동으로 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고, 공룡능선으로 가자니 안개때문에 경치를 볼 수 없어 고민입니다. 옆에서 식사하시던 분이 솜다리(에델바이스)보러 공룡으로 가신답니다. '나도 솜다리 보러 갈까? 혹시 중간에 비가 그치면 멋진 운해를 볼 수도 있잖아.'
06:50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으로 출발합니다. 
공룡의 멋진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벌레도 없고 덥지도 않아 걷기에는 괜찮습니다. 길가에 작은 꽃도 감상합니다. 
공룡에서 사진 몇 장 찍으려니 모두 비슷한 모습이라 사진찍기를 포기합니다. 사방이 도화지로 막힌 도화지뷰~ 
결국 안개 속에서 걷기만하다 공룡을 넘었습니다. 09:10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작년에 1박하고 공룡넘을 때와 걸린 시간이 똑같습니다. 2시간 20분
마등령 하산길.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비선대가 가까워지니 비가 그치고 주변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경치가 좋아 금강굴로 올라가며 사직을 찍어봅니다. 공룡에서 이런 모습을 만나면 좋았을 텐데... 
11:05 비선대에 내려왔습니다. 물은 역시나 맑은 옥빛입니다. 
소공원입구에서 C지구 주차장까지 버스를 탈까하나 그냥 걸어갑니다. 왜냐하면, 칼로리를 많이 소비할수록 점심을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지구 내려와서 점심을 먹습니다. 유명하다는 청봉식당 김치찌개 1인분 7천원, 100%수입산 옥수수와 쌀로 만든 강원도 특산품 옥수수막걸리 5천원입니다. 맛은 있는데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걸리는 1리터나 되어 먹다 남겼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합니다. 허니문모텔에 가서 샤워하러 왔다고하고 4천원을 내면 약 1시간 정도 방을 빌려줍니다. 수건, 비누, 샴푸, 치약, 헤어드라이어가 있으니, 칫솔과 샤워타올만 준비해가면 됩니다.
비선대까지 평속 2.0km였는데 평지를 좀 걸었더니 평속이 올랐습니다. 
[ 오늘의 반성 ] - 대청봉과 공룡을 넘었는데 짙은 안개와 비로 주변 경치를 하나도 볼 수 없었다. 기상청을 믿지 말자. - 그나마 좋은 점이라면 날벌레가 없고, 덥지 않았음.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행할 수 있었다. -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미리 준비하고 조심스레 내려오니 무릎이 안아프다. - 비브람창 중등산화를 신었더니 발바닥은 아프지 않았는데, 젖은 바위에서 10여 차례 미끄러졌다. 출발 전에도 접지력과 발바닥의 안녕 때문에 고민했는데 답이 안나온다. 비브람 VS 릿지에지 - 공룡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무효~. 담에 다시 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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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의 사투를 안하신 대신 경치를 내주셨군요..나중에 한번 더 오라는 배려일지도..^^;;
100%수입산 옥수수와 쌀로 만든 강원도 특산품..뭔가 언발란스한...^^
잠깐 보기 좋았는데 그나마 잠시 뒤에 다시 안개로 가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