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맘때 다녀온 운악산 산행기입니다. 오늘 persona님 운악산 산행기 보고 개인 블로그에 남겨놨던
산행기를 한번 다시 복기해봅니다. 또 가고 싶네요. 힘들어도 재밌었던 산이었는데요 ^^
작년에 개성 송악산을 제외한 경기오악을 모두 돌아보자고 마음 먹고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을
연달아 다녀왔더랬습니다. 운악산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감악산은 마음이 심란할 때 다시 찾아보려고 아껴두는
산입니다. 감악산 정상에 가면 성모마리아상이 있는데, 그 옆에 앉아 한참 쉬다 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이 글의 주인공은 운악산이니 운악산 얘기만 해야죠. 운악산은 들머리가 크게 두 곳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persona님이 다녀오신 것처럼 가평 현등사 코스가 있고, 다른 하나는 제가 다녀온 포천 운악산자연휴양림
코스가 있습니다. 제가 가족들과 휴양림을 즐겨다니는데 마침 작년에 포천 운악산자연휴양림을 운좋게 예약해서
겸사겸사 산행까지 다녀왔습니다.
등산코스를 보면 포천에서도 3가지 코스가 있는데 저는 운악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선택
했습니다. 2코스로 올라가 1코스로 내려오는 루트입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ㅠㅠ) 아침 9시에 하산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간 여행이라 오래 시간을 비울 수 없어 선택한 고육지책;; 전날 고기 구워서 와인 신나게 마시고
등산하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육수가 몸에서 마구마구...(왈칵)
운악산자연휴양림 매표소 바로 앞에 2코스 들머리가 있습니다. 자연휴양림 자체는 시설이 별로에요. 벌레도 많고.
그래도 운악산들머리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모든게 상쇄됩니다 ^^;
경기오악답게 초입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에 평소보다 숨이 두 배로
가빠왔습니다.
간신히 운악사까지 왔습니다. 새벽예불이 아직 안끝났는지 목탁을 두드리며 독경을 외는 스님 목소리가 낭랑하게
퍼지고 있었답니다. 산신각 뒷편으로 소꼬리폭포가 있다는데 들러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몸은 천근만근,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으면 토할 거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ㅠㅠ
전체적으로 산이 험합니다. 운악사 지나서부터 계단이 등장하는데 정말 끝도 없이 오르막으로 치고 올라야 합니다.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여기만 넘기면 끝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죽을 고생했습니다 ㅠㅠ
한참을 계단과 씨름하다 면경대 가기 전 계단참에서 내려다 본 광경. 박무가 내려앉은 푸르스름한 산밑 풍경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그래요, 산은 이 맛이죠. 정말 더 이상 못가겠다고 백기들 무렵, 기다렸다는 듯 눈 앞에 펼쳐지는
아득한 풍경. 이거 때문에 산을 끊을 수가 없어요. 아, 다시 봐도 멋지네요.
면경대. 여기쯤 오니 겨우 사점이 떨어졌습니다. 숨 쉴 때마다 수증기처럼 뿜어나오던 시큼한 술냄새도 옅어졌고요.
겨우 계단지옥을 벗어나니 이젠 본격적인 암릉구간입니다. 평소 같으면 좋다고 희희낙락일텐데 이날은 번짓수를
잘못 찾았습니다. 어떡하나, 얼마 안남은 물로 마른 입을 조금씩 적셔가며 ㄷ자형 발판을 붙잡고 올랐습니다.
한참 오르다가 뒤돌아본 면경대 근처 사부자바위. 명품송들이 볼만합니다.
오름길 끝에 솟아있는 바위가 두꺼비바위. ㄷ자형 디딤판이 없었다면 오르는데 꽤나 애먹을 뻔했습니다.
망경대. 저길 지나야 포천쪽 정상인 서봉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가평쪽에 있는 '만경대(萬景臺)'대와는 다른 곳입니다.
망경대를 구비구비 돌아 드디어 정상 직전. 이 철제사다리만 오르면 됩니다. 미끄러워서 겨울엔 조심해야겠습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오면 만나는 망경대 조망터. 전망이 끝내줍니다. 이 벤치에 앉으면 절로 신선이 된 기분일듯.
드디어 서봉 정상. 아이고 대간하다! 여기서 가평쪽 정상인 동봉까지는 약 300미터 거리입니다. 금세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니까 천천히 걸어서 다녀오시면 좋습니다.
동봉에서 이어지는 한북정맥 줄기들. 저는 다시 서봉으로 가 신선대, 무지치폭포 방면(1코스)으로 내려왔습니다.
무지치폭포 방면 하산길에서 만난 애기바위.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3미터가 넘는 어른바위입니다.
애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운악산 병풍바위 뒷편. 포천쪽보다는 가평쪽에서 봐야 제대로라고 하는데 이정도만
되도 소금강 느낌이 물씬 납니다. 가을에 단풍 들면 무지하게 화려하겠어요.
1코스로 하산하는 길에서 만난 궁예 대궐터. 실제로 이 험한 곳까지 와서 와서 대궐을 지었을까요? 대,대단하다;;
거의 다 내려와 운악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무지치폭포. 비 내린 다음 날엔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좀 가물었던 터라 물소리는 안들리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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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에서 포천 운악광장 앞까지 버스가 하루 24회 운행한다고 하니 대중교통으로 오는게 아주 불가능하진 않아요.
암릉코스가 빠져 아쉽긴 하지만 1코스로 올라 서봉~동봉~가평 하판리 주차장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욕심내볼만
합니다. 조망만으로 보자면 포천 2코스로 올라 가평 만경대 코스로 빠지는게 최고겠습니다. 현등사에서 좌석버스 타고
청평역까지만 이동하면 전철로 집까지 올 수 있고요.
아니면 하판리 주차장에서 1330-4번 버스를 타면 청량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역으로 하판리에서 시작해 포천쪽으로
내려와 운악광장에서 동서울까지 가는 버스를 타도 좋겠습니다.
여름엔 땀이 비오듯 쏟아질듯한 코스라 피하고 싶고요 ^^; 올 가을에는 운악산에 단풍보러 꼭 다시 가볼 참입니다.
persona님 덕분에 운악산 복기 잘 했습니다. 요즘 재활중이라 샤방샤방 산행만 했더니 이런 울퉁불퉁 거친 산이 계속
생각나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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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imerci
현등사로 올라가서 운주사로 내려왔는데 저 사진 속 계단과 디딤판을 보니 생각나네요..ㅋ 이리 올라오려면 꽤 힘들거 같더군요..
계단도 꽤나 경사가 있던데.. 눈이 쌓인 계단이 얼어 난간 잡고 미끄러지듯이 내려온 기억이 나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