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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짱입니다. 근 한 달만에 산다운 산에 다녀왔습니다. 트레킹 삼아 쉬엄쉬엄 다니다가 제대로 된 산에 붙으려니 이것도 힘이 듭니다.
도봉산에 가장 최근에 다녀온 것이 작년에 원도봉에서 시작하는 다락능선이 끝이었으니 꽤 됐네요. 예전엔 자주 다녔었는데 지방으로
뺑뺑이 돌다 보니 외려 가까운 곳을 더 안 가게 됩니다.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란 게 참 그렇죠.
이날 산행의 목적은 컨디션 점검에 있습니다. 다음주 1년만에 다시 공룡 들어가려고 목하 계획중입니다. 장거리 뛰어본 지가 제법 됐고
요새 몸상태가 좀 거시기해서 겸사겸사 체크해볼 요량이었습니다. 3주 전쯤 저녁 먹고 집에 오다가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꺾이는 순간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꺾였는데요. 제가 무던한건지, 진짜 별 이상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일어나도 붓기가 전혀 없고
통증도 별다를 게 없어서 그대로 방치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바로 냉찜질하고 다음날 병원에 갔어야 했습니다.
일상생활엔 별다른 불편함이 없는데 발목이 꺾이는 동작을 할 때마다 뻐근한 통증이 좀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부랴부랴 침 맞고 부황 뜨고
해봤는데요. 사후약방문과 같아서 별다른 차도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미 만성으로 진행될 조짐이 보입니다. 손목과 발목은 사용빈도가
높은 부위라 제깍제깍 치료하지 않으면 바로 만성이 됩니다.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대처하다니. 잠시 홰까닥 했나 봅니다;;
다행히 발목 외에 다른 통증은 없습니다. 근 2주 동안 잦은 밤샘작업 때문에 뻑뻑했던 장요근도 별탈 없고요. 작년 겨울부터 저를 괴롭히던
장경인대는 이제 완치라고 해도 될만큼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잊을만 하면 탈이 나던 햄스트링도 무탈합니다. 그나마 헬스장에서
공들여 스트레칭하며 땀 흘린 보람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발목인데 목요일쯤 될 때까지 차도가 없으면 깨끗이 공룡 포기해야지요.
한 달 서둘렀다가 1년 뒤로 처집니다.
이번 도봉산은 등포회원이자 저와 20년지기인 미친맥스님과 오랜만에 함께 했습니다. 요새 스트레스가 많아 허덕허덕 하시길래 공룡 한번
들어갔다 오자니까 기다렸다는듯 미끼를 덥썩 물어주셨습니다. 2014년에 함께 다녀온 뒤로 2년만이네요. 겸사겸사 공룡 들어가기 전에
테스트 삼아 다녀왔습니다.
누가 주말 아니랄까봐 광륜사 지나 다락능선으로 붙는 코스로 사람들이 제법 많이 붙었습니다.
미친맥스님의 위풍딴딴한 뒷태. 크고 아름다운 장딴지만 보면 전국구 산꾼입니다. 하지만 요새는 등포 보다 자포에 더 많이 상주하고 있죠.
은석암 지나면서부터 길이 조금씩 험해집니다. 거칠어지는 숨만큼 희열도 차오릅니다. 트레킹에선 느낄 수 없는 이율배반적 쾌감.
이 험한 코스에 뭔 사람이 이리 많은지 곳곳에서 정체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보문능선으로 가서 포대능선으로 내려올껄 그랬나
살짝 후회했습니다. 그래도 다락능선은 올라갈 때 헉헉대야 제맛이죠.
포대능선 밑에 자리한 망월사. 이날 시정이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20년쯤 지지고 볶다 보면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뭐가 불만인지,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게 또 이론처럼 되질 않아요. 한살 터울이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서로 엠바고해야 할 비밀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누라 빼고는, 아니 어쩌면 마누라 보다 많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예전엔 손목이 안 좋아 이런 로프 구간 싫어했는데 요샌 차라리 다리힘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코스가 좋습니다.
다락능선은 포대정상까지 오르는 잠깐의 깔딱구간이 모두 이런 식으로 로프 잡고 오르는 코스입니다.
그리고 점점 험해지죠. 이 맛에 도봉산의 최고 꿀맛코스는 다락능선이라 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은 들어도 재미있습니다.
자주꿩의다리.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선인봉, 만장봉. 웅장합니다.
예전엔 이 구간도 바윗길 그대로 올라야 했었는데 작년에 왔을 때부터 데크로 재정비를 했더군요.
포대정상에서 길게 숨 한 번 토하고 이제 Y계곡으로 진입합니다. 주말에는 역주행 불가입니다.
Y계곡이 조금 위험하긴 해도 다락능선, 포대능선에서 여길 빼면 또 시체죠. 상박에 힘 빡 주고 힘차게 오릅니다.
척박한 Y계곡 곳곳에 돌양지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자연의 생명력이란 볼 때마다 경이롭죠.
Y계곡 다 넘어와서 맥주와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힘들게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죠.
점심 먹으면서 바라본 Y계곡 방향. 사람들이 끊임없이 넘어옵니다.
적당히 먹고 쉬었다가 넘어온 신선대. 일부러 올라갈 필요는 없으니 패스합니다. 많이 가봤으니까요.
파마도 다시 해야 되고 염색도 해야 됩니다. 요새 들어 점점 빨리 늙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당바위 지나 천축사 방면으로 내려왔습니다. 천축사만 지나면 도봉산 탐방지원센터까지 지척입니다.
웅장하다할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폭포 물줄기를 보니 가슴이 좀 시원해집니다.
산행 마치고 내려와서 여기저기 아이쇼핑도 하고 더러 물건도 사고 하면서 시간보내다가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시큼한 동동주 반 되 깔끔하게 비우고 나니 만사 귀찮아지더군요. 꾸벅꾸벅 졸면서 용케 집까지 왔습니다.
쿠리는 길냥이 출신입니다. 우연히 동네 뒷산에서 발견해 데리고 왔죠. 한 달 동안 주인을 찾다가 결국 나타나지 않아 우리 가족으로 들였습니다.
그래도 비싼 품종묘이고 사람이 키우던 녀석일텐데 기본적인 예방접종 같은 건 했겠거니 안심했건만, 혹시 몰라서 항체검사를 해봤더니 모든 영역에서
항체가 하나도 없더군요. 1살이란 나이를 감안하면 접종을 아예 안 했나 봅니다. 3차까지 접종 맞으려면 이것도 돈이 꽤 듭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엄연히 식구인데 모른 척, 그러다 병에 걸려도 지 팔자인 척 넘어갈 수가 없잖아요.
주사 여러 대 맞고 왔더니 몸이 까라지는지 어두운 구석탱이에 몸을 구겨넣고 안 나오는걸 장난감으로 유인해 끌어냈더니 이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게 또 짠해서 간식 좀 꺼내서 주고야 맙니다. 매번 이놈한테 낚이는 게 일이지만 그릇 바닥이 뚫리도록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지죠. 사소한
미움 따윈 하얗게 산화해버리고 깊은 애정만 사리처럼 남습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다음주도 비소식이 며칠간 이어지네요. 꿉꿉함 잘 이겨내시고 기분좋은 한 주 이어나가시실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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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잘 봤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