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대구 팔공산 수태골 - 비로봉 - 동봉 - 동화사 홀로 다녀오기27

안녕하십니까 대구서 서식중인 등포 왕초보남입니다.

저는 글도 잘 못쓰고 말주변도 고만고만 한지라
걍 대충 일기 같이 주절 주절 혼자 다녀온 팔공산에 대해 앞뒤없이 써볼께요.

욕하기 없기 욕하면 무조건 반사~

오늘은 회사 연가내고 아침부터 팔공산과 가까워 지기로 했습니다.
코스는 수태골 서봉 비로봉 동봉 낙타봉 동화사 요렇게 잡고(초보가 넘 무린가??)
전날 집앞 가게에서 준비해놓은 에너지바, 양갱, 쏘세지, 사탕 등을 배낭에 넣고
 
'나도 산에가서 죽 한번 먹어봐야겠다'

고 생각하고 구입한 옼뚜기 야채죽을 끓여서 넣었습니다.
주섬 주섬 등포에서 그간 눈팅으로 습득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각종 장비들이랄꺼 까진 없는 소소한 용품챙겨서 동화사로 출발했죠

팔공산 호텔가기전 공사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코오롱 등산교실에서 보고 익힌 사전 몸풀기 동작 몇 개 차 뒤에 숨어서 했습니다
엄청 팔리더군요 공사장 인부 몇 분이 '저거 머야?' 라는 듯 힐끗 보시더니 가시더군요
머 그러거나 말거나 패딩벗어 배낭에 쑤셔넣고 전투복(쟌차복)으로 갈아입고 수태골로 걸어 올라갔죠
주차장가기전에 이미 힘들기 시작하더군요

아 저질체력 ㅠ

먼저 화장실가서 몸과 마음을 비운 후 출발!
초반 길은 갓바위보다 훠~~~~얼씬 낫더군요 거의 산보 수준
 
'이정도면 뭐 거뜬하겠군 아주 가끔 쟌차로 다져진 체력이 도움이 되는군'
 
이따위 말도 안되는 생각하면서 실실 쪼개며 올라갔습니다. 한 무리의 산악회 회원님들의 단체 산행 위세에 기가 눌려
암벽 연습장에서 다 비켜준 후(절대 체력이 딸려 비켜준거 아니라고 철썩같이 믿고잇습니다)
물 한모금하고 선글 꺼내 썼죠 내 눈은 소중하니까...

눈이 제법 보입니다. 한참 올라가니까 앞서 간 산악회원들이 모여서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뚫린 귀라 어쩔 수 없이 듣게 됐는데 이유인 즉슨 거의 대부분의 회원들이 아이젠 없이 온겁니다
특히 여성회원분들이... 순간 이해가 안되더군요
나같이 왕초보도 아이젠 챙겨가는데 적어도 산악회원쯤 되면 기본적으로 챙겨야할 게 아이젠 아닌가 싶더군요
리더도 계셨을텐데.... 머 암튼 지켜보니 한짝씩 끼고 올라들 가시더군요.

ㅋㅋㅋ 난 두개

라스에서 산 아이젠 정말 좋더군요 전혀 불편함도 없고 성능 짱이더라구요 일부러 언곳으로만 다녔어요 재밋어서..
근데 산악회 따라 올라가다보니 비로봉이 나오더군요

'어 서봉은?'
'으엥? 서봉 바로 가는길이 어디 있던데....'

사전 정보 충분히 숙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고 모르는 산악회 뒷꽁무니만 따라간겁니다.
쟌차탈때도 길 잘못들면 되돌아가는게 엄청 힘든데 하물며 등산이라니.... 절대 돌아갈 순 없다.
해서 쿨하게 서봉 패쓰.

'뭐 한번 두번 올곳도 아닌데.... 넌 담에 밟아주마'

하고 비로봉으로 바로 ㄱㄱ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곳에 서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더군요
가슴이 탁 트이는 게 이래서 사람들이 등산하는구나 싶데요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맞고 싶어하시는 모 등포 고수님 말씀이 그제서야 이해되더군요 정말 좋았습니다.

인증샷?(마눌이 안믿을꺼 같아서) 몇 장 찍고 다시 동봉으로 출발.
송신탑인지 뭔지 철탑옆에 길이 있던데 혹 이상한데로 빠질까봐
다시 왔던곳으로 내려와서 아까본 동봉가는 길로 가기로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능선길.
바보같이 내려갔다가 다시 동봉으로 다시 올라가는 멍청한 짓을 했더군요.
 
'와나.... 머야 이게' ㅡㅡ;;

동봉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멍청한 짓 한거땜에 혼자 씩씩댔어요
나중에 샴실 동생들 델꼬 와서 이따위 짓을 하면 아오.... 애들이 말은 안해도 엄청 욕할텐데 싶은 생각하니 땀이 삐질.
무튼 동봉에 오르니 묘비같이 생긴게 하나 있더군요

'동봉'

한문은 멋지게 잘 썻던데 제 눈엔 자꾸 묘비같단 생각만 들더군요
다른덴 키보다 더 큰 돌에다가 새겨놨던데 암튼 기대만큼은 아녔습니다.
양지바른 구석에 앉아 쟌차복 벗고 패딩꺼내 입고 밥먹기로 했죠
집 나설때 사온 고봉민김밥 1줄 그것도 차타고 오면서 반은 먹은거 그거랑 옼뚜기 야채죽으로 점심때울 생각이었죠
김밥이 넘 시원해서 이가 시릴정도라 죽하고 같이 먹을 생각에 죽통 열었는데
헐! 대박~ 죽이 아직도 뜨거울 정도였어요

'오 써모스죽통따윈 필요없샤~ 이마트 죽통이 더 조와' 자위하며 김밥 투척.

깁밥죽 죽묻은김밥을 집에서 내가 늘 쓰는 숟가락 비닐봉다리에 넣어간거 꺼내서 떠 먹엇는데
맛이...... 맛이....... 머 이래요? 뜨겁고 차갑고 야채죽은 왜 이렇게 또 맛이 없는지..
다신 옼뚜기 야채죽 안사기로 햇습니다. 죽 추천좀...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래도 맛있기로 하고 다 먹엇어요. 배부르니 기분도 좋아지고 참 좋더군요

'자주 와주마 동봉아'

역시 인증과 자랑을 위해 폰으로 몇컷 찍고 하산 하산길은 진짜 지옥같더군요
숨은 안가쁜데 대신 무릎이 아주 그냥...
원래 무릎에 별로여서 무릎보호대, 깔창, 스틱 3박자를 다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어 아주 죽겠더군요

'아 내공부족, 저질체력, 새다리, 반성해라'

등등 오만생각 다하며 내려오는데 길도 모르겠고
염불암으로 해서 케이블카쪽으로해서 탑골안내소쪽으로 방향잡앗는데 도대체 염불암은 보이지도 않고 길은 왜이렇게 험한지...
한참을 헤매는데 계곡밑으로 차가 지나 가는 겁니다. 그 반대쪽에 절이 하나 잇구요
그렇습니다 전 또 길을 헤맨거지요.
동봉서 뵌 아주머니 두 분이 얘기하시며 그 길을 가시더군요. 난 뭐한건지.....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혼자더라'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며 아주 산꾼인줄 알겠더군요. ㅡㅡ;;
덕분에 코스 엉망되고 어쩔 수 없이 진짜 동화사쪽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정말이지 혼자오길 다행이다 싶더군요
일행이 있었으면 무슨 망신이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

허접한 나홀로 산행이었구요
그래도 나름 재미도 있었구 기분도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론.
앞으로도 계속 다닐 생각입니다.
글도 점차 나아질꺼라 생각하구요 산도 더 잘탈꺼라 생각합니다.

사진 올리고 싶은데 올릴줄 몰라요 사진없는 후기는 정말이지 앙꼬없는 찐빵인데...
죄송합니다. 열심히 배워서 올릴께요.
요즘은 배울게 많아졌어요.
해외구매도 배워야하고 장비 공부도 해야하고...
이 모든게 다 등포 덕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배우고있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