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쯤 전부터 등산이 부쩍 재밌더라구요

집근처에 아차산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아차산-용마산-망우산으로 이어지는 짧은 코스를 자주 다녔죠

처음에는 3시간 넘게 걸리던 산행도 몇번 다니다보니 2시간대로 줄더군요

그러다 너무 같은 길만 다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차산도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새로운 산에 가고싶단 생각이 들어 

물한병과 스트링치즈 3줄 달랑들고 팔당역으로 출발했습니다 

동계 장비는 따로 챙기지 않았구요

여기서 아시겠지만 이 산행을 조금 만만하게 봤었죠...

예봉산을 올라가면서 느꼈습니다

아차산은 산이 아니었구나 하는걸요

왜 고구려사람들이 예봉산이 아니라 아차산에 보루를 만들었는지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해발 300미터대 산과 600미터대 산은 난이도가 완전 다르더군요

경사도 자체부터 아차산과는 많이 달랐고요

등산로는 바위로 돼있고 그나마도 로프를 잡고 올라야 했습니다

그래도 산이 높다보니 경치는 참 좋았어요

미세먼지만 적었어도 더 멋진 풍경을 볼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예봉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사방으로 쭉 뻗은 능선 사이에 혼자 앉아있으니 뭔가 신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봉산의 산새들은 사람들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더라구요

쉬고있는 저에게 날아와 앉는것도 제법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적갑산으로 출발을 해야하는데...

예봉산으로 올라오는 남쪽면은 해가 잘들어서 눈이 많이 녹았지만

적갑산으로 가는 북쪽면은 눈이 하~나도 녹지 않았더라구요

전부터 아이젠을 사야지 사야지 해놓고 미뤘던게 후회가 됐습니다

그래도 혹시나하고 없는것보단 낫겠지 해서 

전에 지하철에서 샀던 싸구려 아이젠을 들고오긴 했는데요

이거라도 안가져왔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이녀석이 제 목숨을 몇번 살려주긴 했지만

싸구려라 그런지 등산을 끝냈을땐 핀이 두어개씩 부러져 있더군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입니다.

시야가 탁 트여서 보기 좋더라구요

적갑산에 도착했습니다

이쯤 오니 슬슬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적갑산에서 운길산으로 가는길입니다

길폭은 좁고 가파른데다 옆으로는 낭떠러지 아니면 가파른 비탈이라 조금 무섭더라구요

고무로 된 아이젠이 자꾸만 밀려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암벽 코스는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아차산 오를때와는 다르게 온몸을 사용하면서 올라가야 해서 

내가 지금 산을 올라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운길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지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요

들고왔던 1L 물병은 이미 다 떨어진지 오래였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힘이 없어서 사진 찍은게 없군요...  

총 소요시간 6시간 반.. 많은 반성을 하게됐던 산행이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제대로 된 아이젠부터 사야겠어요

등산스틱이 없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구요  

물이 부족해서 들고왔던 간식은 먹을수가 없었고요..

겨울 산행을 쉽게 봐선 안되는구나 하는걸 많이 느꼈습니다 

겨울산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걸 배우게 된 운길산 산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