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 산행을 끝내니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집에 가면 되는데... 즉흥 산행인데도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진해로 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진해로 갑니다... (징해...)

버스를 두 번 환승하여 창원역-NC구장을 지나 진해문화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여좌천 벚꽃, 진해시내까지 벚꽃만으로 징하게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가 졌고, 로망스다리에 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최단 코스로 장복산을 오릅니다. 버스 안에서 검색해 보니 장복산 야등은 안민고개에서 덕주봉 구간이던데... 저는 하산길이 문제없다면 오르는 건 어떻게든 장복산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여 최단 코스인 삼밀사 방향으로 치고 올라갑니다.

보조배터리와 폰의 플래시를 믿고 흙으로 된 된비알을 한 시간가량 무식하게 올랐습니다. 시그널도 적당했고, 잠깐 알바도 했지만 어둠의 공포만 견뎌내면 오를 수 있는 적당한 쌀쌀한 날씨가 등산을 가능케 했습니다.

멧돼지가 있는 걸 산 중턱에서 경고하니.. 내가 그 멧돼지다! 외치고 올라갑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장복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주변이 새카맣습니다. 내심 정상에서 사람이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일요일 밤이지요. 있을 리가...

여긴 수도권이 아닌데요.

조금 뒤에서 찍어보면 진해 야경이 더 펼쳐집니다.

진해 벚꽃거리를 정면으로 하여 찍었습니다. 축제로 한창입니다. 저는 창원에서 오른쪽 도로를 버스로 와서 내려서 여기 급경사를 올랐습니다. 

장복산 비석 건너 창원의 야경입니다. 진해가 더 야경은 멋지네요. 바다가 있어서 그렇겠지요. 창원이 덩치는 훨씬 큽니다. 밤이라서 안 보이겠지만 분명히 천주산이 건너편에 있겠지요.  

덕주봉까지는 1.5km라고 했는데 지루할 만큼 길이 깁니다. 다행히 능선이고 흙길 위주, 데크 계단 등이 있어 등산화만 갖추어지면 어렵진 않네요.

진해벚꽃축제로 빛을 쏘아대고, 군악대의 연주, 불꽃 등이 터집니다.

빛이 시계방향으로 등대처럼 돌아갈 땐 교도소에서 탈출한 탈옥범이 되어 산으로 도피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장복산 하늘 위엔 감시 비행기가 떠 있었습니다.

덕주봉에 힘들게 도착하니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합니다. 낮이면 어떻게 이리저리 훑어라도 볼 텐데 어두워서 쉽게 포기합니다.

(근데 왜 여기 오르는 건 포기 못 했을까요..)

능선에 진달래가 많은데 밤이라서 잘 눈에 안 들어옵니다...

마지막 버스가 끊어지면 안 되니까요..

덕주봉에서 본 진해벚꽃축제거리 방향 

덕주봉 능선에서 본 진해항 방향  

덕주봉 능선에서 본 창원 방향입니다.

다시 진해 방향 

다른 건 모르겠고... 무학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안 가봤거든요.

마창진에서 마산의 산만 아직 못 간 셈입니다.

축제 마무린가 봅니다. 폭죽이 간헐적으로 터지다가 1~2분가량 연거푸 터집니다. 

 찍고 나서 드는 생각이... 왜 창원은 영상으로 안 남겼을까..

안민고개로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고도가 있어서 하산고도는 낮아서 수월했습니다.

진해는 일년 중 봄의 2주를 위해 계획된 도시 같습니다. 여기도 벚꽃로드군요. 벚꽃 천지인 데다가 나무 굵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벚꽃을 잘 보라고 위를 향해 조명까지 다 쏘고 있습니다.

만개 안 했는데 이 정도니... 아래쪽은 졌어도 산인 여기는 다음 주까지도 짱짱하겠습니다. 

시각이 밤 10시가 넘었네요.

막차인 11시 20분 차를 다행히 잘 잡아 4월의 첫날에 부산에 50분 만에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이틀간 좀비로 지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