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쌀쌀한 꽃샘 추위 날씨가 최고점인 날, 고흥 군산면의 우두항에서 금당도 울포항으로 향하는 배를 탑니다.

편도로 성인 4100원입니다. 울포항까지 15분 내외입니다.

돌아갈 때는 녹동항으로 나와야 오후 5시까지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섬 종주는 가덕도 이후로 처음입니다. 

산이 여러 개 있지만 비석 5개가 공산품처럼 만들어져 있는 5산을 종주하기로 합니다.

'공산-금당산-삼랑산-오봉산-봉자산'으로 최고봉이 220m인 삼랑산이지만 종주 누적 고도가 1000미터입니다.

길을 전혀 모르지만 구글링 해서 '220220토요무박 금당도5산종주'로 나오는 좋은사람들 카페의 gpx를 활용했습니다.

눈앞에 지척인 금당도가 서서히 가까워집니다.

오른쪽 최고봉은 금당산입니다. 여기를 향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점 환종주를 감행합니다.

섬 산행은... 높지 않더라도 바닥부터 치고 올라가는 급경사와 거친 등로가 쉽지 않네요. 배로 바라보면 그냥 힐링 트레킹 같은데 말이죠.

울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시계가 초미세먼지가 좀 있는 거 같습니다. 근방의 시야는 깨끗한데 먼 곳은 회색 필터가 낀 느낌이었습니다.

15분 정도 지나 울포마을을 등지고 울포항을 바라봅니다. 여름이라면 소나무만 살아남은 뙤약볕의 고행길일 것입니다. 

등산로를 쭉 따라가는 도중 스님바위를 만납니다.  스님 모습 같다고 해서 지었다고 하기도 하고, 스님이 실제로 수행해서 그리 지었다는 얘기도 있네요. 로커스맵에선 수재바위로 나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옵니다. 길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첫 번째 산 공산이 보입니다.

산 위의 데크가 각이 높아 보입니다.

조그만 선착장이 그놈이 그놈 같지만 새롭습니다. 파란 하늘과 짙은 바다가 아무것도 아닌 나무들과 낙엽, 흙마저 돋보이게 해 줍니다.

급경사로 보이는 가운데 튀어나온 산이 두 번째 산인 금당산(별칭 쟁그랑산)입니다.

정상이 보일 때쯤 경사가 30도 나오다가 40도에 가깝습니다. 높이는 높지 않아서 금방 오르지만 짧은 시간 심박이 요동 칩니다. 섬의 산은 죄다 흙이 씻기고 이런 바위만 정상에 남았군요.

 이미 땀이 꽤 나는데 138미터밖에 안 올랐습니다. 오른편에 튀어나온 바위로 얼룩덜룩한 산이 삼랑산(블랙야크 섬&산 100)입니다.

비석 오른편으로 내려갈 길을 보니 오른쪽 끝에 금당산이 보입니다. 배에서 보았던 금당도 동편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지나온 등로가 선명합니다. 공산 정상에 오르니 29분이 지났네요. 가운데 울포항 맞은편 항구는 비견도입니다. 그 뒤 고래 같은 섬은 충도네요.

어느 정도 금당산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지나온 길을 돌이켜 찍어봤습니다. 오른쪽의 뾰족한 산이 공산이었습니다. 45도 가까운 경사 같습니다.

그리고 올라야 할 금당산을 봅니다. 금당산의 우측은 절리 같은 바위 형태가 선명합니다. 여기선 병풍바위라고 부릅니다. 

가는 길은 오산이라고 5개 봉우리만 가는 게 아니라 오르고 내리고가 계속 반복됩니다. 

금당산에 바로 올라도 되지만 병풍바위를 보고 가고 싶어져 풀이 무성해 보이지만 샛길로 들어갑니다. 아직은 거미 시즌이 아니라 과감히 뛰어듭니다.

병풍 바위의 모습이 더 선연합니다.

약 100m의 샛길을 지나 병풍바위 밑으로 가서 위를 보며 찍으면 살벌한 조각 바위들이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량도의 그 돌들이 떠오릅니다. 금당도에는 이런 바위 벼랑에 동글동글한 풀들이 있습니다. 부처손이 말라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짧고 굵은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 맞은편 삼랑산을 바라보며 진행하면 이런 공터도 나옵니다.

등산 1시간 10분이 되어 두 번째 산 금당산(쟁그랑산)에 도착했습니다. 비석으로 가기 전과 후의 뷰가 좋지, 정상 뷰는 별거 없습니다.

비석에서 조금만 벗어나 하산길로 향하려 하면 육지가 보입니다.

오른쪽 끝 바위 위에 소나무가 몇 안 남은 숱을 지키고 있는 바위산은 큰산입니다.

하산길 정면에 바다 건너 구름의 그림자가 깔린 산은 천관산입니다.

 왼편의 큰산으로 가는 길이 선명하지 않아 굳이 안 갑니다. 이미 여길 안 가도 충분히 힘들었어요.

평평한 암릉이 짧게 계속됩니다. 

암릉이 끝날 때쯤 웬 종이 있습니다. 한 번 울려보고 떠납니다. 조선 효종, 명종 때에 금당도로 많은 성씨들이 이주했다고 마을의 유래에 있었습니다.

종을 등지고 지나온 길을 보니 우측의 큰산, 왼편 바다 건너에는 일림산 능선이 나옵니다.

너덜길 앞에 저수지의 빛깔은 바다와 또 다른 비경으로 다가옵니다. 

굳이 오산 종주가 아니라 여기서부터 삼랑산을 안 가고 마을로 하산해도 괜찮은 코스 같습니다. 

왜냐하면 효종길을 내려간 뒤부터 약 2.5km의 지루한 아스팔트 도로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 이후 흑염소 가족을 만났습니다. 아기염소 둘이 어미와 풀을 뜯고 있습니다. 

 2.5km의 아스팔트 도로는 완만한 경사와 함께 이어집니다. 오른편으로 마저 가버리면 가학산이 있고 내려가면 가학리 선착장이 있습니다. 오산에 포함되지 않으니 과감히 버립니다.

2.5km의 지루함은 단순히 길이뿐 아니라 볼 게 전혀 없어서였습니다. 봉우리를 찍으니 이제 금당도의 서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삼랑산이 보입니다.

지루하지 말라고 포토존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삼랑산을 배경으로, 다른 하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합니다.

삼랑산 정상 전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가학리 선착장이 보입니다. 뒤편의 천관산이 효종길 때부터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학리의 옆산의 조그만 섬은 마을을 향해 유영하는 고래나 상어 같습니다.

2시간 10분에 세 번째 산, 삼랑산에 도착합니다.

괜히 얼룩덜룩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를 때도 그랬지만 내려갈 때는 더 바윗길로 험난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뭐, 그래도 사량도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입니다. 

등로가 아닌 사면입니다. 공산이나 금당산에서 보였던 삼랑산의 바위 구간입니다. 미끄러지면 갈려나갈 듯하네요. 사진이라 경사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정면의 가운데 모자처럼 펑퍼짐한 사다리꼴 모양의 산이 두 번째 산 금당산입니다. 오른쪽 능선을 쭉 따라가서 봉우리가 벗겨진 곳이 첫 번째 산 공산이고요.

 남은 두 산을 가는 방향입니다. 등로는 다행히 명확합니다. 진짜 여름에는 오면 바위에 빛 반사로 얼굴도 타고 땀으로 샤워할 거 같습니다.

지나던 도중에 공산을 가운데 정면으로 하여 찍었습니다.

하산하여 울포항을 향해 걸어가야 할 간척 논입니다. 봉자산만 내려가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끝입니다.

벼랑 곳곳에 부처손으로 추정되는 애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뜬금없지만 조망터가 또 나오네요.

2시간 40분이 지나 네 번째 산에 도착했습니다. 왜 오봉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섯 봉우리가 있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졌습니다.

등산 세 시간째에 도착한 마지막 산 봉자산입니다. 여수 돌산 종주의 구간처럼 여길 오르는 게 한숨이 나오는 것은, 바닥까지 내리닫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것 때문일 겁니다. 아스팔트 도로가 너무나도 유혹적입니다.

오봉산에서 봉자산 가는 길이 가장 갈등이 심한 구간일 겁니다. 마을로 하산하는 편안한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질러 올라가야 하거든요.

만약 봉자산을 가더라도 다시 회귀해서 아스팔트 길로 내려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봉자산부터 도로까지는 길이 제일 희미합니다. 더군다나 5월만 돼도 거미줄이 그득할 거 같습니다.

봉자산 정상석 직전에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등로를 따라 오봉산 정상이 있고, 봉자산을 오르기 전의 아스팔트 도로가 편한 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산인 봉자산에 도착했습니다. 끝이에요.

등산 시작한 지 3시간째입니다.

 어찌됐든 스파이더맨이 공석인 길을 내려갑니다. 길은 조심스레 가야 하고, 헷갈리는 구간이 제법 있습니다. 심하게 알바는 안 하겠지만 아리송한 구간입니다. 이런 뷰도 있긴 합니다만, 다른 산악회에서 깔아둔 진행 방향 안내 종이가 없었다면 시간을 다소 지체했을지도 모릅니다. 

 금당팔경 교암청풍이 있는 세포전망대 방향입니다. 조그만 섬이 떨어진 듯 이어져 있는데 목섬입니다.

좀 걸으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혹여 도움될까 하여 올려봅니다. 더우면 무조건 타고 가세요. 가는 동안 볼 건 갯벌의 조그만 게들뿐이었습니다.

힘들어도 날씨만 허락된다면 종주까진 아니어도 공산~금당산 / 삼랑산~봉자산 구간 두 곳 중 하나는 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동백이 얼굴을 활짝 펴지는 않았던 날이었지만 이제는 활짝 반긴 채 맞아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