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백산을 찾았습니다. 2018년 이후 5년만이었구요. 이번이 열다섯번째 소백산 산행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번 소백산을 찾았지만 날씨운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여름엔 태풍을 만나질 않나.. 겨울엔 엄청난 눈보라를 동반한 한파를 수차례 경험하기도 했구요.

그나마 맑은 날엔 똥바람, 미세먼지 폭격 맞은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소백산 조망도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이후에 날씨를 고려해서 찾은 산행에서도 우째된 일인지 날씨불운은

여전했습니다. 맑은 날씨가 예보되었음에도 산정상부에 구름이 걸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여러번 고배를 마시다 지난 2018년 가을, 꽤 괜찮은 날씨를 만나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조망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망도에 매우 희미하게 담겨진 덕유산이 못내 아쉬워

언젠가 덕유산이 제대로 찍혀있는 조망도를 다시 만드리라 생각했고 고로 이 불완전한 조망도는

블로그에 올려지지 못한채 5년동안 하드디스크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2023년 11월 늦가을 어느날, 드디어 소백산에서 그토록 보고팠던 덕유산의 선명한 모습을 담게 되었고..

뒤이어 오랜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받는 듯... 뜻하지 않은 대어(?)를 낚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소백산 산행코스는 삼가리 주차장을 출발, 달밭골을 지나 소백산 정상에 오른 후 어의곡 삼거리 직전

바위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비로봉으로 돌아와  삼가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에누리 없는 원점회귀산행이었습니다.

여력이 되면 제1연화봉, 연화봉을 지나 희방사로 내려왔던, 5년 전 코스와 같은 코스로 다녀오려 했는데

정상에서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에 조망을 즐기느라 2시간 가까이 머물렀고, 희방사로 내려오는 경우

차량 회수에 있어 애로사항이 꽃피기에 그냥 도로 비로사로 내려왔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아쉬움이 없었던 건

정상에서 그토록 바래왔던 소백산 정상에서의 덕유산 조망은 물론 뜻하지 않았던 지리산 천왕봉까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첫 번째, 두 번째 알람을 때려눕히고 세 번째 알람에 겨우 몸을 일으킨 탓에 예정했던 출발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집에서 출발합니다. 전날 예상했던 대로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쾌청 그 자체.

아무 죄 없는 첫 번째 알람을 때려눕힌 제 자신을 자책하며 영주를 지나 소백산을 바라보며 풍기로 향합니다.

급하게 경광봉을 흔드는 경찰관에 깜짝 놀라 커브길에 급정거를 하고 보니... 이런 불상사가.

최근 이런 큰 사고를 여러번 목격했는데.. 아무쪼록 안전운전~

5년 만에 다시 찾은 삼가리 주차장은 깔끔하게 새 단장된 모습이었습니다.

주차장 출입도 무인시스템으로 바뀌었고(주차비 5000냥) 뒤쪽 새로 지어진  화장실도 아주 깨끗했습니다. 

삼가리 야영장 출입구 옆에 비로사 방향으로 전에 없던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달밭골 주민들 민원으로

일반차량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와 어길 시 과태료가 어쩌고저쩌고...  전에 비로사까지 차로 올라가 비로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거나 달밭골까지 택시로 올라가는 편법을 사용하긴 했는데 이젠 그런 편법이 통하지 않게 되었네요.

근래에 새로 포장한 듯,  깨끗한 도로를 따라 비로사로 향합니다.

비로사 입구를 지나 달밭골 마을에 도착..

수도권에 가까운 천동, 어의곡 코스보다 아무래도 등산객의 수가 적은 호젓한 비로사 등로입니다. 

천동이나 어의곡, 그리고 이 비로사 코스의 공통점은 조망처가 전혀 없는 재미없는 등로라는 점.

다만 봄철 야생화 산행을 하신다면 다른 두 코스보다 어의곡 코스 강력추천합니다.

양반바위를 지나고..

잘 정비된 비로사 등로를 따라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정상 도착 30분 전, 비로사~소백산 비로봉 등로에서 잘 모르는 분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유일한 조망처가 있으니 빼먹지 않고 잠시 들렀다 갑니다.

상 직전 데크 쉼터에 이릅니다. 조망에 대한 기대가 큰 산행이었기에 이곳에 이르는 동안 계속해서 나뭇가지

사이로 가시거리를 확인하며 올라왔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얼핏 보이는 원거리의 산이 희미하게 보이기에

벌써 개스가 상공으로 떠올랐나 싶어 실망감이 들긴 했지만..

가파른 데크계단을 올라가는데... 달밭골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은 지점에서 무척 빠른 속도로 저를 추월하여

올라갔던 여성 산객 두 분이 벌써 정상을 찍고 내려오며 하시는 말씀....

'정상 날씨 대박이에요~' 

이 한마디에 실망감을 거둬들이고 다시금 희망을 품으며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10여 년 전 기막힌 상고대 사진을 찍었던 곳에 이르러 덕유산이 있어야 할 도솔봉 방향을 살펴보니....

와~~~  대박.. 앞서 여성산객이 말씀하신 대로.. 가야산은 물론 소백산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덕유산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월악산 영봉 데크계단이 생각나는 기나긴 데크계단을 지나 조광래 추모비를 지나면... 정상은 지척..

저~기가 정상. 삼가리 주차장에서 2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 설악산에서 저질체력으로

개고생 했던 거에 비하면 나름 아주 양호한 속도로 올라온 셈입니다.

그 유명한 칼바람은 간데없고, 비록 영하의 날씨지만 바람 한점 없는 쾌청한 늦가을의 소백산 고스락에 올라섭니다.

일단 정상석부터 한 장 찍어주고...

2023년 11월 25일은 1년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100㎞, 150㎞를 넘어 200㎞ 조망이 가능했던 쾌청한 날이었습니다.

정말 만나기 힘든 그런 날씨였기에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카메라 렌즈를 바꿔 끼워가며 조망놀이에 빠져듭니다.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먼저 금수산이 가까운 북서서쪽 방향입니다. 중앙부 금수산이 가깝고 좌측으로는 하늘 향해

뽀큐 날리는 형상의 월악산이, 우측으로는 원주의 백운산~치악산 능선 너머로 양평의 용문산이 아주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첫 소백산 산행에서 무척이나 궁금했었던 봉우리... 월악산 영봉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충북, 강원도, 경기도의 여러 산을 볼 수 있는 북북서쪽 방향입니다.

비로봉 정상부 주목 군락지 뒤로 오래전 산악회 모임을 했던 용산봉이 가깝고 그 너머로 멀리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를 이루는 경기도의 최고봉 화악산 역시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두 봉우리 모두 정상부에 군부대가 주둔 중인 경기도 가평의 화악산과 응봉

충청북도 제천시. 제천시 뒤로 보이는 산은 양평의 용문산입니다.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강원도의 여러 고봉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북쪽 방향입니다.

예전에 소백산 조망도를 만들면서 설악산권은 한강기맥 줄기에 가려 보이질 않는구나 생각했는데..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비록 설악산 대청봉은 아니지만  설악산의 주요 구성원인 귀때기청봉의

정상부가 한강기맥 능선 너머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우측으로 남설악의 대장 점봉산으로 추정되고 있는

의문스러운 봉우리의 최정상부가 역시나 보일 듯 말 듯 한데 이건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북동쪽 방향입니다. 국망봉, 선달산, 구룡산, 태백산, 함백산을 지나 청옥산,

고적대로 이어지는 추억의 백두대간 능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상부 중계소가 있는 함백산 정상부. 오~래전에 무모하게 승용차 끌고 함백산 정상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요.

정상에서 내렸더니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남동동쪽 방향입니다. 이제 강원도의 명산들 대신 문수산, 일월산, 백암산, 청량산 등등

경북 북동부의 여러 명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칭송했던 경북 봉화의 명산 청량산이 비교적 소백산 가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에 자소봉, 탁필봉 등등 청량산 한 바퀴 돌긴 했는데 정작 주봉인 청량산 장인봉을 가보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산입니다.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경상북도 일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남동쪽 방향입니다. 들머리였던 삼가리의

삼가저수지가 발아래 지척이고 그 너머로 멀리, 아주 머~~~~~~얼리 경북 남부, 경남 북부의 여러 명산들이 개스층 위로

비교적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자랑하는 듯합니다.

남동쪽 멀리 주왕산 국립공원의 여러 봉우리들이 보입니다만... 여느 곳에서도 그랬듯 정작 정상석이 있는

주왕산 정상은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높이가 낮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남동쪽 멀리, 아주 멀리.. 영남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들이 150㎞가 넘는 엄청나게 먼 거리임에도

개스층 위로 비교적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인구 10만의 경상북도 영주시. 불과 5년 전에 인구가 11만이었는데 이제 10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남쪽 방향입니다.

이 방향으로는 오래전부터 소백산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덕유산이 있는 방향입니다.

덕유산 무주리조트 스키장 슬로프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쾌청한 날이었습니다.

덕유산에 감격해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문득 어느 분이 지리산에서 소백산을 찍은 사진을 본 게 기억이 나데요.

아마도 수도산 옆으로 보였던 것 같은데... 망원렌즈 배율을 최대로 올려 수도산 옆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과연... 기억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수도산, 정확히는 시코봉 옆으로 192.2㎞ 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이지만 몇 년 전, 태백산에서

222㎞ 거리의 지리산 천왕봉을 확인했던 적도 있기에 천왕봉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이 보인다면... 혹 지리산 주능선의 다른 봉우리들도 보일까 자세히 살펴보았고..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토끼봉까지의 거리가 199.2㎞로 200㎞에서 약간 모자라 대망의 '200㎞ 조망'이라 자랑할 수 없다는 점.

소백산 비로봉에서의 조망, 마지막으로 속리산이 있는 남서쪽 방향입니다.

태백산에선 희미하게 보였던 전북 진안의 운장산이 소백산에선 비교적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한 산객이 속리산 천왕봉이 어디냐 주변 사람들에게 애타게 물어보는데 다들 모른다 하시네요.

나서는 거 싫어하지만 너무 애타게 이분저분께 계속해서 물어보는 모습이 딱해서 알려드렸습니다.

'저~~ 기 레이더 건물 바로 우측 봉우리가 속리산 천왕봉이에요~'

소백산에서 충북 보은의 산이 보인다는 게 너무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대구에서 오셨다길래 팔공산도 알려드리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말이 됩니까?' 

지리산 천왕봉도 보인다는 걸 알려드렸다면 구라쟁이로 몰렸을 듯..

종합해서 만든 소백산 비로봉 조망도입니다. 예전엔 가능했던 원본클릭기능이 사라져 원본을 올릴 수 없는게 아쉽습니다.

1년전에 올렸던 덕유산 조망도처럼 분할해서 올리려니 서른장이 넘어가는 사태가 벌어져서.. -_-;;;

원본은 블로그에 올려져있습니다. 한번 더 클릭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소백산 비로봉 조망도 원본)

조망도에는 총 535개의 산이 표기되었고 여기에는 붉은색으로 표기된 33개의 100대 명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볼 수 있었던 방향별 최장거리 위치의 산입니다.

지난 설악산 산행에선 최악의 날씨에 끝청봉에 설치된 조망도에 처절하게 패배했지만... 이번엔 완벽한 나의 승리.

조망사진을 찍고 나서야 어느 분께 부탁해 증명사진을 남겨봅니다. 숨막히는 뒤태를 찍어주셨군요. 

정상을 한 바퀴 빙 둘러보며 점심식사 배경을 어느 방향으로 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오늘은 너로 정했다 '국망봉'

식후 커피.... 는 아니고..(커피 안 좋아해서..) 그냥 뜨거운 몰을 커피처럼 마셔봅니다. 담부턴 티백 차라도 챙겨야지..

이번 산행의 테마는 조망이었기에 시간이 되면 연화봉 거쳐 희방사로 내려가려던 계획은 이미 포기했고..

그렇다고 그냥 내려가기엔 왠지 조금 아쉬운 것 같아 천동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 주목관리초소까지만 다녀올까? 아니면..

어의곡 삼가리 방향으로 내려가서, 저 바위 위에나 올라갔다 올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의곡 방향으로 내려가봅니다.

어의곡 가는 길에 주목군락 너머로 주목관리초소가 보입니다.

소백산 정상부의 주목군락지.. 성장이 매우 느리지만 그래도 20여 년 전 사진과 비교하면 꽤 많이 자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의곡 삼거리 가는 길에 있는 바위. 여기만 올라가 보고 다시 비로봉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내려왔지요

바위 위에 올라서니 정상에선 보이지 않던 너른 초원지대가 인상적입니다.

바위 위에서 바라본 소백산 비로봉. 

어느 분이 '와~ 송골매다~' 하길래...... 고개를 들어 호버링 중인 조류를 살펴보니.... 암만 봐도 까마귄데...  

다시 비로봉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미리 증명사진 찍어두길 잘했네..

열다섯 번째 소백산 비로봉 탐방에서 보고 싶었던 덕유산은 물론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며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만한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한 하루였습니다. 이제 다시 소백산을 찾을 일이 있으려나.. 만족할만한 조망을 즐긴 후엔 항상 이런느낌이

드네요.. 일단은... 아주 오랜 시간 찾을 것 같지 않은 소백산 정상에서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양지바른 비로봉 남측면 데크전망대. 식사장소로 명당자리.

최고의 조망을 즐기고 내려가는 산객들..

많은 산객들이 연화봉 방향으로 내려가건만 모두가 천동으로 내려가는 듯,  연화봉 가는 길은 인적이 끊겼습니다. 

지리산 연하선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구간인데 말이죠.

소백산 안녕~  당분간 찾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말길.... 언젠가 추억의 백두대간 종주에 다시 나서는 그날. 다시 보세..

오랜만에 최고의 조망을 즐긴 산꾼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앞서가는 어르신들 보폭에 맞춰 여유로운 하산길을 이어갑니다.

달밭골 직전 잣나무숲을 지납니다. 여기 야영장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달밭골에서 한동안 도로와 분리된 자연탐방로가 이어집니다

비로사 일주문. 이 길을 여러 번 지났지만 정작 비로사는 한 번도 못 가봤네요. 비로사 주차장 이용할 때에도

비로사는 올라가 보질 못했고.. 출발할 때는 시간이 없어서.. 하산한 후에는 올라가기 귀찮아서..

셀카를 지나칠 수 없지요..

주차장에 도착하며 최고의 조망을 즐겼던 소백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