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겨울 육구종주 시도 했다가 삿갓재 대피소에서 쫓겨났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재도전 했는데요. 여러분은 절대 겨울 육구종주 하지 마세요 ㅠㅠ

게시판에 겨울 육구종주 후기 부탁 하시는 분이 있어서 간략하게 남깁니다.

제가 종주 하는 날 전까지 덕유산에 눈이 많이 온 상황에서 온도가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보기에는 정말 이쁜 눈들이었지만 아이젠 신고 15시간을 걷는 저에게는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특히, 온도가 계속 낮았던 관계로 눈이 습기를 머금지 않아서 건설인 상태라서 마치 모래 백사장에서

15시간동안 체력 단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다리에 모래 주머니 메달고 뛴든 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종주가기 전날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종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기침만 조금 하는 정도여서 진행 했는데

종주하는 동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서 감기몸살로 옮겨 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종주하는 날 정말 하늘이 도운건지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었습니다. 초속 1,2미터 정도여서 능선길 올라서기 전까지는 

그냥 종주하기 좋은 조건이었지만, 역시 할미봉부터 서봉, 남덕유산 구간은 여지 없이 덕유산 바람 위력을 보여주더군요.

그래도 작년에 서봉에서 거의 태풍급 바람을 맞으면서 진행 했던 것보다는 이번에 부는 바람은 애교 수준이었습니다.

눈 상태가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니까 안내산악회 버스 타고 같이 종주 하신분들 중에 7분 정도는 안성탐방소로 중탈 하셨구요

저는 난생 처음으로 버스 시간 3분 넘기면서 간신히 도착 했습니다. 마지막 2.1킬로 남겨 놓고 대장님한테 전화해서 읍소 했는데

역시 안내산악회는 얄짤 없더군요. 15분정도는 엄청 힘든 상태에서 눈길을 뛰어서 간신히 버스를 탔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험난한걸 다 잊게 해주는게 역대급 눈꽃과 상고대 그리고 덕유산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은 그냥 영상 캡쳐 한거라 별로 안쁘게 보이는데, 이날 산행하시는 모든 분들이 계 탔다고 하실 정도로

풍경이 이뻤습니다. 중봉 가기 위해서 백암봉 오르는데 허벅지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데, 풍경은 미쳤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진짜 풍경이 이뻐서 흘리는 눈물인지 허벅지가 아퍼서 흘리는 눈물이지...ㅠㅠ

등로 상태는 눈이 많이 오다 보니 나무 가지들이 전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행하는 동안에 가지 피하느라고

계속 허리를 숙이고 다녔더니 나중에는 허리도 너무 아프더군요. 

서봉 하산길은 거의 10미터 정도를 거의 미끄러지듯이 내려 갔습니다.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내가 굴러가는건지

걷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발 내 디딜때마다 2~3미터씩 쭉쭉 내려가더군요. 밤이라서 더 무섭더군요. 

결국 막판에 엉덩이로 주저 앉아서 비탈길을 내려 섰습니다.

길 상태는 전체적으로 괜찮은데, 중간중간 러셀 하는 느낌으로 눈밭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누워 있다가 생각나서 후기 남깁니다. 아마 다음주중으로 가시는 분들은 헐씬 등로 상태가 좋아졌을거라고 생각되네요

제가 중봉 걸어가는 구간에 보니까 이미 햇빛이 많이 드는 구간은 녹은 구간도 좀 있었습니다.

이상 두서 없는 덕유산 육구종주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