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백담사~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으로 올라 바로 비선대로 하산하는 설악산 동서횡단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아니 볼 것도 없는 그 곳으로 왜 오르지? 공룡을 안탄다고?" 라고 하시겠죠? 

주로 무너미고개에서 공룡타고 하산, 비선대에서 공룡을 타기 위해서 새벽에 오르는 코스인데 오로지 외설악 방향에서 공룡능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다녀왔습니다. 처음 공룡능선 탈 때 달빛도 없는 야밤에 비선대~마등령 구간을 오르다 금강문 지나서야 시야에 들어왔던 거대한 절벽, 칼날같은 1275봉과 천화대 모습은 설악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지난 단풍시즌때도 시도 했지만 거짓말 같은 내설악(맑음)과 외설악(곰탕)의 날씨 차이를 경험하고 내려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바람도 잔잔하고 구름은 좀 있었지만 적당히 따뜻한 날씨라 다른 날보다 복장도 배낭도 가볍게 하고 다녀왔습니다. 

전날에 살짝 눈이 내려 백담사까지의 셔틀버스의 운행여부는 복불복(플랜B 미운행이면 오세암까지만 왕복) 이었는데 다행히 운행이 재개되었고 도로상태는 아주 좋았습니다. 

(겨울철 영시암, 오세암에서 식수보충은 어려우니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미리미리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셔틀버스는 인원이 차야 출발하기에 20분 정도를 대기하다가 출발했습니다. 계곡과 비교하면 도로의 상태는 아주 양호했습니다. (15~20분 소요)

수렴동계곡

백담사에서 계곡길이 시작되는 곳까지는 눈길, 이후 영시암까지는 평지라 아이젠 없이 걸었습니다.

영시암에서 잠시 쉬며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세암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세암까지 계속된 눈길이나 등로는 확실하게 보입니다.

오세암 경내는 이동통로만 제설이 된 모습입니다. 

12시경 도착했지만 실내에서 공양을 하는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바로 마지막이자 마등령삼거리(1.4km)까지 가장 힘든 1.1km의 오르막길에 올랐습니다.

오세암~봉정암 구간은 겨울철 임시 출입통제, 마등령은 왼쪽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등로에 발자국은 보이나 많이 다니지 않아서 발이 푹 빠지고 스틱도 3~40cm 빠져서 초반에 균형잡기가 힘들기도 했습니다. 

저 계단을 올라야 유일한 조망 귀때기청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등령삼거리

마등령삼거리에서 보는 화채봉, 천화대, 1275봉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첫 계단, 이후부터는 오른편으로 공룡능선을 아주 가까이에서 감상하며 내려갑니다. 눈이 살짝 녹아서 아이젠 신고도 미끄럽고 스틱도 푹푹빠지니 감상도 좋지만 안전이 우선입니다. 

1275봉과 큰새봉 사이로 보이는 대청봉(왼쪽)과 중청봉(오른쪽)

누군가 눈위에 나줌명조체로 새긴 방명록 "공룡 너 쉽지 않구나 ^^" 

예전에 펜글씨 연습 많이 하셨나 봅니다. 스틱이니 붓글씨이려나.. 힘드셨을텐데 무사히 내려가셨기를....

마등령~금강문까지의 계단길은 공룡능선과 천화대를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입니다. 다시 봐도 너무 멋집니다. 이 한 장면으로 이번 산행의 보상을 모두 받았습니다. 

금강문을 지나 내려오다가 1275봉을 1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

오른쪽 V계곡으로 보이는 킹콩바위

오른쪽 1275봉 내려오면 보이는 촛대봉도 보이는 듯 합니다.

능선길을 내려오다가 장군봉 옆을 타고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급경사 돌계단 내리막길. 밤에는 못 보는 전방뷰는 끝내줍니다. 왜 금강굴을 올라야 하지는 납득이 됩니다. 

비선대 도착 

얼었던 계곡 밑으로 흐르던 물들이 보입니다. 

아직도 소공원에는 많은 눈들이 보입니다. 

그거 아시나요? 소공원에 있는 반달곰 동상은 1983년 밀렵꾼 총에 맞아 고통스럽게 죽은 마지막 반달이를 기리기 위해서 세웠다고 합니다. 당시에 큰 사회적 이슈였다고 합니다(당시 김영삼 총재의 단식투쟁보다 더..) 하지만 고기와 웅담은 공매처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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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백담사입구터미널 도착

       (동서울 06:49출발, 안개)

0920 셔틀버스탑승

0940 셔출버스출발

0955 백담사도착

1100 영시암

1205 오세암

1310 마등령삼거리 도착

1630 소공원 하산 완료

앞으로 1년에 두어번 마등령-비선대 한산 산행을 택할거 같습니다. 다마, 공룡을 탄 다음이라면 타고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까지도 설악산에는 많은 눈이 내렸는데 산방 시작전에 공룡능선 탈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희운각/소청대피소도 개소되어 보다 편하게 산행을 즐겼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산행 즐거운 산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