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연애포럼 입니다.

 글로라도 남겨놓으면 생각하는 게 좀 줄어들까 해서 적어볼게

 어느덧 헤어진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네. 다 잊은 것처럼 하지만 하나도 잊지 못했어.

 아직도 네 생각으로 일어나고 잠들어.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미안해서일까.

 첫사랑은 원래 인생에 가장 부족할 시기에 찾아온다는데 맞는 것 같아. 그리고 절대 못 잊는다는데 그럴 것 같아. 내 이상형의 기준이 되어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줬으니깐.

 조금 더 늦게 만나서, 적어도 조금은 더 성숙해진 지금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마 나는 같은 엔딩을 낼 거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도 사실 네 생각을 더 많이 해. 그리고 그때와 같은 감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너와 헤어질때 일부러 정 떨어지게 행동했어. 평소에도 널 정말 사랑하기에 헤어져야한다고 생각했었거든.

 알잖아. 넌 나 같은 애랑은 사귀면 안 됐어. 사회초년생이래도 더 좋고 돈 많고 잘 배운 애들이 많은데, 너처럼 예쁘고 열심히 살아온 애가 나랑 사귄다는건 안 돼.

 다시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려 할 때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 착하고 정이 많은 너는 분명 날 다시 만나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일부러 더 정떨어지게, 찌질하고 구차하게 행동했어.

 다시 만나고 싶지만 더 이상은 네 시간을 뺏기 싫어서 그랬어.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했었으면 달랐을 지도 모르지. 난 지금도 내 형편이 좀 더 괜찮았다면, 남들처럼 대학을 갔거나 평범하게 화목한 집에서 평범한 교육 속에 자랐다면 하는 탓을 하곤 해.

 하지만 문제는 아마 나였을 거야. 줏대없이 놀기만 하는 것 같은 내 모습에 실망했겠지. 막바지에는 일부러 해줬을 법한 것도 안 해준 것도 있어. 내게 정이 떨어지길 바랬거든.

 그래도 네게는 정말 아낌없이 최선을 다 했어. 없는 만큼 있는 건 다 주고 싶었고, 돈도 별로 없지만 최대한 다 해줬어.

 그래도 아마 넌 내가 부끄러웠을 거야. 가끔 나오는 네 억지미소와 날 티내지 않는 모습에는 조금 슬펐지만 전부 어쩔 수 없지. 넌 그럼에도 내게 사랑을 주고 몸과 마음을 전부 허락했었으니깐.

 나는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편하게 나와 헤어질 수 있게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어. 그런데 그게 조금, 아니 많이 걸리네.

 나의, 그리고 너의 첫사랑의 끝을 그렇게 내버려서 미안해. 일부러 헤어지려고 그렇게 행동한 게 많이 후회 돼.

 네가 내게 정 떨어지고 더 이상 날 받아주지 말고 헤어지길 바랬는데, 분명 넌 많이 울었을 거야. 어쩌면 날 미워하고 욕했을 지도 모르지.

 그렇게 될 걸 무의식 중에 알았었지만 역시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볼 걸 그랬어.

 내가 널 진심으로 사랑 안 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고, 사실은 뭐가 잘못된 것이고, 그 상황에서도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알아줬으면하지만 많이 늦었지.

 헤어진 이후에도 일부러 다른 여자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이고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미안해. 예의도 아니었고 많이 아팠을 거야.

 하루 종일 공부에 과제에 집안일로도 빠듯한 네가 어떻게 나 같은 놈을 사랑했을까. 다행히 요즘엔 잘 모르겠지만 다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야. 듬직해보이던데 분명 너에게 걸맞는 멋진 사람인 것 같아. 부디 행복하길 기도할게.

 내 인생에 찾아와줘서, 오랜 세월 사랑 받지 못한, 사랑을 못 할 것 같았던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내게 성숙해질 기회를 줘서 고맙고 마지막까지 내 걱정을 해줘서 고마웠어.

 너와 맞췄던 옷과 악세사리들은 그대로인데 어떻게 해야 될지 아직도 모르겠어. 사용하지도 않고 먼지만 쌓여가네.네가 준 편지는 정말 힘들 때만 조금씩 읽고 있어. 궁상 맞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잊으려고 노력해볼게. 너도 날 잊고 살아가길 바라.

 고마웠어,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