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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별하고나서, 올해 들어 몇번째 이별인지 세보려다 관둔다.
건조한 이별이었다. 해볼만큼 연애를 해본 남녀의 이별이 늘 그렇듯이.
짧은 만남을 이어가다 어느날 한쪽의 연락이 뜸해지면, 상대편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단한 최종통보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가슴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그정도까지의 인연이었나보다 생각하면, 한병의 소주와 몇개비의 담배로 충분히 털어낼 슬픔이다.
몇일 혹은 몇주의 휴식기간을 거치고나서 난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른 여자에게 대쉬하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겠지.
그리고 몇달뒤엔 헤어진 그녀의 이름과 얼굴이 흐릿해지고, 몇년쯤 뒤엔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예전엔, 실패한 연애를 통해 뭔가를 배워보려고 했다. 나를 바꿔보려고 했다.
이젠 굳이 그러지 않는다. 나를 변화시키는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그냥 서로 안맞는 두 남녀였던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편이 한결 편하다.
연인때문에 눈물흘려본게 마지막으로 언제더라. 벌써 아주 오래된 일이 돼버렸다.
어쩌면 난 내가 앞으로 느낄 감정들을 이미 다 경험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느낄 것들은 지금까지 겪었던 감정들의 축소판이겠지.
그렇다한들 어쩌겠어. 지금껏 잘 해왔듯이 긍정을 짜내서 뭐든지 어떻게든 해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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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