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에서 글을 읽다가 괜찮은 글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이전에 쓰여진 글은 의대생이 썼다고는 하나 팩트면에선 부족한 면이 좀 있었죠.
저도 민영화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만.. 인민재판식으로 우. 몰아가는게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부의 뻘짓에 대응하는게 옳다고 확신합니다.
이하 앙띠브님 글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워낙 독특해서 이 내용 자체가 이해는 쉽지 않고...이해가 쉽지 않으니 이념 논쟁의 도구로 예전부터 사용되고 있죠.
아뭏든 지금부터 저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만 말씀드리고...현재 뭐가 문제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정치성향은 중도보수인 386 세대입니다.
개인적 견해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나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감안하셔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공인 이름은 실명을 쓰고 존칭 생략하겠으며 전현직 대통령은 이니셜을 사용하고 직함은 생략하겠습니다.
1) 병원의 영리법인화....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영리법인이 아닙니다.
여기서 매우 사람 헛갈리게 만드는 오해가 출발합니다.
"그럼 우리나라 병원은 전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병원인가????"
그럼 영리법인이 뭔지 백과사전에다가 검색을 해보죠.
영리법인: 합명회사/합자회사/주식회사/유한회사등이 해당. 법인이 수익사업을 영위할 뿐 아니라 이윤을 이익배당/잔여재산의분배등 어떤 형태로든 구성원에 귀속시키려는 것을 말한다.
전 한번 봐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무슨말인지... 잘 읽어보면 결국 영리법인이란 자본의 출처와 이윤의 행방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영리법인 병원은 '주식시장과 같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본을 조달한 병원'을 말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 주위의 병원들은 모두 영리행위를 하고 있지만 그 자본 조달방법이 주식시장과 같은 투자자본이 아니라는 거죠.
결국 쟁점의 핵심은 주식시장과 같은 투자자본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것이냐 말것이냐라는 말입니다. (이래도 말이 어렵죠 ㅎ)
그럼 우리주위의 그많은 병원들은???
비영리법인이면서 수익사업으로 병원을 열어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영리의료법인과 공공의료기관을 혼동하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병원의 영리법인화, 주장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 정부: 찬반이 갈립니다. 재경부는 영리법인화를 주장하고, 보복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MH 정권때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해서, MB 정권때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간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래에 정리하겠습니다.
- 의사 또는 의료계: 이것도 좀 웃깁니다. 우선, 커다란 병원들 경영하시는 분들이 모이신 병원협회에서는 찬성하고 있습니다.
구멍가게 열어서 연명하는 개원의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의사들이 영리법인화를 좋아할 이유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왜일까요? 의료의 독점이 흔들리기 때문이지요. 현재는 의료기관은 의료인만 개설을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본의 유입이 허용되면 누구나 자본만 있으면 의료기관을 개설을 할 수가 있죠. 바로 의료의 독점이 위협받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의사들은 별로 영리법인에 그다지 호의적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예외인 상황도 있었습니다)
병원장들은 그럼 왜 찬성을 하나요? 우선 요즘 지방병원들 어렵죠. 중소 병원 이사장들 밥먹고 하루 대부분이 은행장들 만나 골프치고 술먹으면서
돈 차입해다가 밀린 월급 주시는 양반들 많으시죠. 영리법인화가 되서 투자자본을 조달받게 되면 숨통이 트이겠죠?
또, 여기저기 소위 병원 프렌차이즈 잘해놓은 병원장들, 또는 해외에 병원 여럿 차려서 재미 보신 분들은 그거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엄청 돈 벌 수 있지 않을까요?
- 시민단체/보건노조: MH 정권 이전서부터,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부터 반대였습니다. 이건 설명 필요없습니다.
- 국민: 잘 모릅니다. -_- '영리'라는 단어가 별로 어감은 안좋습니다...자세한 기사는 읽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동안 관심은 별로 없었는데...
시코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우리나라도 그렇게 된다니...무섭습니다.
그럼 이제 영리법인화가 문제거리가 되어온 역사를 좀 정리할께요.
3) 병원의 영리법인화...그 역사
2002년: 지긋지긋한 병원 영리법인화 논쟁의 불씨를 당긴 것이 바로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이라는 것이 제정이 되면서 입니다.
DJ 정권 말, 신자유주의라는 논란하에 당시 진보세력의 엄청난 저항을 뚫고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가 됩니다.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이 제정되면서 거기서 무얼할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병원도 차려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근데 과연 거기 병원차려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해봅니다.
2005년: 2005년엔 굵직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0월 이름도 거창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당시 대통령이던 MH 산하 직속기구로 위세좋게 출범합니다.
연초부터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가 연중 내내 열렸던 해이고, '의료서비스 육성을 위한 의료제도개선방안' (!) 을 논의하였다고 합니다.
바로 그해,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되어 외국인의 내국인 진료가 허용됩니다.
또한, 제주도 특구에 영리병원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경제자유구역법이 또 개정됩니다. 이번엔 외국병원의 국내법인 합작투자가 허용됩니다.
관계부처장관들이 또 모여 회의를 합니다. 이번엔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2007년말: 선거가 한창 무르익을때, 꿈에 부푼 병원장(영리법인화 찬성세력)들이 MB한테 질의서를 보냅니다.
"MB, 영리병원 꼭 해줄테야?"
MB가 대답합니다. "검토해볼께"
2008년: 대통령이 된 MB에게 기획재정부가 달려가서 업무보고를 합니다. 영리의료법인 및 해외환자유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1) 외국인환자 유치 행위 허용과 2) 부대사업범위를 복지부 장관령으로 한정하고 3) 의료법인간 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표됩니다.
이중 1) 이 국회를 통과하게 됩니다.
2009년: MH정권 밑에서 3년간 금감원장을 한 윤증현이 재경부를 맡게되면서 복지부장관인 한나라당 전재희 장관과의 사이에서
복지부 vs. 재경부의 의료산업개혁을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집니다.
재경부는 영리법인허용 (KDI가 주 연구기관입니다) 을 외치고, 복지부는 안된다고 합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기관입니다)
결국 둘은 싸움끝에 제3자에게 연구용역을 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영리병원 도입에 관한 정부용역보고서"라는
700페이지가 넘는 연구보고서입니다. - 기자들이나 찬반론자들도 다 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걸 어떻게 다읽어요...ㅎㅎ
인터넷에서 PDF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나름 찬반 양측의 의견을 균형있게 정리해 놓았습니다만...
너무 균형있어서 해야되는지 말아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찬성론자들은 이걸 근거로, 역시 반대론자들도 이걸 근거로 서로 싸우는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2010년: 앞서 말한 2)부대사업범위를 한정하고, 3) 의료법인간 합병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얼마전 통과됩니다.
또 인터넷에서는 10년묵은 괴담이 오갑니다... 끝.
4) 찬성론: 재경부와 KDI, 그들은 왜 영리법인화를 외치는가???
제 생각에는 그들이 경제관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KDI 윤희숙/고영선 연구위원이 쓴 보고서를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인과 비영리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잠재적 공급자와 자본의 진입을 억제하는 한편 시작을 왜곡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와 수익배당의 기회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관계자가 별도의 납품업체를 설림하여 거래한 후 일정 마진을
납품업체로 넘기는 것, 병원장이 추가로 지점을 개원하되 명목상으로 다른 의사를 내세워 수익을 배분하는 것, 부동산업자나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에 자금을 불법투입하는 것"등은 이미 도덕적 빈축을 사지도 않을 정도로 보편화된 시장관행이다.
그러면서 현금거래나 장부조작 등을 통해 이윤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탈세가 발생하고 있다."
어떻습니까? 세금쟁이들의 냄새가 쏴~하면서 밀려오는 글 아닌가요. 결국 양성화를 시킨후 벗겨먹겠다는 얘기죠.
물론, 의료의 질 향상 및 해외 환자 유치 등 계속 있어왔던 논리가 표면을 장식하겠지만요.
따라서, 병원장들과 재경부의 영리법인 찬성론은 일종의 동상이몽인 것입니다.
5) 반대론: 복지부와 진흥원, 왜 반대하는가?
별거 아닙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부실하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에는 지역간 의료격차, 의료사각지대(비인기과들),
유명무실한 공공의료자원 등의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는 영리법인은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효과적인 의료자원관리,
비영리법인의 기능강화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리법인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6) 괴담 논쟁
- 영리법인화가 되면 건보가 없어진다???
영리법인화 반대론자들 중 물불안가리는 사람들이 퍼트리는 내용입니다. 실제 재경부의 경우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등의 영리법인병원등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영리법인화가 되면 마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보가 없어질 듯이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그런 선례는
없었죠.
- 그래도, 영리법인화가 되면 당연지정제 (모든 병원이 보험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제도)가 폐지된다는데요???
복지부는 모든 토의의 전제를 당연지정제 사수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법인전환 금지가 기본 뼈대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대병원이나 삼성, 아산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가 없는거죠.
- 그래도, 그래도, 당연지정제가 정말 폐지되면 어떻게해요???
실제 외국의 선례를 봐도 현재의 전국민의보가 존재하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없죠. 실제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경우 엄청 비싼돈을 내서라도
고가의 의료를 원할 사람은 1%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 1%도 안되리라보지만...) 1%가 필요로하는 병상은 2000병상 정도의 규모이고
이것은 종합병원 한두개 정도의 규모입니다. 따라서, 이 정도 시장을 독점한다면 모를까 이걸 가지고 치고 박고 하느니, 그 시간에 보험환자
보는게 훨씬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건 병원들의 쉬운 계산이죠...
- 그래도 그런 비싼 병원이 있으면 의료 양극화가 생긴다는데? 이거 분해서 어쩌죠? 돈없으면 죽으라는 얘기????
실제 연구논문들을 봐도 비영리 병원과 영리 병원을 비교했을 경우, 환자 치료결과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잘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별로 설득력이 없죠.
우리가 알만한 이름있는 미국병원은 죄다 비영리병원이랍니다.
비싸게 돈받고 진료한다고 해서 병이 더 잘 낫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의 필요도 없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단, 의료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는 비싸게 받는 병원이 많으면 유리하겠죠. (온 국민이 삐삐 차고 다니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오늘의 현대 삼성이 있을까요?)
7) 끝맺으며...
개인적인 사견 말씀드립니다.
병원의 영리법인화에 대해서 원칙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영리법인화는 반대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하면 일단 그냥 주식회사 xx병원...이런거가 감정적으로 별로 맘에 안듭니다.
또, 결국에는 잘 대처하지 않으면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연결될 겁니다. 건보 재정에도 별로 좋을리 없고요.
하지만, 반대로 생긴다고 해서 시코와 같은 일이 생길 거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정부가 그토록 정부에게 유리한 현 제도에 손을 대는 일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만 피보는 제도이고 정부도 국민도 해피한 좋은 제도 입니다. 왜 고칩니까. 우리나라 의사 고작 몇명이라고 의사 눈치 봅니까.)
또 정말 부자들이라면 우리나라 영리병원 가느니 외국 유명병원가서 수술 받을 겁니다.
결론은, "뭐 허용안되었으면 하지만 되거나 말거나 큰 관심없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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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donn
지금 돌아가는 현실은 결코 영리법인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괴담으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