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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의 꽃은 동방이며 , 그 안에서 자고 마시고 즐길 때 활짝 그 잎을 틔우는 것인데
우리 학교의 창작 동아리에서는 동방의 추억따윈 없었어.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동방이 몇년 전부터 이상한 것이 보인다는 소문 때문이였어.
그 동방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줄게.
우리 학교는 전체 동이 6개 그리 넓지 않은 학교부지와 부족한 휴식 공간으로 인해서
나가서 수다를 떨기도 애매할정도로 모일 장소도 없는 그런 곳이야.
그러나 동아리를 든 학생들에게는 꿀과 같은 휴식처가 제공되는데, 그것이 바로 동아리 동방.
난 동아리중에서 동방이 있는 곳 !
그 중에서도 내 취향에 맞는 동아리를 물색해 가장 내가 듣는 강의 과목들과 이동거리가 짧으며,
지나쳐다니기 좋은 시 창작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어.
OO관 지하 1층,
지하에 동방이 있어서 여름이면 시원하고 아무리 떠들어도 주위에 신경쓸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 가장 맘에들었어.
근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에 그 동방을 방문하는 동아리 친구들이 아무도 없는거야.
선배들도 동방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눈치랄까?
그 동방은 어느새 나만 줄기차게 들락날락 거리는 아지트같은 곳이 되어버렸지.
이유는 뭔지도 모른채 난 잠시 책만 놓고 왔다갔다하며 지냈는데
2주뒤에 사고가 발생한거지.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였는데, 동방 지하로 계단을 밟아 내려가던 중에 동방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히히히!
히힉!
히히히히히힉!"
꼭 이런 괴상한 웃음소리였어.
난 깜짝 놀라서 잠시 멈칫했지만, 솔직히 동아리에 여학우들도 있었고
꼭 걔들 웃음소리가 비슷하길래 섬뜩했지만 계속 발걸음을 옮겼어.
그런데 동방 문앞에 딱 서있는 난, 심상찮음을 느끼고 혼란스러워졌어.
보통 동방 문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거나 해야하는데,
그 문앞에 선 내가 봤을 때 동방의 전등은 꺼진 상태였거든.
낮시간대라서 꺼놨다하기엔 지하에다가 비가와서 날이 굉장히 흐렸거든.
여자애들이 불을 끄고 논다고 생각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였어.
거기다가 안엔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지.
거기까지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빙글돌며 어지럽더니 내 다리가 뭔가 씌인것마냥 후들거리기 시작했어.
별달리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서 동방 소파위에 앉아서 쉴려고 문을 벌컥 열었는데,
정말 새파란 얼굴이였어.
사람 얼굴이 그렇게 파란색일수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새파란 얼굴이 소파 등받이 위에 살짝 받쳐져 있었어.
소파등받이가 문쪽으로 놓여있어서 그 몸뚱아리를 볼수는 없었지만 새파란 얼굴의 남성이 날 쳐다보고 있었어.
순간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고 내가 들고있던 긴 장대 우산은 그 얼굴 쪽으로 집어던진 뒤에
동방 불을 확하고 켜버렸는데,
다행히 헛것을 본것마냥 그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어.
등 뒤로 비지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데, 소파 뒤로 아직 그 얼굴이 있는건 아닌지
누가 숨어있는건 아닌지 확인하고싶어서 소파쪽으로 다가가 확인해봤더니
나랑 같이 동아리에 들어왔던 신입생 한명이 누워있더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말야.
난 정신없이 흔들어봤지만 애는 정신을 못차리고 어쨌든 동방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애를 들어올려 허겁지겁 빠져나왔어.
동아리 선배부터 부장까지 다 불러서 애를 보건실에다 놓고 밖에 나가 다같이 모여 이야기했어.
난 내가 봤던 거랑 똑같은걸 선배들도 봤다는 사실을 들었고,
그 동방에 이상한 것이 보이며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그 소파 위에 누워있던 애는 잠깐 몸이 불편해 쉬러왔다가 심한 가위에 눌렸다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말하더라.
놀라운건 그 가위에서 파란 얼굴을 한 사람을 똑같이 보았고,
내가 와서 우산을 던졌던것까지 가위가 눌린 상태로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기억하고 있어.
그러나 이건 그 파란 얼굴과의 악연과 첫번째일 뿐이며,
그 동아리 생활 1년동안의 괴 현상은 본격적으로 지금부터가 시작이였어.
동방은 이후로 나 혼자 가지않게 되었어.
첫째 이유는 당연히 무서워서며,
둘째로는 이제 2인이상으로 들어가자고하던 부장의 말때문이였어.
솔직히 정말 바쁘고 힘든 날엔 동방에서 쉬고 싶기도하고 책이랑 과제도 동방에서 하고싶었지만
늘 그 곳에 친구 1명을 붙여 들어오기란 영 불편하기도하고 친구에게도 미안했어.
난 그래서 책을 가지러 갈때나 물건을 챙길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안전 불감증이라며 ,
며칠 지나지않아 또 들락거리기 시작했어.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어.
이젠 동아리 방의 이상한 얼굴도 없는 것 같고,
그 날은 날씨도 쾌청한게 좋길래 아침 일찍 와서 조금 밀린 과제를 하기로 했어.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동아리 책상에 주저앉아 노트북과 프린터 물을 보며 PPT를 작성하는데,
동아리라면 어디든지 오래 된 캐비넷이 있잖아.
그쪽에서 갑자기
딱-!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마치 어긋난 쇠와 쇳바퀴가 맞부디치듯.
깜짝 놀라서 뒤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중간에 두번째 캐비넷 문짜깅 살짝 열려 있을 뿐이였어.
우리 동방엔 참고로 세개의 캐비넷이 있었어.
사실 난 이때 도망가야했지.
약간 놀랐지만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여서 다시 과제에 집중했어.
근데 이번엔
띵-! 딱-!
하며 캐비넷 쇠문짝이 두번 튕기는 소리가 들리더라.
난 잠시 뒤를 돌아보기 망설였지만 얼른 홱 돌아봤어.
역시 캐비넷 문짝만 전보다 더열려있고 이상한 점은 없더라.
난 자리에서 일어나 캐비넷 문을 쿵 소리나게 닫았는데,
닫히면서 캐비넷의 약간의 쇳소리만 날 뿐이였어.
그 순간 기분이 굉장히 안좋더라.
그제서야 난 PPT를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려했어.
책상에 앉지도 않고 과제를 대충 마무리하고 슬라이드 바로보기를 열심히 누르며 넘기는데,
뒤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딱-딱-!
따닥!
세번 정도 캐비넷 문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내 과제 슬라이드 쇼도 더 이상 슬라이드가 없다는 문구가 뜨더라.
그러나 나는 솔직히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수 없었어.
가만히 내 노트북에 내 과제만 응시하고 있었어.
숨소리도 죽이고, 가만히 응시했어.
그리고 적막이 깨지며 갇혀있던 동방 문이 벌컥 열렸어.
그러더니 내 옆으로 동아리 선배가 뭐라뭐라 떠들면서 들어오더라.
선배는 내가 뭔가 이상한걸 눈치채더니 슬슬 다가와서는 나한테 괜찮냐고 어깨를 흔들어보는데,
난 잠시 망설이다가 검지로 내 노트북 모니터를 가리키고 선배를 거칠게 끌어당겨 나왔어.
보통 PPT 슬라이드쇼가 끝나고 검은 화면이 유지되잖아.
내가 본 검은 화면 뒤에는 캐비넷이 비쳐져 있었는데, 살짝 열린 캐비넷 문 안으로 그 파란 얼굴이 보이더라.
여전히 무표정인 그 얼굴이 웃긴건 이전과 달리 그 머리가 좌로 나눠져서 이마랑 눈동자만 열린 틈새로 보이더라.
나랑 눈이 마주친것 같지는 않았지만 계속 내쪽을 노려다보면서
언제 뒤를 돌아볼지 그리고 나를 언제 덮칠지 때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였어.
난 선배가 들어왔을 때 노트북으로 그 얼굴을 가리켰지만 그 선배에겐 안보여서
나만 바보취급당하는건 아닌가 싶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배도 검은 스크린에 비친
그 파란 얼굴을 보았다고 하더라.
한동안 난 그 공방에 내 물건을 다 챙겨나온 뒤 들어가지 않았어.
대책이 필요했지.
어렵게 따낸 동방인데다가 아무리 사회복지 학부 학생회에 떠들어보던 총회에 떠들어보던 부질없는 짓이였어.
바뀌기는 커녕 헛소리하지말라는 답변이 전부였거든.
우리 동아리는 동방을 옮기길 간청했지만 솔직히 학교 측에는 별 다른 동방으로 쓸 공간도 없었고,
정 그렇다면 동방을 차라리 회수하겠다는 소릴 했어.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모여 단체로 술을 즐겨했기 때문에 그날 술자리에서는 그 문제가 화두가 되었어
난 동방에 이제 완전히 질려버려서 차라리 동방을 폐쇠하자는 쪽도 혹했는데,
동아리 선배나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든 동아리를 사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보였어.
난 큰 의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산으로가길래 중재가 필요해보였어.
무당을 불러 굿을 하자느니,
떡을 놓고 제사를 지내서 귀신을 달래보자느니,
이상한 소리만 하고 대책이 없어보여서 나는 순간 예전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의견을 냈어.
몇몇 기가 안좋고 잡귀가 많은 곳에서는 항상 불경을 틀어놓거나 주기도문이 녹음된 테잎을 틀어놓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아주 예전에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난거야.
그래서 난 주위에 헛소리들을 중재시킨 뒤 가장 구하기 쉽고 실천해보기 쉬운 걸로
라디오 방송 중 기독교 방송을 항시 틀어놓는건 어떠냐며 이야기했어.
당연히 주위에서는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했고,
가까운 문구점에서 중형 라디오를 구매하고
우리는 바로 기독교 방송을 하루종일 틀어놓기로 의견을 좁혔어.
결국 다시 들어오게되었어.
다음 날 아침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들어온 동아리 방은 평상시와 다를바 없었는데,
마음이 무겁고 울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내 마음이 무척이나 그곳에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였겠지.
들어오자마자 빈 소켓에 코드를 꼽고 전에 알아왔던 라디오 채널을 맞춘 뒤
방송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난 바로 나갔어.
항시 틀어놓는 채널은 두개로 합의를 봤어.
106.9와 93.9였어.
둘다 제일 알기 쉬운 기독교 방송이였고, 일정간격을 두고 기독교 특유의 기도문들을 읇어주는 방송이였으니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채널도 없었거든.
게다가 최신가요를 들려주는 등 재밌는 방송도 여러번 했었고,
다행스럽게 한동안 정말 기독교 방송 덕분인지 이상한 현상이나 그 이상한 얼굴을 보지 않았어.
정말 만족스럽게 중간고사를 동아리 방과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며 지낼 수 있었던거지.
그런데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시 문제가 발생했어.
어느 날 나에게 문자가 왔어.
당시엔 카톡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을 때라 문자가 더 편했으니까 문자가 왔어.
문자를 받고보니 내용이
『누군가 라디오 채널을 돌려놨다』
라는 내용이였어.
우리끼리 라디오 채널을 건들이지 않고 두 방송사만 틀어놓기로 합의한 상태였는데,
요 근래에 그 라디오 채널이 자꾸 돌아가 있다는 것이였지.
솔직히 그 문자만 받고는 누가 다른 방송이 궁금해서 틀었겠지 하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내가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망치고 동방에 들어갈 때 그런 내 안일한 생각이 바뀌었어.
OO관에 도착한 나는 잔뜩 착잡해진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는데, 동방 앞에
우리 동아리 여자부원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동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있는거야.
이유는 다시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는 말이였어.
속으로 욕이나왔지만, 남자인 내가 무섭다며 못들어가겠다라고 할 수 없어서
당당하게 괜찮다며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 따라들어오라고 큰소리쳤어.
그리고 곧 나는 쏜살같이 동방을 빠져나왔어.
이유는 어두운 동방 안을 메우는 라디오 소리가 노이즈 소리로 가득차 동방에 울려퍼지고 있었거든.
밖에 듣고 눈치챘어야하는데, 라디오는 전혀 엉뚱한 채널로 돌아가서
라디오 특유의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직-
하는 소리만 내고 있었어.
그때만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털들이 쭈뼛쭈뼛 서는데,
나와 그 여자애는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뛰쳐올라갔어.
그리고 다시 강의가 비는 선배 한명을 더 불러서 동방에 들어갔어.
역시 그 라디오에선 엉뚱한 채널에서 노이즈 소리만 내고 있었고,
정말 기묘했던 것은 라디오 채널을 돌리는 버튼이 어떤 특정 주파수에 맞춰진게 아니라
그냥 끝까지 돌려놓고 일부러 아무 소리도 안들리게 해놓은 것 처럼 해놓는 것이였어.
순간 왜 이런 동아리를 들었는지 짜증나고 스스로 억울해서 막 속에서 울분이 터졌지만
같이 들어온 선배는
"그냥 누가 장난친거 아니야?"
라는 말을 할 뿐이였어.
난 이대로 안되겠다면서 다음 대책을 마련하자며 강력하게 주장했어.
더 이상 이런걸 경험하기 싫었고, 난 나이도 어렸으니 충격이 컸던 것도 있었거든.
대부분의 동아리 부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였고, 이번엔 우리가 더 꾀를 내기로 햇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놓고 버튼을 뽑아버리는거야.
그다음 누가 라디오에 손을 대는지 알기 위해 라디오에 12시간 짜리 녹음 테이프를 넣어서 녹음했어.
아무도 쉽게 손댈 수 없는 높은 자리에 올려뒀어.
단 캐비넷 위를 제외하고 말이야.
다음과 같이 라디오를 배치한 후 개조해두고 우리는 다음 날 라디오 상태가 어떻게 변해있는지 확인하도록 했어.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라디오는 여전히 기독교 방송을 떠들고 있었고,
녹음 테이프에는 별다른 이상한 소리가 잡히지 않았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몇일간 또 그렇게 동방을 사수했어.
동방 때문에 어찌나 골머리를 썩혔는지,
동방 일 때문에 난 거의 몇주사이에 5kg가량 살이 빠졌어.
동방에서 봤던 그 파란 얼굴이 가끔 꿈에서라도 나오면 그 날 잠은 다 잤다고 보면되는거지.
잠을 설치고 날밤을 세우기도 하고 언제나 고달프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그 행복과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도 얼마가지도 못하고 또 다시 사고가 터졌어.
지난번 동방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여자애로부터 전화가 왔어.
그 애는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울음섞인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었어.
"봤어 봤어.
그 파란 머리를 봣어!
그게 막 흔들었어!
봤어!!! 빨리와봐!!"
라며 소리치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
난 첫 강의 후 점심이나 먹으러 가려던 참이였는데 그 전화 때문에 식욕이 확 달아나버렸어.
난 언제부턴가 그 학교에 올때마다 할머니께서 주신 은십자가 목걸이를 늘 차고 다녔어.
그정도로 무서웠고 , 그 곳은 정말 진절머리가 나도록 싫었어.
동방에 들어서자 마자 그 여자애 울음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울려퍼졌어.
다들 둘러앉아 그 여자애 이야기를 들으며 토닥이고 있는데, 그 여자앤 한마디로 말해 제정신이 아닌듯 했어.
나중에 상황을 들어보니 이러했어.
자기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과목에 맞는 서적을 챙기러 동방 문을 열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무척 어두컴컴했던 동방에 파란 무엇인가가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동방에 울려퍼져야할 라디오 소리는 꺼져있었고,
그 파란 무언가는 자신이 동방 문을 열었던지 말던지 관심도 안두고
미친듯이 그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대면서 끄덕끄덕,
즉 , 그 파란 머리가 동방에서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한다.
난 그이야기를 듣고 라디오를 바닥에 있는걸 봤어.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는 라디오는 반으로 쩍하니 갈라져 망가져잇었어.
무슨 생각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난 라디오의 녹음 테이프를 꺼내서 바로 챙겼어.
그리고 다들 이 자리에서 나가자고 말하면서 정말 황급히 그 동방을 빠져나왔어.
그리고 완구점에서 9900원짜리 녹음기를 사서 바로 들어봤는데,
처음엔 아무 소리도 안들렸어.
너무 길게 녹음되서 어찌 초반부에 무슨 소리가 날리가 만무하다고 판단한 나는 녹음기를 빨리감기해서
계속 넘겼어.
그리고 계속 빨리감기 하던 중 녹음기에 테잎이 지이익하며 늘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다시 조금 되감기를 하고 틀었는데,
드디어 그 소리가 무엇인지 들렷어.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 다들 어리둥절 했어.
동방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아니였고,
라디오에 누가 손을 대는 소리도 아니였으며,
그저 큰 소리가 날 뿐이였어.
그러나 그 소리가 무슨소리인지는 단박에 알아차렸어.
그 소리는
떵-!
딱-!
따닥-!
딱-!
내가 몇주전에 들었던 그 소리였어.
팔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뒤로 오싹함이 더해졌는데,
난 그소리를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내 목 뒤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걸 느꼈어.
내 말에 다들 그런 소리하지마라 .
믿을 수 없다며 떠들었지만 나랑 그때 얼굴을 함께봤던 형이있어서 다들 믿을 수 밖에 없었던거야.
그렇게 우린 한동안 긴 침묵에 빠졌어.
그러던 와중에 우리가 모인 장소로 한 선배가 부산으 ㄹ떨며 도착해써.
강의가 늦게 끝나서 가장 마지막에 온 누나였는데, 누나는 품에 이상한 상자하나를 들고 들어왔어.
우린 다들 말을 잃고 있어서 서로서로가 멍하니 있는데 동아리 선배는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말이
자신이 선물로 받은게 있는데 보여주겠다며 상자안을 슬쩍 보여주더라.
상자 갈색 골판지 상자에 든 것은 개였어.
검은 바탕에 흰 수염과 눈썹을 가지고 있는 귀여운 슈나우저였거든.
그걸 보며 여자부원들은 살짝 웃기시작했고 덕분에 다들 분위기가 조금 풀렸어.
그리고 작고 귀여운 그 강아지를 보여주며 그 누나는 구세주같은 이야기를했어.
슈나우저는 독일말로 입이라는 뜻인데, 그 의미는 부정하고 나쁜것,
해로운 것을 입으로 물어뜯어 죽인다는 말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며
강아지를 동방에서 몰래 키우자는 소리였어.
진짜 진짜 놀라운 일이였지.
아침마다 선배가 동방에 강아지를 데려와서 같이 놀아주며 애가 어질러놓은 동방을 치우며 똥을 치우고 하면
동방의 분위기는 당연히 전에 없던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었고,
그 이상했던 기분과 기묘했던 일들이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졌어.
게다가 이 강아지는 가끔 우리랑 놀 때 아주 가끔씩 허공을 보며 찢어죽일 듯이 짖었는데
그때마다 소름이 쫙 끼쳤지만 다행히 아무일도 발생하진 않았어.
한달 뒤 마리라고 이름을 지은 슈나우저가 1년 한살배기가 되었다는 소릴 듣고 기분좋아져서
개껌하나를 사서 동방에 갔을때였어.
마리는 동방에 혼자 놔두고 있었는데, 내가 동아리 친구들이랑 그곳에 갔을때 마리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어.
솔직히 두려웠지만 그 행동이 특이해서 관심을 가질만 했는데,
내가 전에 설명했을 것이야.
우리 동방엔 캐비넷 3개가 있다고 말야.
하나는 시집과 시낭독 녹음 테이프활동 기록이 담긴 비문 캐비넷이고,
또 하나는 잡동사니를 쌓아놓은 장난감 상자같은 곳이라고 말야.
그런데 마리가 그 다음 캐비넷,
망가지고 페인트가 벗겨져서 안써서 뒤로 돌려져 놔있는 세번째 캐비넷 옆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있었어
행거에 숨어있어서 장난을 치자는건가 싶었는데, 행거를 치워놔도
마리는 계속 그 캐비넷에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고
이상하게 앞발로 캐비넷을 박박 긁고 있었어.
우린 찜찜함을 느끼고 가만히 그 행동을 바라봤지만 도저히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어
곧 남자애들이 힘을 합쳐 그 캐비넷을 한번 돌려놔보기로 했어.
그리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줄 알았던 캐비넷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
땅땅-
하면서 무엇이 그 안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힘을 합쳐 캐비넷을 돌려놨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린 순간 아비규환이 되었고,
마리는 우리의 그런 행동에 놀랐는지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어.
그리고 캐비넷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었어.
마네킹의 목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목만 빠져 어디로 가버린듯 했지.
그리고 마네킹은 전체적으로 파란 빛을 띄고 있더라.
그 마네킹 몸체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
마치 막혔던 미로를 한번만에 확 풀고 속에 쌓였던 앙금이 한번에 떠밀려 내려가면서
미스테리가 풀리는 듯한 그 소름이 아직도 생각이나.
우리 동아리에 4학년 , 이제 취업준비 졸업준비에 바빠 한번도 동아리에 들르지 않은 선배가 그 마네킹이 뭔지
이야기를 해줬고, 그 이야기는 더 가관이였어.
이야기인 즉슨 , 그 마네킹이 뭔지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어.
자기가 신입생 때 였는데 , 지금은 졸업하고 없는 자기 있을 때 동아리 부장이
동아리 축제에 쓸만한 소품을 구했다면서 마네킹을 가져왔어.
마네킹은 하얀색이였는데, 축제에 쓰기 위해 파란색으로 칠했고
축제를 즐기고 나서 마네킹 머리가 사라졌다는거야.
그리고 마네킹을 갖다버린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끝으로 말하기를
"사실 그 마네킹 처음부터 기분이 아주 나빴어.
파란 물감을 칠 할 때 그 마네킹 머리가 우리들을 쏘아보는 느낌이였거든.
그리고 당시 부장에게 그 마네킹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자기 원룸 앞 재활용장에서 그냥 버려저있었다고 하더라."
라고 말하더라.
우린 그 마네킹을 있는대로 부셔서 버렸고, 그 뒤에 그 파란 헛것을 보는 사람도 없었어.
난 군대에 다녀와서 1년이 지난 지금도 동아리 활동을 끊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 같더라.
하지만 그 뒤 일년에 한번씩 시 창작 동아리에서 동아리 축제로 동방을 무섭게 꾸며놓고 시화전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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