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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아파트에서 발정나서 떠돌던 검냥이가 있기에 며칠 지켜보다가 데려왔더니만, 개 밥 먹고 저렇게 드러누워 자더군요.
더 황당한 것은 굴러온 돌 길냥이가 자기 밥을 먹는데도 박힌 돌 시츄가 '??? 뭐지??? 에라 모르겠다 지금은 졸리니까 잔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합사였고 말도 안되는 무대포였는데, 시츄가 워낙 순한 놈이라 가능했었죠.
이 사진이 서로 처음 만난 날입니다. 고양이 물품도 없고 참 무식했습니다.
가끔 시츄가 검냥이에게 놀자고 시비거는 정도로 오랜 세월 함께 했고
이 정도까지 서로를 받아들였죠.
시츄는 펫샵 출신이라 건강이 원래 안 좋았고 제가 무식하게 키워서 큰 수술을 3번 받고 17살에 떠났습니다.
3번째 수술 마치고 '딱 1년만 같이 더 살자'라고 했더니 신기하게도 1년을 기어코 버텼죠.
그리고는 주인 고생 안시키고 반나절 앓고 죽었습니다.
평소 펫로스 비웃었는데, 멍청한 놈이라고 구박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보고 싶고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인생의 일부가 사라진 기분이고, 오랜 친구를 잃은 슬픔이죠.
길냥이 출신 깜냥이는 최소 21살이 되었습니다.
고양이 데려오면 집나가겠다고 엄청 화를 내던 아내가 이런 모습이 되었죠.
워낙 고령이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자신의 길냥이적 시절을 다 까먹고) 다른 고양이를 절대로 안받아들여서 고양이과 전문가인 딸이 데리고 있습니다.
고양이에 진심이어서 깜냥이 초상화까지 주문제작했더군요.
이 녀석 떠나면 딸이 펫로스 심하게 앓을겁니다. 처음에 들이자고 한 것도, 고양이과 전문가가 된 것도,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도 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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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안 개냥이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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