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검단산 일몰 촬영기

요새 한참 더운 여름이 지나고 평년보다 좀 따뜻하다 보니

오히려 가을이 길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백수인데도 불구하고 일정이 좀 바쁜 편이라

별 일 없는 날 중 예보가 괜찮은 날을 골라서 검단산 일몰을 찍어보자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ㅎ

근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박무 작살...

1시쯤이 됐는데도 시계가 썩 좋아보이진 않아서 갈까 말까를 고민 많이 했는데..

시야가 점점 맑아지는것도 보이고 상황 안되면 운동이나 하고 오잔 생각으로 검단산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대략 십수년전쯤.. 카메라는 걸 처음 샀던 때 쯤 친구랑 왔던 검단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그때 진짜 완전 힘들고 지루했던 기억때문에 다신 안오고 싶었는데 여길 또 오게 되네요 ㅋㅋ

가장 무난한 등산 : 유길준묘 코스, 하산 : 현충탑 코스로 해서 가기로 결정하고 3시쯤 산행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파르지 않은 경사의 이런 잔잔한 흙길이 펼쳐집니다.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가 등산하시는 분들은 열분 내외로 뵌 듯 합니다~

다들 크게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올라가시는거 같은데...

한번 시야에서 멀어지면 다시 뵙기 힘듭니다 ㅠㅠ 전 사진찍으면서 올라가느라 아무래도 좀 느리더라구요.. 물론 핑곕니다 ㅠㅠ

올라가다 본 청솔모인데...

사실 다람쥐만큼 귀엽지 않아서 별로 관심은 없습니다만 그냥 눈앞에 알짱거리길래 대충 찍었습니다 

검단산에 대한 소회를 얘기할 때 진짜 빠지면 섭한 '계단'

계단이 정말 많습니다..

오르다 보면 여긴 대체 계단을 어떻게 만든걸까 싶은 쓸데없는 생각도 드는데.. 그러면서 천천히 올랐습니다

진짜 개힘들어요 ㅠ

날씨는 아직 덥지만

산에는 밤도 잔뜩 떨어져있고 낙엽도 한가득입니다

이제 겨울이 멀지 않은게 실감됩니다

제 나이도 하나올라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있는 조망포인트 입니다.

제 기억엔 예전에 등산했을땐 여길 놓친거 같은데...

그도 그럴게 이쪽에 이런 포인트가 있다는 설명같은게 어디도 없습니다.

좌우 갈림길에서 왼쪽이 정상을 향한 길인데 오른쪽도 뭔가 길이 나있어서 혹시? 하고 가봤더니 포인트가 좋더라구요 ㅎ

경사때문에 삼각대 세우긴 좀 빡셌는데..

삼각대 하나 세워놓고 오른손에 리모콘 몰래 움켜쥐고 혼자 카톡 프사용 사진을 마구 찍습니다 ㅋㅋ

우려했던대로 헤이즈때문에 시계가 엄청 안좋은 상황이라... ㅠㅠ 

이때부터 '아.. 오늘 일몰 망했구나' 싶었네요 ㅋ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찍고 한번 둘러보고 또 올라가다 한번 둘러보고 하면서 가다보니

숨도 많이 정리가 됐고 이젠 꽤 오를만 해 졌습니다

물론 계단은 볼때마다 욕나옵니다 ㅋ

윗 사진 찍을때쯤 든 생각이... 예전에 검단산 왔을땐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더럽게 힘들고 재미도 없어서 괴로웠던 기억이 분명한데

이상하게 지금은 혼자 왔는데도 힘든 거 빼면 꽤나 할만했습니다 ㅎ

생각해보니까 그땐 딱 정상! 이거하나만 보고 오르다보니 앞만 보고 올랐는데 이번에 올라보니 검단산 꽤나 훌륭하네요~

여기도 또다른 조망포인트..

마찬가지로 갈림길에서 이쪽은 아무 표식도 없습니다 ㅎ

사실 여기서 좀 앉아있다 오고 싶었는데 먼저 오신분이 있어서 전 몇컷 찍고 다시 정상으로 ㄱㄱ

이쯤 올라오면 이제 계단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고 

약간의 오르막? 거의 경사도가 없다시피한 아주 무난한 길이 꽤 길게 펼쳐지는데

이때부터 거의 룰루랄라였습니다 ㅎ 와 검단산 껌이네 ㅋ 비진도 등산보다 쉽네 ㅋ 카톡에다 깨방정을 떨어줬네요 ㅎㅎ

아... 계단님 또 등장...

여기서부터 또 계단 지옥 시작입니다 ㅋㅋㅋ

역시 설레발은 죄악입니다 ㅠㅠ

그래도 이제 진짜 다왔습니다 ㅠㅠ

정상 등반 성공했네요 ㅎ

시계가 좋음 좋을거 같은데... 헤이즈 낀게 너무 아쉽습니다 ㅠㅠ

일몰 예정시간은 6시 살짝 못되는 시간으로 조사해서 갔고 

보통 일몰전 30분부터 찍기 시작하니 시간이 살짝 있습니다

그래서 등산의 꽃 컵라면 먹방을 시작했네요 ㅎ

카메라 장비 때문에 백팩에 컵라 큰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작은거 두개로 시켰는데 

요게 참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두개다 국물까지 싹싹 먹고 물티슈로 주변정리하고 쓰레기는 갖고 간 봉지에다 담아서 가방에 넣고 집에와서 버렸습니다 ㅎ

'나 사실 이거 먹으러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꿀맛이었네요~

그리고 일몰은.. 완전 망한게

헤이즈도 너무 짙어서 오른쪽에 자~알 보면 보이는 롯데타워가 진짜 잘봐야 보일정도로 완전 엉망인데다가

구름도 전체적으로 산 위쪽으로 걸려있어서 

일몰 담는거 자체가 불가능이었습니다 ㅠㅠ

혹시 몰라서 셔터 좀 눌렀는데 건진 사진이 없네요..

그래도 해지는 반대쪽으로는 헤이즈가 좀 덜한편인데다가

하늘을 보니까 둥글둥글한 보름달이 크게도 떴더라구요 ㅎ

오늘은 음력 15일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16일이었네요~

아쉬운대로 달사진이나 좀 찍고... 원래는 내려다보이는 야경까지 찍고 올 생각이었는데

이대로면 그것도 답이 없을거 같아서 좀 빠르게 철수 했습니다.

내려올땐 알리발 2달라도 안하는 헤드랜턴 하나 끼고 내려왔는데..

진짜 꽤나 무섭더군요 ㄷㄷ

거기다 하산길이 죄다 돌 계단+바닥에 자갈 투성이라 무릎이 완전 털렸습니다..

7시반쯤 차세워놓은 곳까지 원점 회귀하면서 등산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씻었더니 세상 개운하네요~

오늘은 푹 잘 수 있을거 같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매우 매우 길어졌네요 ㅠ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