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느끼는 한국 저출산 문제24

날씨 좋은 날 Deck에서 커피 마시다 한 컷

주재원 5년하고 한국 복귀 후 5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와서 정착한 지 4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한국의 좋은 점을 다 포기하고 미국에 온 가장 큰 이유를 몇 가지 꼽으라면

1. 짧은 가방끈으로 인해 40대~50대에 직장에서 짤릴 경우 재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

2. 답답한 아이들 교육 방식 + 우리 자식 세대가 마주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3. 더운 여름 + 추운 겨울 + 봄가을 미세먼지 - 야외 활동은 언제 가능한가?

입니다.

아직까지는 저 3가지에 대한 만족감으로 미국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좀 더 지나면 어찌 될 지 모르죠.

어쨌거나 한국의 저출산이 요즘 핫해서 한국/미국 양쪽 다 살아본 입장으로서 드는 생각은,

한국은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돈 쏟아붓고 쪼이기 운동 시키고 여자애들 1년 먼저 입학시키고 해 봐야 뭐가 달라지나요?

그럼 도대체 미국은 뭐가 다른가? 에 대해 고찰을 좀 해 보자면 (제가 사는 촌동네 기준입니다)

1. 일단 대학에 목숨걸지 않습니다. 고졸이라도 먹고 살 길이 많이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고졸이라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대학 안 가면 사람 취급을 안 하니 대학을 가기 위해 사교육비도 많이 들죠.

2. 그리고 일자리가 많아서 짤리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한 다른 곳에 재취업 할 수 있습니다. 연봉이 바뀌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수입이 끊기지 않고 애들 클 때까지 일을 할 확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죠.

3. 일자리가 많은 건 회사가 많기도 하고 땅도 크고 한 것도 있지만,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회사가 돌아갈만큼 적절한 사람을 뽑는다" 입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 느낀 건 사측에서는 정말 최소한의 사람만 뽑아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그렇게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량 대비 사람이 늘 부족하고 야근도 많고 악순환이 이어지죠. 회사에서는 사람을 많이 뽑아서 직원들이 할랑하게 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럼 미국은? 상황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합리적인 선에서 적절한 인원을 뽑아서 일을 시킵니다. 일이 좀 할랑해다 해도 큰 신경을 안 쓰는 게 해고가 쉽기도 하고 할랑하게 하든 빡세게 하든 어쨌거나 매니저가 할당해 준 일을 잘 해서 아웃풋만 나와주면 만사  OK입니다. 눈에 안 보여도 업무 빵꾸만 안 나면 괜찮아요. 물론 너무 심하게 농땡이 치면 짤릴 수도 있습니다.

4. 이렇게 직장 생활에 "야근은 비정상적이다"라는 개념이 다들 머리에 있으니... 어지간해서는 야근을 시키지도 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저기 실리콘밸리나 그런 유명한 회사들 얘기 들어보면 한국보다 빡세게 하는 곳도 많이 있긴 합니다만 그냥 그저 그런 적당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5. 야근도 별로 없지만, 더 중요한 건 "애들 때문에" 라고 하면 모두가 excuse해 줍니다. 일 하다 중간에 애들 ride 하러 가도, 애들 학교에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업무에 빵꾸만 내지 않는다면요. 왜냐하면 매니저나 팀장이나 누구나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6. 정리하면... 미국은 직장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고, 야근이 별로 없는 좋은 워라밸에, 아이들 관련된 일에 대한 모두의 관대함 등이 어우러져서 사회적으로 애들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거 지금 사장/임원 등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 다 은퇴하시고 지금의 젊은 직원들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꿈도 못 꾸는 상황입니다.

7. 회사 생활 수십년 하신 사장/임원들 마인드를 정부에서 돈을 푼다고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못 바꾼다에 한 표 던집니다. 사람 더 뽑아서 직원들 1인당 업무량 줄여서 워라밸 높이자고 하면 "그럼 일 적을 땐 걔네들 놀잖아?" 이렇게 나올 확률이 99.9%입니다. 저 같은 엔지니어들은 사실 놀면서 이런 저런 고민하다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거 절대 눈 뜨고 못 보십니다.

사실 별 내용 아닌데 그냥 밤에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좀 끄적거려 봤습니다. 저기 적은 게 미국 전역에 해당되는 건 아니구요, 그냥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저렇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반박 시 제가 틀린 것을 인정합니다.)

저도 한국인이고 아직은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라 고국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에... 인구가 눈에 띄게 팍팍 줄어드는 게 참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