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그로 ㅈㅅ.. 자전적 이야긴데 새벽감성 물씬이라 속 안좋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여😭

생각이 있었다

나 혼자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영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

그 안에는 나태함이 있었다

하고 싶은건 많고 갖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 줄 만큼 노력하기는 싫은 나태함

더 기저에는 불확신이 있었다

내가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내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들을 채워줄 대상을 찾아왔다

나는 쉬운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그 대상은 대부분 남자였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줄 남자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하면 의지할 남자

그러다 보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의지하게 됐다

어느순간 그 대상들은 나의 생명 유지장치가 되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스스로 호흡조차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존재들의 상실은 나에게 죽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죽기싫어 그 유지장치를 끊임없이 교체해 가며 생존했다

그렇게 20대 초중반을 타인에게 온전히 자아를 의탁 한 채로 살았다

그리고 나에겐 항상 필요한 것을 채워줄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사용중인 유지 장치의 수명이 다해 교체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당장에 대체할 여분이 없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꼼짝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나는 미칠듯한 두려움에 이미 고장난 기계에 호흡을 맡긴채 괴롭게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발버둥에도 무심하게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나는 죽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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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다른 유지장치를 찾아낸 것이다

너무 낡아서 못 알아 봤지만 지금 까지의 것들과는 다르게 걱정 없이 평생 사용 가능한 유지장치였다

그렇다

더 이상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사람이 없어 삶이 끝났다 생각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행색의 한 사람이 반가운 눈으로 나를 맞이했다

얼마나 외면한 것인지 존재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26년간 한번도 내 곁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그 사람은 바로 나

내 자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