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 연휴도 끝났고 해서, 거의 1달만에 적어본다.

5월에는 그다지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았다. 살다보면,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갑자기 어떤 일이 하고싶거나 안하고싶은 때가 있다.

음악감상도 그런 때가 있다. 음악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을 때가 있는데, 5월이 좀 그랬던 것 같다.

(2) 그냥 5월에 들어본 음악을 언급하자면, 일단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2번 정도 들었다.

다른 분들도 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게에 '바흐 - <마태수난곡> 감상을 위한 마태복음'을 몇 번에 걸쳐 게시하기도 했다.

<마태수난곡>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감상법을 적어볼까 했는데, 왜케 귀찮은지..ㅠㅠ

그냥 들으면 되긴 하는데, 대략적인 배역이 어떻게 되는지를 처음에 알고 들으면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어서 그것을 적어보려고 했었는데,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그리고 나처럼 비기독교인에다가 성경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뭔소린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하기야 그런건 검색해보면 많이 나올테니 내가 굳이 적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 바흐의 <6개의 파르티타>는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로 거의 매일 들었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쉬프의 <파르티타> 음반은 나를 언제쯤 놔주게 될까?

보통 하나의 음반을 수십번 쯤 들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근데 이 음반은 도대체 질리지를 않는다.

언제부터 들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지만 수백번을 들어도 안질린다... 잠깐 질릴때도 있었지만 며칠 지나지않아 또다시 찾게되는 나를 발견했을때는 약간 징글징글 하기도 했다. 이 음반 듣느라, 다른 레퍼토리에 소홀하게 된 점도 꽤나 크기 때문이다.

음악 감상이라는 것도 꽤나 집중력을 소모하는 것이어서, 2장을 다 듣고나면 피곤해서 다른 음악 듣기가 힘들다.. 나이탓인지 뭔지..ㅠㅠ

(4) 마지막으로 5월에 가장 여러번 들었던 음악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어본 곡이었는데,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 이라고 알려진 곡이다.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때는 뭔곡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었는데, 클래식이 아닌 느낌도 있었다. 확실히 최근 작곡가라 그런지 몰라도 보수적인 고전음악의 기준으로 본다면, 뭔가 좀 '이단적인'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특히 연휴나 주말만 되면 기가막히게도 날씨가 우중충해졌던 5월이었는데, 좀 분위기 살리려는 취지에서 다시금 오랜만에 꺼내들은 곡이었다.

(5) <로마 3부작>은 <로마의 축제>,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분수> 이렇게 3곡이 있는데, 나는 앞의 두 곡을 특히 좋아한다.

각각의 곡은 4개의 부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서, 하나의 전체적인 곡을 이루는데,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 도대체 전체적으로 어떤 곡인지 한참이나 감이 오질 않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나 말러의 곡들처럼 휘황찬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특히나 인상적이었고, 약간의 몽환적이면서 자연적인 느낌의 부분들도 좋기는 한데, 형식적으로 어느정도 엄격한 작품들을 듣다가 이 곡들을 들으면 도대체 곡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여러 교향시들과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슈트라우스는 나름대로 상당히 형식적인 구조가 돋보이고, 처음 나온 주제들이나 유도동기 같은 선율들이 나중에 다시 연상되기도 하는 등의 기법을 통해 완전히 자유로운 형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서, 레스피기의 이 곡들은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을 갖고있어서, 처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부터 쭉 들으면 어디로 가는지 헤아리기가 무척 힘들다. 물론 뭐 이렇게 듣는 것도 흘러가는대로 자유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 레스피기의 이 곡들을 듣기 위해 제목이라든지, 그 각각의 제목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게 좋다.

나도 예전에 알아보려 했으나, 제목이나 그 의미들을 우리가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기 조국인 이탈리아에 관련한 심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깊이 파고들어 알려고 하자면 알 수도 있겠으나, 그정도의 수고를 들여가면서까지 난 알고 싶지 않았다.

예를 들어, <로마의 축제>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① 키르켄세스(Circenses)

② 주빌리(Il Giubileo; The Jubilee)

③ 10월제(L'Ottobrata)

④ 주현절(La Befana; Epiphany)

이것을 보고 뭔지 알겠는가? 알고자 하자면 알겠지만 난 귀찮았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지금껏 잘 즐기면서 들었다.

그나마 '주현절' 이런건 객관적인 뜻이라도 있으니,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로마의 분수>의 제목을 보자.

① 동틀 무렵 줄리아 계곡 분수 (La fontana di Valle Giulia all'Alba)

② 아침 트리톤 분수 (La fontana del Tritone al mattino)

③ 한낮 트레비 분수 (La fontana di Trevi al meriggio)

④ 해질녘 메디치 빌라 분수 (La fontana di Villa Medici al tramonto)

무엇이 떠오르는가? 

<로마의 소나무>의 제목을 보자.

① 보르게세 빌라 소나무 (I pini di Villa Borghese)

② 카타콤 가까이 있는 소나무 (Pini presso una catacomba)

③ 자니콜로 언덕 소나무 (I pini del Gianicolo)

④ 아피아 길 소나무 (I pini della Via Appia)

???

레스피기는 러시아까지 가서 바이올린 주자로 악단에서 활동했었고, 아마 조국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으로 이런 것들을 작곡했을 거라고 보통 설명을 하는데, 이런 세부적인 소나무들과 분수들에 대한 그의 감정을 파악하기란 우리 일반인으로서는 쉽지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난 더이상 알아보는 것을 하지 않았고, 그냥 음악만 즐겼다. 

"많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 라는 말이 여기에 통용될 수 있지 않을까???

(7) 마지막으로 음반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고 끝내겠다. 음악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싶으나, 그건 그냥 각자 들어보면 될 일이다.

음반도 꽤나 많이 있고, 보통은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들이 잘한다고 알려져있다. 뭐 그거야 대수로운건 아니다. 예를들어, 러시아음악을 러시아인들이 잘 한다는게 특별한건 아니지 않은가?

근데, 예상 외로 유명한 음반들 중에서 <3부작> 모두를 한 음반에 담은 음반이 많지 않다. 

일단 꼽히는 지휘자는 토스카니니 인데, 역시 옛날 50년대 모노녹음이라 음질의 한계가 뚜렷하다. 

내가 처음 접한 음반은 프리츠 라이너의 50년대 말 음반인데, 이것도 연주나 음질은 꽤나 괜찮긴 하다.

리카르도 무티도 3개의 음악을 하나의 음반에 다 담고 있고, 많이 꼽히는 음반이긴 한데 관악기가 왜케 소극적인지 모르겠다.

그 외에 뒤뜨와 등을 들어봤으나, 그냥 나의 결정반은 로린 마젤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로마의 분수>는 빠져있고, 그 대신에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금계>(황금닭) 중에서 '모음곡'의 형태로 4곡이 담겨있다. 

레스피기가 코르사코프에게서 작곡을 사사받아서 코르사코프의 음악이 같이 담겨져 있는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래의 음반이다.

이 음반이 음질도 좋고, 각 악기의 사운드와 함께 관현악의 사운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음반에 정착한 이후로, 다른 음반을 굳이 찾아서 듣지는 않아서 그 이후로 나온 것들은 잘 모르겠다.

<로마의 분수>만 다른 음반들에서 보충하면 될 것이다.

가장 신나고 떠들법썩한 <로마의 축제> 마지막 악장을 링크로 걸며 이 글을 마친다. 

왠지 난 이곡을 들으면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이 디카프리오의 3등석에 따라가서, 싸구려 술을 먹고 '천박한' 춤을 추면서, 거침없이 노는 그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