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중국은
살기좋은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인구도 많은 나라인데도
연달아 외세 또는 이민족에게 정복당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복자로 들어온 외세가 그 땅에 정착하게 만들고, 결국 그 땅에 사는 사람들로 만들어온
놀라운 수용능력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인도의 대제국인 무굴 제국은
몽고 칭기즈칸의 후손이라는 바부르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남하하여 델리를 정복하고 세운
이민족 정복 왕조입니다. 그래서 무굴 제국의 최대 영억은 지금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지금의 인도 대부분을 더한 정도로 아주 컸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원정을 가서 정복을 한 왕조지만, 인도 땅에 정착하였고 인도인들에게 자기들의
왕으로 받아들여졌죠.
무굴 제국 전에도 인도는 '아리안 정복'이라는 역사가 있습니다.
원래 토착민인 드라비다족들이 살던 인도대륙에, 유럽에서 앞선 문명을 가지고 백인종인
아리아인들이 쳐들어가서 북인도를 정복하고 원주민들을 피지배 계급으로 만들고 지배합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인도에 그 영향이 짙게 남아서, 정복자들이 상위 카스트를 차지하고 피정복자인
인도 원주민들은 하위 카스트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인도의 상류층들은 살결은 커피색이지만 높은 코와 큰 눈을 가진 유럽인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반면 하류층들은 더 짙은 색 살결에 작은 코와 납작한 코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서세동점은 16세기가 아니라 훨씬 더 전에 인도에서 이미 벌어진 건지도 모릅니다.
인도가 200년이나 영국의 식민지로 살면서도 그렇게 격렬한 저항을 한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인도 사람들이 영국에 대해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것과 같은 그런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피정복의 역사를 엄청난 치욕으로 여기고 공교육에서조차 반일감정을 심고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도의 역사를 알고 본다면, 그 전보다는 이해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 또한, 근대에 중국을 침략했던 서양 열강들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에 가지는
반감 만큼이나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뜻밖에 자신들을 철저하게 정복하고 지배했던
몽고족이나 만주족에 대해서는 그다지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자 그런데,
인도가 영국에 정복되어 가는 역사는 이게 또 이야기가 다릅니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이상한 면이 많거든요.
우선,
인도 전역을 정복한 것은 사실 영국의 정규 군대가 아닙니다.
인도제 옷감과 차를 수입하기 위해 상관을 설치해 운영하던 동인도 회사가, 자체 경비를 위해
처음 고용하기 시작한 인도의 용병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세포이'입니다.
근데 이 세포이들의 출신 성분이 골때립니다.
무굴제국까지 인도의 군인은 귀족들의 직업이었습니다. 무기를 가지고 남들을 지배하는 자리에 서는 것이니,
카스트상 당연히 상류층의 직업이었겠죠?
그런데, 인도의 귀족이면서 외국 회사의 용병이 되는 것을 이 인도의 귀족 카스트들이 어떻게 여겼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전혀 수치스럽게도, 이상하게도 여기지 않았습니다.
동인도회사는 인도인들에게 있어서 자기 나라를 정복하려는 무서운 외세가 결코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말이죠.
그리고 한국의 세계사교육이 하도 부실하다 보니, 우리는 영국군이 무굴제국군과 대결하여 결국 무굴제국의
영토를 완전히 빼앗고 인도를 정복하여 식민지로 만든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1700년대부터 무굴제국은 급속히 쇠퇴하여 계속해서 쪼그라듭니다. 1750년쯤인가가 되면 델리 인근의, 전체
인도의 4분의 1인가 5분의 1인가밖에 안 되는 영역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나머지 인도땅은 그냥 빈 땅이었는가?
그럴리가 없죠.
중국 청나라 말기처럼, 무굴제국이 장악하지 못한 인도의 각 지역들은 지역의 호족들이 군웅할거하여 중국이나
일본의 춘추전국시대처럼 갈기갈기 나뉩니다.
서양 열강들은 17, 18세기에 바로 이런 인도의 상황을 이용하여 요지를 정복하고 인도를 정복해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델리 인근만 차지하고 있는 무굴 황제는 그런 외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신경을 쓴다한들
유럽의 군대를 내쫓을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도 여기저기, 포르투갈도 여기저기, 물론 영국도 여기저기를 차지하고 그곳을 본부로 인근 지역을
정복해 나갑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인도의 북동부, 남부를 크게 차지하고 있다가 18세기에 한번 크게 싸웁니다.
여기서 영국이 이기게 되고, 그래서 프랑스는 인도에서 쫓겨나고 영국이 인도대륙의 강자로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델리 인근을 빼고, 자발적으로 영국에 투항해 자기의 왕 또는 지방영주 자리만 보전하고 중요한 통치권은
-이를테면 군사권과 외교권, 과세권 등이죠- 영국에게 팔아넘긴 인도 각지의 매국노 영주들의 땅을 빼면 거의 모든
지역이 동인도회사군에 의해 정복되는 것입니다.
근데 이 동인도회사군은 대부분이 인도인들이었던 거죠, 인도인들이 영국 회사의-영국 정부도 아니고- 봉급을 받으며
용병으로서 동족들이 사는 다른 지역들을 영국인들의 무기와 군사 제도를 가지고 정복해 나간 것입니다, -_-;;;
그리고 한국 세계사책에도 나오는 세포이 독립운동이 일어나지만, 이때는 영국 본국의 군대가 나섭니다.
그리고 바보같은 무굴 황제는, 자기들의 국민들이 자기를 다시 왕으로 세워 주려는데도 용기있게 나서지도 못하고
지리멸렬 눈치만 보고, 매국노로 처벌당하면 자기들의 특권과 지위를 잃을까봐 겁낸 각 지방의 호족들은 멍청하게스리
영국에 붙습니다.
조선이 일본에 차근차근 넘어가던 시기와 어쩌면 이렇게 비슷합니까, 그렇죠?
뭐 그리하여,
결국 세포이군은 영국 본국군대에 박살(-_-;;)이 나고,
다시 진짜 인도의 황제가 될 수 있으려나 하고 잠시나마 꿈에 부풀었던 마지막 무굴 황제는 폐위되어 영국에 의해
버마로 옮겨져 거기 유폐되어 살다가 죽게 됩니다. 적어도 대인배 영국은, 무굴 황제를 바로 처형해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국 본국은, 일개 사기업이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오로지 장삿속으로 다루며 영국 본국의 국위를
실추시키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면서 동인도회사의 특권을 회수하고 영국 왕이 인도의 황제가 되게
법을 바꿉니다.
그 결과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왕의 공식 칭호가 '영국과 아일랜드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의 왕이며,
인도의 황제이신 대영제국 국왕 폐하'가 되는 것입니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 정복, 지배의 역사에서도,
이렇게 본국의 왕이 식민지의 공식적인 왕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식민지는 왕의 대리인으로 총독이 파견되고, 총독이 그 식민지의 대빵이지
왕이 그 지역의 대빵이 되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영국의 왕은 공식적으로 인도의 대빵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식민지 얼마 가져보지 못했고, 주요 식민지가 다 본국에서 가까왔던 일본의 경우는 당연히
조선과 대만에서도 '동경의 천황폐하는 우리의 천황폐하'였지만 말입니다, ^^;
정복왕조의 왕을 자신들의 왕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 왕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일은 인도에서는 세포이 항쟁이 있었고,
중국에서도 의화단 운동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참 신기한 나라죠? 프랑스와도 비슷한 면이 많고, 인도와도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크고 이웃 나라들로부터 끝없는 침략과 정복을 당한 나라들은 비슷한 면을 가지게 되는 건가봅니다.
오늘날의 프랑스가 있게 된 것도, 로마의 정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로마가 프랑스(갈리아)를 정복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날의 프랑스는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포실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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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포실
1881년? 세포이 항쟁때 인도인들을 배신한 그 지방 영주들인 마하라자들을 아직도 존경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는 마하라나 라고 신으로 승격화해서 추앙하는 것도 뭐....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