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을 알아보자면, 우선 조선총독부가 주도적으로 쇠말뚝을 박았다는 말은 많지만 그런 기록은 발견할 수 없다.
쇠말뚝을 박아서 지맥을 끊는다는 발상 자체가 우리나라의 풍수지리 전설에서 등장하는 것이며, 풍수지리라는 개념이 매우 약한 일본에는이와 비슷한 전설이 전혀 없다.(근데 대만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쇠말뚝 박기 전설이 있다.) 애초에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인들은 풍수지리라는 개념 자체를 미신으로 취급했다. 미신을 역으로 이용해서 정신적 공격을 하려는 의도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아무도 몰래 박아놓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하나의 단체,혹은 일제 정부가 주도했다고 하기엔 말뚝 모양과 크기 등이 전부 제각각이다.
애초에 술객들이나 풍수가들 사이에서도 억지로 명당을 잡거나 저주를 거는 행위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고 하는데, 일제가 이런 쪽에 대해 잘 알았다면 그런 것도 알았을 텐데 과연 했을까?
소설작품에서도 자주 이야기가 나오는데, 퇴마록에도 비슷한 소재가 등장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도 지금은 철거된 조선총독부 지하에 설치된 쇠말뚝을 가지고 전개한 얘기인데, 얘기가 너무 허무맹랑하다. 예를 들어 서울이 우주의 정기를 끌어모으는 입구라 일본이 쇠말뚝으로 정기를 차단했다나..
이와 비슷한 풍수공격은 지금도 믿는 사람이 있어서, 유명한 위인이나 특정 조상의 묘에 쇠로 된 칼붙이를 집어넣어서 그 자손의 정기를 끊어놓는 저주계열의 주술로 사용되기도 한다. 90년대 중후반에 어떤 정줄 나간 무당이 위인의 묘에 그런 짓을 한 적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다만 이걸 갖고 쇠말뚝 박기의 범인을 일제가 아닌 무당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당들 사이에서도 그런 짓은 qt 취급을 받는데다, 기껏해야 개인이 작은 날붙이나 긴 철침을 묻는 수준과 여러 인력이 동원되어야 할 수준의 쇠말뚝을 박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풍수적으로 땅에 뭔가를 박아 정기를 끊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행위를 함으로써 과연 이 땅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는 큰 의문이 든다. 중금속의 오염이면 몰라도...
사족으로, 원래 이 땅에 최초로 쇠말뚝을 박았던 사람은 임진왜란 당시 파병온 명의 이여송이라는 전설이 있다. 문제는 너무 쇠말뚝을 박다가 자신들 조상 지맥을 끊어버려(혹은 산신령이나 도인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자폭했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민간설화에 불과하다.
이여송이 읽은 것은 어디까지나 장군으로서의 전술적인 이해로 지세를 읽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장군(그것도 요동에서 유목민 때려잡던 무장)이 조선의 풍수지리에 능통할 리도 만무하며, 그 풍수를 응용하여 조선땅에 해를 끼치는 류의 짓을 했다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 조상 운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사실 이러한 설화는 임진왜란 때 왜군장수가 어디에 칼을 꽂았네 하는 식의 얘기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가능성이 없다. 그냥 당시 민심을 반영한 정도의, 도시전설 조선시대 버전 쯤으로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맥 치는 이야기는 제주도에도 있다. 현 제주도 용두암이 대표적인데, 송나라 사람이 와서 제주도의 왕기를 끊으려고 용두암 뒤에 칼집을 내가 용두암이 몸을 뒤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뭐 그 사람도 용두암이 몸을 뒤을면서 풍랑이 일었다고 하니 무사하지는 못했겠지만...
쇠말뚝의 정체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측량용으로 꽂은 것과 과거 국군 임시 막사 설치시 꽂아 놓고 잊어 버린 것이 대부분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위 사진의 몇몇 쇠말뚝을 보면 위가 고리형으로 된 게 군인들이 임시 천막 설치할 때 쓰는 그거랑 똑같이 생겼다. 심지어는 말뚝에 한국 정부 각인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뭐 리얼스토리 묘나 유사 프로그램에서 나온 쇠말뚝을 제거하는 단체에서는 쇠말뚝을 발견하면 바로 뽑지 않고 관공서에 연락해 쇠말뚝을 측량/공사 등의 목적으로 설치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본 뒤 그런 법적인 절차가 없는 것을 뽑아버린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쇠말뚝 뽑기를 반일감정에 의한 과도한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듯. 일본 위키페디아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Fan death와 비슷한 맥락
이 글 자체가 여기저기 많이 떠도는 글이라 원 출처를 모르겠네요..
결론은
1. 조선총독부 주도로 했다는 증거(예산 배정이나.. 기록이나..)를 찾아볼 수 없음
2. 일본인들은 원래 풍수같은거 안함 & 조선의 그런 풍습을 '미신'이라고 여겨 박살내고 싶어했음
3. 나오는 말뚝들이 다 제각각인데다 측량용/텐트 설치용의 말뚝이 많이 보임
따라서 구라이다.. 라는 건데
개인적으론 누가 민족의 혈을 막겠다고 땅에 쇠말뚝 처박으면 그냥 비웃어주고 싶네요.
참고할만한 블로그들
http://orumi.egloos.com/4555945
http://socio1818.egloos.com/3578733
http://daemang.egloos.com/5447261
http://veritasest.egloos.com/159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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