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에서 고려시대의 풍속을 들여다 봅니다- 즉 1123년의 고려인들의 모습입니다.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편으로, 가장 처음으로 눈에 띄는 구절은 '백성들이 글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구절입니다.

역시 문맹률 세계최소국가다운 포스를 고려시대부터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고려는 땅이 넓지 못하나, 백성이 매우 많다.사민(四民)의 업(業) 중에 유(儒 선비)를 귀히 여기므로, 그 나라에서는 글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산림이 지극히 많고 땅이 넓고 편평한 데가 적기 때문에, 농민이 장인[工技]에 미치지 못한다.
 (주: 농업보다 기술이 더 우대받았다는 뜻인데, 사농공상의 조선과는 사뭇 다른 표현입니다. 혹은 숫자가 못미쳤다는 의미가 될수도 있겠습니다.)

주(州)나 군(郡)의 토산(土産)은 다 관가의 공상(公上)에 들어가므로, 상인은 멀리 나들이하지 않는다.
 다만 대낮에 도시에 가서 각각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필요한 것을 서로 바꾸는 것으로서 만족하는 듯하였다 .
 (주: 관에 소속된 공상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은혜를 베푸는 일이 적고 여색(女色)을 좋아하여, 분별 없이 사랑하고 재물을 중히 여기며,남자와 여자의 혼인에도 경솔히 합치고 쉽게 헤어져 (주: 조선시대와 다른 남녀관을 보여주는 구절로 많이 인용됩니다),전례(典禮)를 본받지 않으니 진실로 웃을 만한 일이다.

지금 그 나라의 백성을 그림으로 그리되 진사(進士)를 편(篇)의 첫머리에 둔다 농상을 업으로 하는 백성은, 농민은 빈부의 차이 없이, 상인은 원근의 차이 없이 다 백저포(白紵袍)를 입고, 오건(烏巾)에 네 가닥 띠를 하는데, 다만 베의 곱고 거친 것으로 구별한다. 나라의 관인이나 귀인(貴人)도 물러가 사가(私家)에서 생활할 때면 역시 이를 입는다다만 두건(頭巾)의 띠를 두 가닥으로 하는 것으로 구별하고, 간혹 거리를 걸어갈 때에도 아전[吏]이나 백성이 이 두 가닥 띠를 보고는 피한다.

실존하는 고려시대 백저포사진입니다.

2011년 (작년) 중앙대 국악학과 학생들이 110여년만에 부활시켜서 졸업식에서 학창의와 함께 입었죠 (중국언론에서 오히려 관심).

사실 오건은 까마귀 두건이란 뜻으로, 검은 색의 두건을 총칭하는 것같습니다. 여려 형태가 있으니 이런 모양이 고려것이라곤 할수 없겠죠. 아무튼 저러한 검은 두건을 일반 농민, 상인, 관인, 귀족등이 모두 썼고, 다만 띠의 숫자로 2개면 귀족과 관인, 4개면 평민으로 구별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현 가능하겠죠.

문라(文羅)를 중히 여겨 두건 하나의 값이 쌀 한 섬[石] 값이 되어 가난한 백성은 이를 장만할 만한 돈은 없고 (주: 문라는 '라'라는 직조기술의 일종)
 

상투를 드러내고 다니면 죄수(罪囚)와 다름없으므로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여 죽관(竹冠)을 만들어 쓰는데,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여 전혀 일정한 제도가 없다. (주: 흔히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하는데, 이를 보면 적어도 고려중후기부터 이런 전통이 일반적이었슴을 볼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짧은 갈(褐 거친 옷)을 입고, 아래에는 바지를 걸치지 않는다.(주: 바지를 걸치지 않는다니 대단하군요) 배마다 10여 인이 밤에는 갑판을 울리고 삿대를 두드리며 노래 부르며 서로 화답하여 거위와 따오기의 무리가 우는 것 같이 시끄럽기만 할 뿐 (주: 12세기초 당시에도 격음 경음이 강한 우리말의 특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조금도 소리의 곡조나 감정이 없으니 대개 그 풍속이 그러하다.(주: 그건 중국인 서긍의 생각일뿐- 달리 말하면 고려의 곡들이 송나라의 일반서민곡들과는 판이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