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결국은 펀더멘탈이다 (1편, 데이터로 보는 서울 부동산 매매가의 흐름과 전망)"을 올렸고, 이번주는 그 후속편으로 "결국은 펀더멘탈이다 (2편, 데이터로 보는 서울 부동산 전세가의 흐름과 전망)"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지난주에 올린 글의 후속편 성격이므로 지난 글을 읽고 오시는게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a

전세가의 중요성은 원래 컸지만 현 시점에서는 더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서울 부동산의 매매가가 전세가에 기대는 부분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수준이 전고점(2008년 2분기)을 훌쩍 넘어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2017~20년에 25% 내외에서 머물던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이 2021년에 40%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높은 전세가가 8년 연속 상승한 서울 부동산을 지탱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난주에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전세가의 향방은 서울 부동산의 매매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 글은 과거 서울 부동산 전세가의 흐름을 되짚어보면서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해보기 위한 글이 되겠습니다.

우선 서울 부동산 전세가에 대한 세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야 할거 같습니다.

① 서울 전세가는 서울 입주 물량에만 영향을 받는다

서울 전세가 전망을 할 때 서울 입주 물량만 확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착안해서 임대차3법 시행으로 임대차 시장이 왜곡된 2020년을 제외하고 2011~19년에 입주 물량과 전세가 상승률간 상관계수를 뽑아보았는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간 상관계수는 -0.26으로 음(陰)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는 확인되나 이보다 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으니 바로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간 상관계수는 -0.61로 매우 높은 음(陰)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과 1년뒤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간 상관계수는 -0.69로 좀더 높은 음(陰)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즉,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1년뒤의 등락폭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령 2015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동탄2신도시 여파로 화성시 전세가가 2017년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북쪽에 인접한 수원시 전세가가 그 다음 분기인 2017년 2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바로 북쪽에 인접한 용인시 전세가가 그 다음 분기인 2017년 3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바로 북쪽에 인접한 성남시와 서울시 전세가가 2018년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갔습니다. 즉,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동탄2신도시 입주 물량이 계속 파도를 타듯 인근 지역에 영향을 미치다가 1년후 서울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2018년 2분기의 서울 전세가 하락은 당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았기에 동탄2신도시 입주 영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서울 전세가의 향방은 수도권 전체 아파트 입주 물량의 많고 적음을 따지고 전망하는게 맞습니다.

② 입주 물량에서 조합원 물량 비중이 높으므로 실제 입주시 별 영향이 없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완공되어 입주하더라도 조합원 비중이 높으므로 별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사실 그렇게 볼 순 없죠.

조합원들은 완공전 "어딘가"에 살고 있으며,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되어 조합원들이 완공된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기면 현재 살고 있는 그 "어딘가"는 비게 됩니다. 그렇게 비게 된 집은 매매의 형태가 되었든 전세의 형태가 되었든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즉,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는 "순공급" 효과가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③ 입주 물량보다는 멸실 물량까지 고려가 되어야 실질적인 물량 부담이 확인된다.

우선 "멸실 물량"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포주공1주구, 신반포3차/경남, 개포주공1,4단지, 둔촌주공 멸실 당시 해당 단지가 속한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의 전세가 상승률과 서울 한강 이남의 전세가 상승률을 비교해봤는데, 놀랍게도 반포주공1단지 멸실때만 서초구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았지, 신반포3차/경남, 개포주공1,4단지, 둔촌주공 멸실때 해당 구의 전세가 상승률은 서울 한강 이남 전세가 상승률보다 낮았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대규모 단지가 멸실되면 그 주변 지역의 전세가가 급등해야 맞는데요.

이는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노후화되어 조합원보다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다 전세가도 주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있어 멸실을 하더라도 세입자가 주변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게 됨으로써 주변 지역의 전세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예외적으로 반포주공1주구 멸실때 서초구의 전세가 상승률이 서울 한강 이남보다 높았던 것은, 해당 단지는 대형 평수가 많아서 조합원 거주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과거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데이터인데,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인용해봅니다.

위 표는 서울 아파트의 연도별 입주 물량과 멸실 물량, 순공급 물량(=입주 물량-멸실 물량), 그리고 수급의 영향을 제일 잘 받는 연도별 전세가 상승률입니다.

연도별 입주 물량과 전세가 상승률, 그리고 연도별 순공급 물량과 전세가 상승률.

언뜻 보면 입주 물량에서 멸실 물량을 뺀 순공급 물량이 전세가 상승률과 보다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게 맞을텐데 실제 표에는 어떻게 나와있을까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멸실 물량이 입주 물량보다 많아, 순공급 물량도 마이너스였던 해였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는 해당 기간의 전세가는 폭등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표를 보시면 전세가 상승률은 해를 거듭할 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상하네요, 멸실이 입주보다 많은데 전세가 상승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입주 물량만 보시면 어떤가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입주 물량이 늘고 있는데, 전세가 상승률도 매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이를 볼 때 전세가 상승률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이 입주 물량인지 순공급 물량(=입주 물량-멸실 물량)인지는 명확히 드러난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곧, 멸실 물량을 반영한 "순공급 물량"보다 "입주 물량"이 서울의 전세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멸실 물량이 서울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작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가 세입자 거주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다 전세가도 낮아서 멸실시 주변 지역에 영향을 그다지 못 미쳤다는 것이 숫자상으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일단 이러한 오해를 바로 잡으면서 내린 결론은, ① 서울 전세가의 향방을 전망할 때 수도권 전체 입주 물량으로 가늠을 해봐야 하고, ② 멸실 물량은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을 살펴볼까 합니다.

일전에도 드린 말씀이긴 합니다만 2020년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5만 7천여호로 역대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3법(정확히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전세 유통 매물 급감으로 하반기 전세가가 급등하였습니다. 내버려두었다면 전세가가 하향 안정화될 상황이었음에도 오히려 전세가가 올라버린 셈이죠. 다시 말하면, 이는 펀더멘털 대비 전세가가 올랐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임대차3법, 그 안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의 폐해에 대해 과거 호향기님이 간단하게 그 원리를 설명해주신 부분을 다시 소환시켜보겠습니다.

전세집이 10채가 있고 전세 수요가 12가구가 있다면 전세 경쟁률은 1.2대1이 되고 전세가는 이 경쟁률에 기반하여 형성됩니다. 그런데 전세집 10채에 거주중인 세입자 10가구 중 8가구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남은 전세집은 2채가 되고 전세 수요는 4가구가 되므로 전세 경쟁률은 2대1로 늘어나면서 전세가가 폭등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임대차3법이 시행되고 2년이 지나는 2022년 8월 이후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매물들이 다시 시장에 풀리게 되면서, 위와 같은 사례를 대입하면 전세 경쟁률은 2대1에서 1.2대1로 회귀하게 됩니다. 즉, 임대차3법으로 오버슈팅된 전세가가 펀더멘탈로 회귀할 여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상기와 같은 이유로 인해 전세가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아 먼저 급등한 전세가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하여 +0~5%만 올랐던 전세가 사이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매물이 풀리는 8월 이후 전세대란을 예상하시는 분들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가도 정책의 부작용으로 펀더멘탈 대비 오버슈팅한 부분이 있었고, 이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급으로 적은데도 불구하고 전세가의 급등이 초래되지 않은 이유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2023년 이후의 전세가는 어떨까요.

이는 결국 서울 부동산의 전세가의 향방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과 연관이 있다고 말씀드린 내용에 따라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입주 물량 추이는 착공 물량으로 예상하는게 맞다고 생각되는데요,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 추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7년 18.4만호 → 2018년 17.9만호 → 2019년 21.9만호 → 2020년 21.9만호 → 2021년 23.6만호로 증가 추세인 것이 확인됩니다. 해당 물량이 2~3년후 입주한다고 가정한다면 2023~24년의 연 평균 입주 물량은 2020~22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며 이는 2023~24년의 서울 부동산 전세가 역시 하향 안정화를 가능케할 요소로 판단됩니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건설 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올해 들어 아파트 착공 물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5.1만호로, 전년 동기 7.5만호 比 6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착공 물량 감소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따라서 현재 추세대로라면 서울 부동산 전세가는 2023~24년 하향 안정화, 2025년 상승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추정해봅니다. 상황의 변화가 생긴다면 다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