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에서 잭팟 터지고 권율은 나름대로 대박이었고, 원균 때문에 쪽박찼다죠.

원균이 누구애요

선조는 조선왕조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왕이죠. 임진왜란이라는, 한반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 지나간 시기의 군주였기에 대중적으로는 ‘임진왜란=선조’라는 이미지가 확립되어 있고 그로 인해 임진년 정유년을 걸쳐 일어난 7년 동안의 전쟁기에 온갖 쓰레기 짓을 다 한 사악한 암군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조선왕조 어떤 때를 손꼽아 봐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풍부했던 인재 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바로 선조대였습니다. 즉 뛰어난 인재를 발견하는 안목과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그리고 출신과 신분을 막론하고 발탁하는 과감성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선대인 명종 때부터 등용된 인물들도 적지 않았지만, 류성룡, 이이, 이원익, 오성과 한음, 이순신, 권율, 정인홍, 정문부, 정탁, 허준…물론 인재는 난세에 더 돋보이는 법이고 낭중지추처럼 부각되는 법이지만 재능이 보이면 파격적인 인사는 물론 허물도 덮으며 적합한 직책을 주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 그로 인해 그 재능들이 적재적소에서 발휘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조를 단순히 무능한 암군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죠.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거한 삽질들과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인 사실, 전쟁대처 등의 문제들, 수많은 왕으로써 무책임한 모습들을 보인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이죠. 그러나 오히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선조라는 인간이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고, 민족과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책임져야 하는 군주가 아니라 매우 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 계산기를 굴리며 행동하는 경영자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CEO가 되어 파격 승진시킨 이순신이 대박을 냈으니 참 대단하면서도 안 대단한 왕인 듯 합니다.

한편, 오다 노부나가 사후 나고야의 오와리군을 이어받아 전국시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고민은 여전히 막강한 영지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묘들이었죠. 통일을 했고 충성을 맹세했다고는 하지만 전국시대에 그것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나이가 든 히데요시는 아들 히데요리가 자신의 뒤를 이어 천하인이 될 기반을 닦아야 했는데, 동일본의 가신들인 이른바 '배부른 호랑이' 다테 마사무네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표면적인 충성을 했지만 영지도 멀고 컨트롤도 되기 힘들었으며 노부나가 이전부터 본인과는 같은 경쟁상대였기 때문에 이를 믿을 수는 없었죠. 자신의 충성 가신이라고 할 수 있었던 서일본 다이묘들 또한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전국시대를 거친 이들의 힘을 분산시킬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 패착이 된 게 바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것…히데요시는 전국시대를 통일할 만한 리더십과 군 사령관으로써의 영민함을 갖추고 있었지만 국가경영을 할 수 있는 통치력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리더십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다이묘들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전투지휘관이 되어야만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리스크였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조선정벌에서 히데요시는 또 하나의 큰 리스크를 안게 되는데, 막강한 동일본 다이묘군을 조선에 투입할 수 없었던 것. 자신의 친족들이나 충성스런 가신(가토 기요마사 등)이 주축이 되는 서일본 다이묘들의 경우 자신이 믿고 맡기거나 혹은 조선 정벌 시 땅을 네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사탕발림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었지만, 자칫 충성심에 대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동일본 다이묘들이 회군이라도 해 온다면....? 혹은 조선정벌이 성공하여 이들에게 더 많은 영지를 줘야 한다면....? 결국 이러한 의심병이 도져 임진왜란의 총사령관이 약관 20세에 불과한 햇병아리 우키타 히데이에나 정유재란 당시 15세에 불과했던  코바야카와 히데아키가 친족이라는 이유로 꼽았고, 이는 장기전으로 치달은 전쟁의 큰 족쇄가 되죠.

이 때문에 속전속결로 한양까지 치고 들어가 성을 점령하지만, 성이 함락당하면 성을 베개삼아 할복하던 자기네들과는 달리 군주가 살림살이를 바리바리 싸고 도망을 가버리자, 그야말로 벙-찐 상황이 되고 그 때부터 속전속결의 여파로 병참을 꼼꼼히 하지 않은 탓에 조선 현지에서 약탈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 이순신에게 보급로가 족족 끊긴 일본군과 전세를 추스린 조선 육군, 그리고 벌떼같이 들고 일어난 민병과 조선이 뚫릴 것을 염려한 명나라가 참전하면서 패퇴…전투 사령관으로써 카리스마도 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의 잠재적인 국력을 오판하고, 당대의 강대국인 명나라의 의지를 읽지 못했으며, 자기 군대의 능력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노환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결국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일본 다이묘들을 포섭, 전쟁에서 상처만 남기고 돌아온 서일본 다이묘들과의 운명을 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 정권을 잡고 에도 막부 시대를 열어젖히죠. 가깝고도 먼 나라의 물고 물리는 역사 이야기란 이래서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