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땅은 본래 생산이 불가능한 상품이지만, 가끔은 ‘생산’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바다를 흙으로 덮어 생산하는데, 1970년대에는 한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유수면매립사업’이라는 거였죠.
1969년, 서울시는 잠실 주변 한강을 메워 택지로 만드는 공사를 직접 하겠다고 건설부에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건설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결정을 미루다가 1970년 8월에 ‘민자사업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이 직후 토건회사들이 합작하여 ‘잠실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연탄재와 흙만 쏟아붓는 ‘경제적 공사’의 결과 75만 평의 육지가 생겼습니다. 이 중 11만 평은 제방과 도로로 국가에 귀속됐고, 나머지 64만 평은 토건회사의 소유물이 됐습니다. 토건회사들은 이 땅에 아파트를 지어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진짜 ‘한강의 기적’이었습니다.
유신 선포 직전에 사업 인가가 났기 때문에, 당시에도 토건회사들이 엄청난 액수의 ‘통치자금’과 뇌물을 바쳤을 거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뇌물’이 어떤 곳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아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언론들도 모른 체했죠.
당시 뇌물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또는 집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울시의 계획을 백지화하고 민간 기업들에 엄청난 이권을 넘겨줄 수 있는 정책 결정권자들.
(2) 자체 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던 서울시 관계자들.
(3) 터무니없는 특혜를 비판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인들.
그 시절 관행으로 보면 현금, 아파트 분양권, 주식, 취직자리 등이 ‘뇌물’로 제공됐을 겁니다.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의 초기 전개는 ‘공유수면매립사업’과 흡사했습니다. 처음에는 LH가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의 압력으로 ‘민간 개발’로 바뀌었습니다. 후일 LH에 사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압박한 새누리당 의원의 동생, 사업을 철회한 LH 간부 등이 뇌물 받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재명씨가 성남시장이 된 뒤에는 ‘역의 과정’이 진행됐습니다. 민간 개발업자가 ‘독식’하려던 개발 이익 중 일부를 성남시가 환수한 거죠.
추석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관련 논란이 뜨겁습니다.
개발 관련 비리는 우리 현대사의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겪었고, 패턴도 유사하며, 누가 비리의 주역인가를 아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의심할 대상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1) 공영개발 계획을 철회시키고 민간개발로 전환하도록 한 자.
(2) 개발지 부근에 땅을 가졌거나 가지고 있는 자.
(3) 개발지에 건립된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거주 중인 자.
(4) 개발업체에 친척이나 지인이 취업해 있는 자.
(5) 언론매체를 통해 공영개발보다 민간개발이 낫다고 주장했던 자.
‘부동산 개발’은 겉보기에 이익 보는 사람만 있고 손해 보는 사람은 없는 사업입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부동산 개발 이익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고 배가 아픈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배가 아프다고 머리까지 나빠져선 안 됩니다.
공영개발을 중단시키고 민간개발로 전환시키는 건, '부패한 자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리는 ‘공적 검증’이 없는 영역에서 생겨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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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 땅땅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