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을 용접해 0.3평의 감옥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470억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지옥에 다시 갇혔다. 1인당 100억에 가까운 금액이다. 돈으로 사람을 죽이는 소송이며 돈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짓밟는 위헌적인 소송이다.

1990년 이래 사용자에 의해 청구된 손해배상액만 3,160억원에 달한다.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야만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조합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린다. 일명 ‘노란봉투법’이 전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에는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일부를 제한하자는 ‘노란봉투법’ 내용이 담겨 있다.

‘폭염 속 온열환자 속출’,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들’ 매년 한여름이면 쏟아지는 기사들이다. 택배노동자, 배달플랫폼노동자 등 이동노동자들은 폭염이 두렵다. 택배물류센터 현장에서는 에어컨은 꿈도 못 꾸고 선풍기마저 고장 나 노동자가 사비를 들여 선풍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노동조합의 요구에도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 CJ대한통운, 쿠팡 등 본사에서는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으며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조합의 손을 들었다.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지만 수백만 이동노동자들에게는 절박한 요구였다. 이제 법으로 정리할 차례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노조법 2·3조는 노동자가 ‘나를 직접 고용한 사람인 실질적인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게 해달라’라는 요구다. 또한 노동자가 정당한 쟁의활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470억 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를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이다.

너무도 당연한 요구가 법으로 보장되려는 시기에 너무도 극악무도한 노동탄압 살인정권이 들어서 있다. 노동자를 퇴치대상으로 여기는 윤석열 정권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파업으로 낙인찍고 무차별 압수수색과 파업손해액이 8,000억이라고 협박하며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을 압살하려 했다. 정권이 직접 노조를 탄압하며 재벌 대기업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살인정권의 만행은 오히려 노조법 2·3조 개정이 왜 필요한지 전국민이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조합만 때려잡으면 된다고 생각한 윤석열 정권의 적은 노동자, 농민, 서민 등 민생파탄 폭압정권에 저항하는 모든 민중이 되었다.

전체 민중의 요구가 담겼기에 오는 16일 개원하는 국회 임시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다. 노동법에서 배제되고, 중간착취와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이제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을 거부하는 것이다.

권력이란 민심이라는 물 위에 뜬 배와 같다는 말이 있다. 배를 뒤집을 수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민심의 지지를 받는지 여부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노동탄압, 민생파탄, 경제폭망, 사대매국, 굴욕외교, 부정부패, 국정농단, 전쟁도발... 윤석열 정권을 상징하는 말들 어디에도 민심의 지지는 없다.

윤석열 정권이 노조법 2·3조 개정안 마저 거부한다면, 이미 암초에 걸려 좌초 중인 윤석열호는 폭발한 민심의 태풍을 만나 산산조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