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민주당을 지지했었나(= 왜 극우 보수를 극혐하나)6

'쟤도 되니까 우리도 된다'라는 식이라면 그냥 맘 편하게 국힘을 지지하는 게 낫습니다. 어차피 경도된 언론 환경에서 똑같은, 아니 오히려 국힘 쪽 인물들이 가진 도덕적 함량 미달에 대해 기레기들의 편파적인 너그러움을 고려하면 국힘 지지하는 게 훨씬 더 심적으로 편합니다. 똥깐에 빠져서 서로 얼굴에 변칠을 하면서 허허 웃으며 너도 좋고 나도 좋지~ 하면서요.

그래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왜 나한테만 엄격한 건데?' 라고 하는 건 애초에 본인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 자체가 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진영에서는 당연히 저들보다 정책적 능력, 도덕적 사상, 사회 정의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우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자기에게 당장 닥친 나쁜 상황에 대한 결핍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즉, 누가 좋아서가 아닌 왜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게 좆같은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고 그 원흉은 보통 특정 정치 세력으로 귀결되며 그 반대에 있는 곳을 대안으로 택해 지지하는 경우겠죠. 그럼에도 원흉세력과 그에 대한 대안세력을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 안 될 얘기입니다.

그래서 다시 조수진님 건을 보자면, 직업적 소명을 다한 것과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어떤 언행을 하였는가는 별개로 봐야 합니다. 정치인은 단순히 어떤 직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냐가 아니라 그 직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어떤 태도를 견지하며 공공선을 추구했는지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조수진 변호사가 피의자의 형량 감소를 위한 변호를 '잘 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직업적 능력이 정치적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약자나 소시민에 대한 선한 태도와 반드시 등치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조수진 변호사가 그렇게 변호를 하던 시절부터 정치를 할 생각을 갖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 때는 그렇게 형사사건을 잘 하는 변호사로서 자기 커리어를 키울 욕심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과거와 현재의 자아가 똑같다고 할 순 없지만, 정치인은 (장예찬, 도태우의 사례처럼) 그 생애 전반을 평가받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소위 진보진영의 지지자라면 서로의 얼굴에 변을 바르며 너도 좋고 나도 좋다, 나라를 팔아도 지지한다 식의 태도는 버렸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건 오로지 지지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 뿐이지 우린 저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치 제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뽑는 호남을 보며 대구랑 다를 바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듯이요. 우리가 저쪽 지지자들과 다른 건 좀 더 엄격하고 단순 정치 지형성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양문석 후보가 과거 피감기관에서 비용을 내 룸살롱에 가서 수백만원어치의 술자리에 갔었다는 기사는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량품 발언이 문제 없다는 식이라면 박모 의원이 봉확찢을 말하고 이재명을 까는 것도 허용하지 못할 것은 아니죠.

뭐 그런 평가들에 대해선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용서가 될 수도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한다는 저쪽 지지자분들과는 조금 다른 잣대로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즉 국힘의 사례를 끄집어 와서 우리 후보는 왜 안 되는데는 식은 내가 민주진보 진영을 왜 지지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버리는 것 아닌가 싶어 적어봅니다.

열받지 말고, 오로지 이번 선거의 목적은 정권 심판이라는 것, 어쩌면 선거가 끝나고 우릴 향해 비웃을 김씨의 면상을 생각하며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