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38(선 지역)線地域 (군사충돌)軍事衝突과 (인민유격대)人民遊擊隊

1949년의 전반적인 정세의 특징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군사분쟁(軍事紛爭)이 발생했다는 점과 38선 이남지역에서 주력유격대(主力遊擊隊)가 하계공세(夏季攻勢)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고 미국으로부터 남한에 대한 안전보장(安全保障) 약속을 이끌어내며 대한원조를 확약받고 북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38선 일대에서 새로운 소규모적인 전투를 개시하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주목할 사실은 한국(韓國) 전쟁 이전(戰爭以前)의 모든 유격대전투(遊擊隊戰鬪)가 북한지역이 아닌 남한지역에서 수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남한이 북한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고 소모시킬 목적이었다면 38선에 연한 전술지역(戰術地域)이 아닌 북한지역 깊숙히 침투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남한측의 일부 도발은 방어적 목적이거나 정보획득(情報獲得) 또는 도발한 적에 대한 잔적소탕(殘敵掃蕩)을 위한 계속적인 추격행위(追擊行爲)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38선 일대의 남한측의 선공(先攻)은 국방경비대의 각 부대장들의 자의적인 결정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한편 북한측의 대남유격활동강화(對南遊擊活動强化)는 전략적 차원의 조치로서 김일성(金日成)·박헌영(朴憲永) 일행의 소련 방문 이후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제련합총회(國際聯合總會)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자 이 남한의 외교적(外交的) 승리(勝利)를 상살(相殺)하고 향후의 대남전략을 협의(協議)하기 위해 김일성이 소련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헌영(朴憲永)은 자력으로 조국을 통일시키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1949년 2월 22일 김일성(金日成) 일행(一行)(7명)이 평양을 출발, 3월 3일에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스탈린을 만나고 돌아온 후, 1949년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각 지역의 유격대들이 점차 조직화되어 소위 ‘인민유격대(人民遊擊隊)’를 편성했다. 이 조직개편은 1949년 6월 25일 북한측이 조국통일(祖國統一) 민주주의전선(民主主義前線)을 결성하여 13개 강령(綱領)을 채택하고 뒤이어 ‘조국보위후원회(祖國保衛後援會)’를 결성하여 동년 9월에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호소하는 선언들이 발표되었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 북한(北韓) 정권수립(政權樹立) 1주년 기념일(週年記念日)인 9월 9일 총공세(總攻勢)(9월공세(月攻勢))를 위시한 무력투쟁이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무장유격대투쟁(武裝遊擊隊鬪爭)은 오대산지구(五臺山地區)(제1병단(兵團)), 지리산지구(智異山地區)(제2병단(兵團)), 태백산지구(太白山地區)(제3병단(兵團))로 나누어 북한에 거주하는 박헌영(朴憲永)의 통일적 지도와 지원을 받고 있었다. 9월까지 이 인민유격대(人民遊擊隊)는 2개 병단(兵團)(태백산지구(太白山地區), 지리산지구(智異山地區))과 1개 군단(軍團)(오대산지구(五臺山地區))으로 확대되었고, ‘조선로동당(朝鮮勞動黨) 중앙위원회(中央委員會)’ 직속하(直屬下)에 중앙당(中央黨) 14호실(號室)에서 관장했던 것이다. 

이들 병단과 군단은 지방야산대(地方野山隊), 그리고 남파(南派)된 강동정치학원출신(江東政治學院出身) 유격대(遊擎隊)(6월~9월까지 6차례 남파)와 합류하여 도시내의 관공서(官公署), 경찰서(警察署), 군사령부(軍司令部) 등에 대한 돌격전, 결사전의 성격을 띤 ‘9월아성공격(月牙城攻擊)’을 그해 겨울까지 계속했다. 북한에서 남파된 강동정치학원 출신의 유격대 중에는 3월~8월 사이에 제주도 유격대장(濟州島遊擊隊長)을 지내다 월북한 김달삼(金達三)의 766부대(部隊)도 있었는데 이들은 태백산(太白山)과 동해안지역(東海岸地域)에서 활동했다(1949년 8월 4일 4차 남파시 동해안에서 피살). 겨울 동안 토벌대의 공격을 받아 일시 주춤하다가 1950년 3월 해빙기를 맞아 지리산 일대에서는 다시 유격투쟁을 가열시켰던 것이다.

남한 전지역과 38선 일대에서 남로당과 북로당이 합세한 유격대 도발이 확산되자, 리승(李承)만晚은 북진(北進)이라는 허세발언(虛勢發言)을 통해 국민과 군대의 사기를 유지하고 미국의 원조를 확약받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만일 실제로 북진(北進)하는 경우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단절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당시에 남한에는 충분한 공격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못했으며, 특히 공군력(空軍力)의 절대부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북진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좌익세력(左翼勢力)의 ‘9월총공세(月總攻勢)’ 때에는 남한 전체가 내전에 돌입했다고 할 정도로 게릴라 난동이 격심했었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祖國統一民主主義前線)’의 총동원령(總動員令), 남로당(南勞黨) 중앙부(中央部)의 재(財)產납부령(納付令), 게릴라 교전회수(交戰回數) 및 동원 인원수(動員人員數)(1949년 9월 1,814회, 77,900명), 행동범위(行動範圍)(1949년 8월 말에 만 도 8개 도, 7개 시, 118개 군, 682개 면 등)등은 이 사실을 나타낸다. 

9월공세(月攻勢)를 자행하면서 무장투쟁은 유격전의 마지막 단계인 최후 돌격전의 양상을 띠어 갔던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9월공세(月攻勢)는 박헌영의 대중폭동과 게릴라 노선이 김일성의 대남(對南) 전면전쟁 로선(全面戰爭路線)에 흡수된 상태에서 북로당측은 정칟전략적 차원을 담당했고 남로당측은 전술적 차원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로당의 공세는 9월공세의 실패를 고비로 유격대활동(遊擊隊活動)은 위축되었고 김일성(金日成)은 9월총선(月總選) 약속을 묵살해 버렸던 것이다.

사실상 9월공세는 북한의 전면적인 공세전략에 대비하여 남로당의 사전 정비계획(整備計劃)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로당은 1949년 9월 25일에 북한군이 남침을 개시하리라고 확신하고 지시에 따라 인민군(人民軍)이 도착할 때까지 각 도(道)마다 한두 개씩의 ‘해방구(解放區)’를 접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정규 유격대와 지역 빨치산 뿐만 아니라 각 시의 당원들을 무장조직으로 서둘러 재편성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서울의 당원들에게는 공산당이 9월 20일에 남한 정부를 접수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예정된 침공을 북한이 실시하지 아니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내의 파벌싸움이 야기되었거나 소련이 저지하였거나 남한내의 유격대 활동이 저조하여 남침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기다리기로 했을 것으로 보인다.

1949년도의 유격활동은 남로당(南勞黨) 단독결정(憺決定)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격대 지도자들이 남한의 토벌작전에 밀려 월북함으로써 남한내의 유격투쟁이 김일성(金日成)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 후의 일이다. 월북자들에 의해 운영되던 강동정치학원(江東政治學院)(월북자(越北者) 1,200~2,000명 수용)이 폐쇄되고 ‘제3군관학교(軍官學校)’가 설립되었으며, 1949년 6월에는 남북로동당(南北勞動黨)과 남북민주전선(南北民主前線)이 통합됨으로써 남로당(南勞黨) 수뇌부(首腦部)는 김일성 체제에 흡수되게 되고 남로당 유격대도 개편되어 김일성파(金日成派)에 의해 직접 지도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월북(越北) 남로당 간부(南勞黨幹部)는 소수였기 때문에 김일성에 대항할 세력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의 남로당 유격대 지원은 강동정치학원(江東政治學院)출신 유격대 남파수준(南派水準)으로 한정적이었는데, 이는 이 기간 동안이 장차의 남침 여건조성을 위한 남한내의 혼란조성, 국방경비대전력(國防警備隊戰力) 분패소모(分敗消耗), 북한내의 전력비축(戰力備蓄) 등에 주력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949년 9월 이후에는 남로당의 게릴라 폭동도 실패하여 간헐적인 동계공세(冬季攻勢)(북한의 지령에 따라)에 의한 소모전 전술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로는 사실상 남로당이 거의 소멸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남로당이 소멸상태에서도 돌격전술(突擊戰術)의 동기공세(冬期攻勢)를 자행했던 것은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으로서 반란세력의 실제적인 역량을 반영한 것이기보다는 “인민의 저항은 이제 전면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 북한의 지령과 선전(연일 라디오방송)에 응하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이 유격대 활동의 성과를 그토록 강조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남한에 대한 공격이 성공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소련전략가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9월공세 실패 이후에도 북한이 유격대를 증강하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유격대 투쟁이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의 일환이었음을 의미한다. 내무성(內務省), 군부(軍部), 북조선로동당(北朝鮮勞動黨) 등이 각각 대남공작(對南工作)을 지도하는 자체조직(自體組織)을 1949년 6월 25일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祖國統一民主主義前線)’의 제안으로 시작하여 9월 이후에도 확대해 나갔던 것이다. 유격대 훈련소(遊擊隊訓練所)가 원산(元山)과 양양·평양·신의주·함흥 등지에도 창설되어 간첩 침투(間諜浸透), 정보수집(情報蒐集), 간첩 호위임무(間諜護衛任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강동정치학원(江東政治學院)이 폐쇄되고 동부만소국경지역(東部滿蘇國境地域) 회령군사학교로 확대되었다. 강동학원 교관단의 일부는 만주의 연길시(延吉市) 부근에 있는 유격대훈련소(遊擊隊訓練所)로 전입되기도 했다. 38선 부근에도 다수의 소규모 유격대 훈련소가 생겼다. 박헌영(朴憲永)은 18세~40세의 모든 월남(越南) 남성(男性)들을 징집하라고 1949년 12월 중순에 명령내린 바 있다. 그래서 북한주민과 남로당 조직원들을 포함한 5,000명 이상의 유격대가 1950년 초에 38선 주위에 집결하였다고 한다. 한편 38선상에서의 군사충돌 과정에서도 김일성의 목적이 전투의 치열성 보다는 전지역에 걸쳐 남한의 전력분산과 소모 및 혼란조성에 있었기 때문에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격활동이나 국경충돌에 임했으며, 이북지역에 강력한 혁명기지(革命基地) 건설(전쟁준비(戰爭準備))에 총력을 집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경충돌(國境衝突)은 남북한 상호 간에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서 대응행위를 조정하면서 응전(應戰)했던 것이다. 

38선 군사충돌의 시작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하여 남한측이 “38선을 전반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의도에서 5월 4일 개성지역(開城地域)에서 공격을 개시한 북한측의 국경보안대(國境保安隊)에 대해 응전함으로써 개시되었다. 5월 7일에는 남한의 국방경비대가 북한의 국경보안대를 습격하여 38선 북방 4km까지 진출한 적이 있고, 5월 18일에는 백천방면(白川方面)에서 수개 중대(中隊)의 북한측 국경보안대가 남침하여 38선 이남 10km 까지 침투하였으며, 3일 후에는 북쪽의 2개 대대병력이 옹진반도의 두락산을 공격하였으며 남쪽에서는 6월 초까지 8개 대대병력을 옹진반도에 증원하기도 했다. 남한측은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부리점(不利點) 때문에 고전하였으나 일진일퇴 후 은파산을 점령하여 6월 말경에는 이 지역에서 우세를 회복했던 것이다.

옹진반도의 전투는 일단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7월과 8월에도 38선일대에서는 소규모 전투가 계속되어 6월에는 남한의 유격대인 호림부대(虎林部隊) 1개 중대가 38선을 월북하여 작전을 하기도 하였고, 7월 28일에는 이북지역인 양양(襄陽)의 북한유격대 근거지를 습격한 남한의 국방경비대 2개 대대가 북한측에 의해 격퇴되기도 했다. 이즈음 남한의 국방장관(國防長官)은 7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리승(李承)만 대통령(大統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으며, 만약 북진하라는 명령 한 마디만 떨어지면 하루 아침에 양양(襄陽)이나 원산(元山)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실제적인 북진능력이나 계획은 없었으며 다만 이 일진일퇴의 자존심 대결전투(自尊心對決戰鬪)에서 국방경비대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8월 중에도 옹진과 개성 및 춘천방면(春川方面)에서 대대규모의 전투가 있었는데 개성지역(開城地域)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정규군(인민군(人民軍))이 국경보안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9월과 10월 한동안 38선일대는 조용했는데 미군의 철수와 남한정부에 대한 압력을 위해 충돌을 회회피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0월 이후에는 다시 은파산을 중심으로 하는 옹진반도지역에서 남한의 새 지휘관(指揮官) 백인엽 련대(白仁燁聯隊)와 북한 간에 한 차례 전투가 있었는데, 백인엽은 현상유지명령을 받고 갔으나 부대의 사기증진조치로 전투를 개시했던 것이다. 그 이후 6·25전쟁 직전까지 옹진반도를 비롯한 38선일대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38선 지역에서의 전투는 그 규모로 보아 사실상 정규적인 전쟁에 가까웠던 것이다. 1948년 11월 중순 부터 1950년 3월 하순까지 총 10차에 걸친 연병력 약 2,400여 명의 무장게릴라를 최고 700명 단위의 대부대로 남파시켜 남한내의 공비들과 합류시켜 유격전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6·25전쟁 직전까지 교전 회수가 매월 약 1,400여 회에 달했다고 북한 스스로 평가한 바 있다. 38선상에서도 6·25전쟁 발발시까지 874회에 달하는 충돌을 야기시켜 상호 간에 무력을 시위하였던 것이다. 남북한 어느 쪽도 38선을 영구적인 합법적 국경선으로 생각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술지역내의 북진과 남진이 허다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굽타(Karunker Gupta)가 제기하는 것처럼 6·25전쟁이 남한의 북진에 의해 도발되었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8선 지역의 전투에 있어서 북한측은 주력군을 후방에 보존한 채 내무성 소속(內務省所屬)의 경무장(輕武裝)한 국경보안대로 임한 반면에 남한은 정규적(正規的)인 국방경비대(國防警備隊)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초전(初戰)에는 전투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전력을 분산 소모시키게 되고 군대의 훈련기회(訓練機會)를 상실하였고, 미국으로부터 주어지고 있던 불충분한 지원마저도 다 소모해 버렸던 것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승만을 의심하여 남한에는 방어무기(防禦武器)만 제공하게 되었고, 반면에 북한의 의도를 과소평가하게 되어 심지어 1949년 가을에 북한병력이 38선 가까이 전진배치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국경충돌(國境衝突)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오해했던 것이다.

     이상..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