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원(왼쪽), 조규성(오른쪽) 선수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트위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2년 만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중꺾마'다.
중꺾마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중꺾마를 올해 최고의 슬로건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이 피파 랭킹 9위 포르투갈을 꺾고 16강행을 결정지었을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흔들어 화제가 됐다.
이후 중꺾마는 온라인을 비롯해 기업과 정치권에서도 사용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중꺾마' 시작은 롤드컵···'언더독의 승리' 상징하며 확산
누리꾼들 사이에 올해의 명언으로 꼽히는 '중꺾마'의 첫 시작은 월드컵이 아닌 롤드컵이다.
롤드컵은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드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계 1위 팀을 뽑는 대회다 보니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중꺾마의 시초는 지난 9~11월에 열린 2022 롤드컵 우승팀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다.
그가 이끄는 팀 DRX는 출전팀 중 최약체로 평가 받아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누구도 DRX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DRX는 최하위 라운드인 플레이-인 스테이지(하위 12팀 간 선발전)부터 시작해 차례로 강팀을 물리친 뒤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언더독(약자)의 반란'으로 묘사했다.
DRX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긴 했지만, 시작은 불안하기만 했다.
DRX가 첫 본선 조별리그 경기에서 유럽 강호팀 '로그'를 만나 패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RX 주장 김혁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지긴 했지만,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패배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김혁규를 인터뷰한 기자는 그의 발언을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올해 최고의 슬로건으로 꼽히는 '중꺾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혁규의 말대로 DRX는 우승에 대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전 대회 우승 팀을 포함해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연거푸 승리한 뒤 세계 정상급 팀인 T1마저 꺾으면서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롤드컵 역사상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시작해 우승을 차지한 건 DRX가 처음이다. 이후 중꺾마는 불굴의 의지이자 정신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누리꾼들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업, 취업 등 신년 계획과 함께 중꺾마를 해시태그해 올리고 있다.  롤드컵서 T1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DRX [사진=로이터/USA TODAY·연합뉴스] 롤드컵에서 시작된 중꺾마는 정치권에도 등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생명법'이 본회의에 통과될 것 같냐는 질문에 "끝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중꺾마를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월드컵 경기에 앞서 '카카오톡 주문하기'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주문'이라는 문구를 넣었으며,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카카오톡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할인'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아주경제=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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