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건강한 한가위 보내세요.”
팬들을 향한 고마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무관의 젠지’란 꼬리표에도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만큼은 100번, 1000번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한다.
무관의 서러움을 딛고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에서 첫 왕좌에 오른 젠지의 ‘스코어’ 고동빈 감독과 ‘피넛’ 한왕호의 얘기다.
오는 10일 대한민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앞두고 만난 이들은 팬들을 향해 “(팬들에게)우승이란 선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모두들 건강한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글이란 포지션에 우승+MVP까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다.
한때는 서로에게 칼을 겨눴던 경쟁자에서 지금은 감독과 선수란 사제지간(?)으로 만난 고동빈 감독과 한왕호의 사연과 두 사람이 그리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우승+MVP’ 그리고 정글러
젠지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2 LCK 서머 결승에서 천적 T1을 꺾고 ‘젠지’란 이름의 팀 창단 5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젠지는 수차례 결승에 올라 준우승만 차지하면서 ‘무관의 젠지’란 불명예를 달고 다녔지만 결국엔 우승이란 해피엔딩을 보여주며 그동안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고동빈 감독과 한왕호는 닮은꼴이다.
정글러란 포지션이 같다.
또한 고 감독은 KT 롤스터 선수였던 2018년 LCK 서머 결승에서 KT의 우승을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한왕호는 젠지의 첫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올랐다.
이렇듯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 고 감독은 “같은 정글 포지션 때문이 아니라 ‘피넛’은 베테랑이다.
처음 만났을 땐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도움을 주거나 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고 칭찬했다.
이에 한왕호는 “감독님이 내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할 때나 다른 플레이를 할 때 ‘하지 말라’란 말보다 ‘계속 해봐라’란 얘기를 많이 해준다.
어떻게 할지에 대한 소통을 자주하는데 그래서 우승이란 좋은 성적이 나온 거 같다.
같은 정글이다 보니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화답했다.
어제의 적이 이젠 감독과 선수의 사제지간이 됐다.
‘피넛’이 신인이었을 당시 베테랑 정글이었던 고 감독과 경쟁 팀에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고 감독은 “개인적으로 신기했다.
내가 선수 때 ‘피넛’은 까다로워했던 정글 중 한명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선수로 함께 갔었는데 이제는 감독과 선수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LCK 우승, 다음 스텝은 ‘세계제패’
젠지는 LCK 서머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는 29일부터 북미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대회 ‘롤드컵’에 대한민국 1번 시드로 출전한다.
지난 2020년 LCK 서머 왕좌에 올랐던 담원 기아가 그해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세계까지 제패했다.
우승공식을 이어받아 ‘어게인 2020’을 바라보고 있는 젠지가 그리는 전략은 무엇일까.
고 감독은 “각 지역 리그는 어느 한 팀이 주도적으로 메타를 만들면 모두가 따라오는 느낌이 있는 반면 롤드컵은 따라가기 보단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메타를 만든다.
그래서 롤드컵 패치에 대한 분석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서 거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넛’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중점 전략으로 챔피언 숙련도 향상을 꼽았다.
그는 “아직 롤드컵까지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먼저 휴식을 통해 지금까지 달려오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것이다”며 “롤드컵 패치로 분명 눈의 띄게 좋아지는 챔피언, 메타가 있을 텐데 선수 입장에선 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패치에 대비해 숙련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경계되는 팀은 ‘중국(LPL)’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한국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최근 롤드컵으로 보면 중국이 2018년, 2019년, 2021년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2020년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두 사람은 “중국 팀들은 개개인 특색이 있고 다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팀들은 익숙함이 있다 보니 크게 걱정되지 않는데 중국이 경계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입을 모았다.
◇나만의 전략 그리고 우승 공약
올해 젠지는 강하다.
LCK 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다.
LCK 서머 정규시즌 2라운드 전승과 ‘+30’이란 LCK 역대 최다 세트득실 기록 등 단순 수치로만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한국 1번 시드인 만큼 젠지의 롤드컵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고 감독은 자신만의 전략으로 ‘유비무환(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을 내세웠다.
그는 “연습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잘하는 조합을 최대한 많이 갖춰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다”며 “롤드컵도 마찬가지다.
빠르고 침착하게 메타를 파악, 미리미리 연습을 많이하고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믿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롤드컵에서 유행할 메타는 무엇이 있을까. ‘피넛’은 12.14패치와 12.15패치를 고려했을 때 몇몇 승률이 좋은 챔피언의 하향을 예상했다.
반면 고 감독은 롤드컵에 가서 연습을 해봐야 알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한왕호는 “예상보다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그동안 패치를 고려해보면 아지르, 사일러스, 제리, 시비르 등 승률이 높은 챔피언 위주로 능력이 너프(어떤 상대의 능력 등이 낮아졌다는 의미)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젠지는 여러 데이터 분석 회사들이 내놓은 글로벌 파워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롤드컵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승공약은 있을까. 고 감독은 “공약도 조심스러운데, 우승한다면 킬링 보이스로 팬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질세라 ‘피넛’은 “팬들이 추전해주는 스팀 게임 방송을 하며 소통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끝으로 두 사람은 “롤드컵 무대가 제일 중요하다.
스프링과 서머 등 정규 시즌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이번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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