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여행을 다녀왔는데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애들을 보니 외국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우리 배드민턴 클럽에도 외국인들이 있어서 같이 배드민턴을 치는데 애네들과 배드민턴을 치면 정말 너무 즐겁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외국에 나가서 배드민턴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번에는 정말 배드민턴복과 카메라를 제외한 아무런 물건도 준비하지 않았다.

물론 가서 영화도 보고 잠시 구경도 하긴 했지만 오사카에 가서 나는 8시간 이상을 배드민턴만 쳤다 -_-;;;

(일본 스포츠 센터 배드민턴 입장 쿠폰)

오사카에서 있었던 배드민턴 관련 에피소드는 참 재미있는게 많이 있었다.

처음 일본 배드민턴 모임에 나갔을때 키도 작고 초등학생만한 여자애가 있었다.

이 여자애를 보고 일본은 어려서부터 배드민턴을 하는 애들이 많구나 하며 역시 체육나라의 강국이군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 여자애와 처음 난타(연습)를 쳐봤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배드민턴 치는 자세가 너무나 좋다????

아니 이건 정말 동호회인들 폼이아니다 선수들의 폼이다.

저 작은 체구에서 완벽한 파워와 자세 나는 궁금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배드민턴을 쳤어요?"

이렇게 묻자 그 여자애는...

"음~ 4살때 부터 쳤어요... 아버지가 배드민턴 선수였거든요"

헐..... 어쩐지 너무 잘한다.... 동호인들중에서도 물론 잘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잘하는거보다 자세가 너무나 완벽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리버스 드랍동영상(대각 드랍샷)도 많이 봤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못 막겠다... (보통 동호회인들의 리버스 드랍은 훼이크 모션이 있어도 어느정도 라켓이 꺽이는게 보이기 때문에 막을 수 있다.)

자세와 뭐든 너무나 완벽했다. 내일 시합에도 나간다고 하는데....

선수 아버지가 코치해가며 10년 넘게 친 이런 대단한 아이를 1년 고작 넘게 친 내가 당해 낼 수가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일본은 배드민턴 개인 레슨비가 100만원이 넘는다.

운전면허 따는데 드는돈이 300만원이 넘는 일본이라면 이정도는 드는게 많았고 또한 연령대가 상당히 낮았다.

10-30대가 주축이며 40-60대는 배드민턴보다 탁구를 즐겨한다.

이 날 모임에도 젊은 애들이 참 많았는데...

젊은 애들은 어릴적 배드민턴 서클 활동과 체대에 다니는 애들은 교양수업으로 배드민턴을 배워서 왔는데 진짜 잘한다...

우리나라 A조-B조 되는 사람이 일본 대회에 C조(레벨3) 참가했다가 졌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럴만도 하다....

일본대회는 나이제한도 없기때문에 40대가 20대를 상대 해야되는것도 있고 애네는 중.고등학교때부터 쭉 해온 애들이고 우리 동호인들은 고작 2-4년간 하루 15분 레슨을 받으며 해왔기 때문에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 A조분들도 잘치시는 사람들은 잘 한다고 느꼈지만 폼이라던가 자세 이런건 여기 애들이 너무나 깨끗하고 완벽 그 자체인 애들이 있었다....(물론 다 잘하는건 아니다. 못 치는 사람도 수두룩 하다)

아무튼 소감은 여기까지고 배드민턴을 치면서 생긴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나열해본다.

1. 아이디의 폐해

처음 갔을때 우리나라와 달리 자기소개를 아이디로 했다.거기다 본명이라던가 나이 이런것도 전혀 안 말하고 그냥 아이디만 말하고 소개가 끝....

난 아이디가 에바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정말 아이디가 웃겼다.

"우동"

"너구리"

"여우"

게임을 시작 할 때도 아이디를 말했는데....

너구리 우동 이렇게 동시에 말하니까 너무나 웃겼다...

난 이 너구리씨와 우동씨 남자 2명과 배드민턴 초보인 딸기누나...(나이는 안 물어봤지만 왠지 성숙해보이는게 나보다 누나일것 같다)

와 편을 먹고 게임을 했다....

그런데 이 누나가 초보라서 자꾸 공을 놓친다...

공을 놓칠때 마다 이 누나는 소리를 쳤다....

"에바군 다스케떼~!(에바 도와줘)"

"에바군 오네가이~!(에바 부탁해)"

이 딸기누나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나는 누나에게

"료카이(옛썰) [주로 로봇에니에서 응답할 때 많이 나오는대사]"

이렇게 외치고 공이 있는쪽으로 달려가 멋지게 스매쉬를 때렸다...

게임네네 이 누나가 이렇게 소리를 치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보고....

"너네 무슨 지금 에반게리온 놀이 하는거냐? 한 명은 에반게리온을 조정하고 에반게리온은 시킨데로 그쪽으로 가고-_-;;"

그러자....

딸기 누나가

"난 그럼 아스카인가 옷도 빨강색 입고 왔는데 ^^"

이렇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나의 아스카를 이 이상 모욕하지 마라~!"

이러면서 소리를 쳤다...

정말 일본이라 그런지 이런 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와서 신기했다.

(딸기 누나의 옷은 딸기색이었다)

2. 필살 스미마셍~!

첫째날에는 인원이 소수였지만 둘째날은 더 많은 일본인들과 게임을 하게 되었다.

대략 20명이 넘는 인원이었고 그중에서는 어제 본 애들도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예쁜 여자애들이 많았다.

아니 중요한건 젊고 예쁜데 배드민턴을 너무 잘 친다는거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게임중 화이팅을 하는 경우도 적고 우린 화이팅 할 때 악수를 한다거나 라켓을 크로스 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애네는 그런게 전혀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점수를 내면....

"나이스"

"아싸~!"

등을 소리치지만 애네는...

"나이스데스"

이렇게 뭐든 데쓰가 들어가니까;;; 정말 어색했다...

또 삑사리로 점수가 났을때도....

"럭키데쓰~"

영어에 데쓰가 붙으니 참 어색하다...

난 게임중 몸개그나 드립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예를 들면 공이 공중에 붕뜨면....

"왔다 왔서 왔썹맨~!!"

이런 식으로 드립과 소리를 질르며 치는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드립이 일본어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시작하자마자 난 여자애랑 편 먹고 남자 2명과 게임을 했는데 어제와 달리 우리쪽이 오히려 더 잘하고 있었다.

이 여자애가 좌우로 돌려가면서 기술을 너무나도 잘 쓰는데 기술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웠다.

자세도 너무 좋고 공을 칠 때마다 머릿결이 찰랑찰랑 거리는데 와... 반해버릴 정도였다...

이 여자애가 너무 잘쳐서 치는걸 그냥 지켜보다가 3점을 그냥 내주기도 하였다.

우리들은 게임은 어느덧 중후반을 넘어 우리가 마지막 스코어를 남겨두고 있었다.

공이 공중에 붕 뜨자 이 여자애가 나에게......

"키따요~!!!(왔어 찬스가~!!)"

라고 외치자

나는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어서 멋지게 점프를 하면서 큰 소리로...

"필살....스미마셍~! 스먓슈~!! (필살 스미마셍 스매쉬)"

하며 소리를 지르며 공을 때렸는데....

스매쉬가 정확히 우리편 여자애 뒷통수를 강타해버렸다 ㅋㅋㅋㅋㅋ

난 그 여자애에게

"으악~! 진짜 스미마셍~!!!"

그 순간 거기있던 사람들 다 웃겨뒤집어졌다... (심지어 옆에 코트 여자애는 너무 웃겨서 게임중 라켓을 놓쳐버리기 까지했다)

이 때부터 내가 하는 게임은 체육관에 있는 일본인들의 모든 관심을 다 받게 되었다.

3. 드립의 신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내가 무슨 말만하면 일본인들이 엄청 재밌어하고 반응이 좋다.

원래 회사들어가기전에 일본인 가이드도 했었던지라 재미있는 이야기라던가 개그등은 써먹는게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이 날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남자1명 여자 1명 이렇게 혼복으로 게임을 하는데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셔틀콕을 던져서 가르키는쪽이 먼저 서브권을 가져가는게 아니라 시작전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서브권을 결정한다.

난 게임이 시작하기전에 상대방에게 공을 주면서....

"레이디 퍼스트~"

이러니까 또 일본인들이 엄청 웃기 시작한다. 내가 들어간 게임은 거의 만담수준의 코미디를 보는듯 하였다.

게임중간 중간에 나의 몸개그도 작렬해서 정말 한 판 한판이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이었을거다.

남자애 1명은 운동부 출신인지 세상에 네트 바로 위에서 스매쉬를 때렸는데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스매쉬를 너무 쉽게 막았다.

보통 동호회인들은 네트 바로 위에서 스매쉬를 때리면 피하거나 아니면 어렵게 어찌어찌 막긴해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뭔가 모션이 큰데 이 녀석은 그런게 전혀 없었다.

네트위에서 스매쉬를 3개를 때렸는데 그걸 여유롭게 다 막아내자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사실 남자애 한테 스매쉬 안 때리고 옆에 있는 여자애한테 스매쉬 때리면 쉽게 뚤릴것 같았는데 일본까지 와서 또 괜히 일본여자에 얼굴에 스매쉬 맞춰서 멍들고 안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싫어서 남자애만 집중공격했다.(하지만 예상외로 이 여자애도 엄청 잘했다 -_-)

하지만 나랑 편먹은 여자애 역시 잘했는데 내가 스매쉬를 치면 그걸 그대로 라운드로 잡아서 점수를 냈다.

이 여자애가 점수를 내자 마자 나는 이렇게 소리쳤다.

"얏빠리 온나와 쯔요이죠~! 온나니와 캇테나이~!"(역시 여자는 강해~! 여자한테는 이길 수 없어~!)

이렇게 소리치자 반대편에 있는 여자애가 나한테....

"나도 여자인걸...!@?"

이렇게 말하길레 나는 이번에...

"여자는 강하지만 젊은 여자는 더 강하다오"

이렇게 말하니까 그 여자애가....

"야~ 내가 너네편 여자애보다 어려 ㅋㅋㅋ"

이 순간 또 체육관 웃음바다가 되고 주변사람들이 나는 배드민턴하지말고 일본 개그프로에 내보내야 된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난리가 아니었다.

4. 마지막 승부

두번째 날은 모임도중에 비행기 시간 때문에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지 못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었었다.

비행기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나는 마지막 게임을 들어가게 되었다.

같은편 멤버는 첫판에 같이 팀을 먹어 뒷통수에 스매쉬를 맞춘 여자애와 한 편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게임을 이 여자애와 다시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게임 역시 엄청나게 치열했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는데 상대방이 다 막아내고 티격티격하면서 엄청 치열했다. 마지막 판이라서 그런지 나는 한순간 한순간이 슬램덩크의 북산대 산왕 마지막 10초전 연상시키는 것처럼 느리게 지나갔다.

운명에 장난인가 .......

마지막 게임에서 20:20 동점이 되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매치포인트도 없이 그냥 여기서 1점 더 낸 사람이 승리라고 하였다...

서브는 우리편이 쥐고 있었고 서브권자는 아까 그 여자애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서브를 할려는 순간 나는 잠깐 스톱을 외쳤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마지막으로 말을 전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가 언제 입니까...."

이 여자애는 게임중 무슨 헛소리를 하는건가?

의아에 하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나는.... 지금입니다"

*(주) 슬램덩크에서 나온 명대사*

ㅋㅋㅋㅋㅋㅋ 아... 내가 생각해도 마지막은 너무 웃겼다....

이건 이전에 일본 쇼프로그램에서 슬램덩크 소개 했던건데 그 때 외었던 대사를 여기서 진짜 써먹을줄이야...

그리고 그녀가 서브를 넣었는데 서브가 너무 높게 뜨면서 .....

상대방은 바로 쳐냈고 상대방의 공은 내 몸을 관통시키듯 바로 나를 맞춰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짜로 뻗어서 누워버렸다.

체육관에서 내 경기를 보며 음료수 먹다가 웃겨서 쏟은 사람도 나오면서 사람들이 이건 녹화해서 유투브에 올렸어야 된다.

등등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한 편의 개그영화를 본 것 같았다면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해주었고 여자애들은 평소 이렇게만 하면 일본여자애들에게 초인기를 얻으며 일본 여자애들이 달라붙을거라고 칭찬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