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좀 깁니다.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여 더 이상 사용을 막는 것.

뇌피셜입니다만,

아주 길고 길었던 금감원의 해당 카드 관련 유권해석이 결국 카드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하나도 된 것이 없죠. 최소 한도를 설정한다던가, 아예 특정 가맹점군의 적립을 막는대로

부가서비스를 조정한다던가 여러 번 언론을 통해 카드사가 원하는 방향이 흘러 나왔지만,

결국 본질인 부가서비스를 손대는 것은 금감원이 허락하지 않았고, 심지어 금감원에서도

"약관 중 소비자의 권익과 큰 관계가 없다고 보이는 부분은 승인"했다고 밝혔죠.

뒤집어 얘기하면, 소비자의 권익과 관계가 있다고 했던 부분의 변경은 아예 승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 카드사에서는 이제 여신금융법까지 들먹이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을 준협박 하는거죠.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사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할 일 자체가 없는 법이고,

거기에 특정 카드사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소비를 하면 문제된다는 벌칙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해당 법률 자체가 카드사나,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소비자의 권리, 의무를 지정하고 있는 법률이 아니에요.

벌칙 조항(형사법 규정)도 신용카드부정사용과 같은, 신용카드 편취 문제나 위변조 등 

일반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입니다. 

또한 지난 번 있었던 약관 개정도, 사실은 주요한 부가서비스의 변경이 아니기에 약관개정이

허용된 것이므로 사실 카드사에서 지난 번 약관 개정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원래 있던 규정을 "적용"한 것 뿐이다라고 주장할 거에요.

그런데 오늘 조치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으면 대규모 민원사태가 벌어질 것을 카드사가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아닐겁니다. 겨우 분할결제 한 번 막았다가 엄청난 일을 겪고 원복했는데

아예 법률을 들먹이며, 소명요구에 포인트 회수까지 한다고 하면 민원이 쏟아질 것이라는 건

아마 뻔히 알고 있었을 거에요. 더군다나 오늘 분위기를 볼 때 이 문자를 받으신 분이 최소 

수천분은 되실 건데, 그 분들이 보낸 소명자료를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안에 모두 검토하겠다?

신한카드 법무팀이 AI도 아니고, 불가능한 일이죠.

자, 한 번 봅시다.

(카드사 자체 기준) 소명이 안된 고객의 카드를 임의로 정지시켜요. 사실 이건 꽤나 위험한 일인데,

예를 들어 나는 내 맘대로 몰테일을 충전해서 썼을 뿐인데 카드가 정지돼요. 적립 대상이 아니었다고

(카드사 주장)하니 포인트를 빼가는 건 백 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다고 하고, 추후 적립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공지하는 건 또 천 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치고, 몰테일에서 충천하는 게 

불법이나, 부정사용이 아니잖아요?  내가 포인트 달라고 우겨서 받은 것도 아니고 카드사에서 포인트를

적립해 준 건데 고객이 불법사용자로 낙인 찍혀 카드 사용이 정지된다? 어불성설이죠.

고객의 내심을 추정해서 "아 해당 고객은 그 카드를 몰테일에서 썼으니까 약관에 위배돼서 이 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려고 생각했을거야."라는 건 도대체 카드사에서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카드사에서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곳들도 카드 사용을 제한해서는 안돼요. 예를들어

상품권을 구입하면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적립하지 않는 카드 상품은 많지만, 그렇다고 그 카드로

고객이 상품권을 구입했다고 그 카드를 정지 시킬 수는 없는거에요. 게다가 카드사에서 주장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역으로도 적용돼요. 카드 출시 이후 2년넘는 시간 동안 포인트 잘 적립해줘서

아 이건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가맹점이다라고 믿고 사용했는데, 갑자기 카드사 수익성이 나빠졌으니

지금까지 한 거 다 무효~! 그리고 부정사용으로 카드 정지~! 할 수 있을까요? 과연 판사님들이

카드사가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지켰다고 판단할까요?  

이렇게 위험한 일을 카드사는 왜 할까요?

간단해요. 어차피 민원 터질 거 예상했고, 쌓여가는 손실액을 그냥 두고만 있을 수는 없고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금감원에서도 부가서비스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니, 마지막 방법을 쓰는거에요.

고객이 카드사에 실망하겠지만, 어차피 체리피커들이라고 생각할테니 카드사의 영업이익에는

별로 영향이 안간다고 판단했을 거고, 일단 정지시키고 나중에 정지를 풀어준다고 하여도 

그 기간 동안(심지어 예전 크로스마일 사태를 생각해보면, 이미 판결이 끝나고 나면 그 카드를

보유하고 계신분은 0명일거에요.) 헤비 사용자들의 사용액을 0으로 만들 수 있으니...

게다가 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해서 발생한 손해(민법상 일종의 특별손해)를 정지된 분들은 입증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죠.

더불어 문자를 못 받은 고객은 혹여라도 추후 비슷한 일이 내게도 벌어질까봐 사용을 주저하게 될테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만한 좋은 대안이 없죠.

이번 문자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보시면, 소명자료를 제출할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게 되어있어요.

카드사도 아는거에요. 이런 자료를 받는 것, 그리고 카드사가 보유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니까 다 알면서도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 수를 두지 않았을 때보다 두었을 때가

더 이익이기 때문이죠.

카드사는 그 카드 없어도 이익이 폭발합니다. 작년에도 엄청난 이익을 거뒀고, 그 카드가 없었으면

아마 더 큰 이익을 거뒀겠죠. 그러니 이익에 마이너스가 되는 고객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해서

손해볼 거 없다는 생각일거에요. 게다가 밖에서는 그 카드 유저들을 마치 불량 체리피커 정도로 보는

일반 소비자의 인식도 없지는 않으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죠.

다른 것 다 필요없고, 그냥 제발 좀 덜 썼으면 좋겠다. 이게 카드사의 유일한 바람일거에요.

민원도 좋고, 다 좋지만

실제 이용 정지가 일어나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이용 정지 효력을 중단 시키는 방법이 필요할 수 있고,

그리고 어차피 민원을 어디다 던져도 금감원으로 이송되니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 16조) 

아예 다른 형식의 민원을 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예를들어, 금감원이 카드사 지도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금감원에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이 민원은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거에요.)"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약관법 관련 민원/신고

별로 효력은 없겠지만 소보원에 해당 내용을 접수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

어떤 방법이든 결국에는 우리나라 재판의 소요기간 상 사실 카드사가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이 여기서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카드사에서 잘못 내놓은 상품을 

성실하게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온갖 민원 절차에 끝내는 소송까지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년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천문학적 이익을 얻는 금융사가 고객한테

제공할 서비스는 아닌 것이죠.  

p.s

해당 카드사는 지난 번 공지에서

(1)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미거나 실제 매출금액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

에 대해 카드회원의 카드 이용을 정지하는 조치 혹은 정상 거래 여부 확인 절차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어요.

제가 실소가 터진 부분이 여긴데,

우리는 카드를 물품의 판매나 용역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여전히 그 카드로도 세금 납부 가능하죠? 어떤 물품의 판매이고 어떤 용역 제공에 대한 대가인가요?

4대보험료는요? 각 공단에서 제공하는 용역인가요?

신용카드로는 물품이나 용역의 구매만 해야 한다고 하는 식인데.....

저는 이 문장만으로 카드사의 의도가 분명히 읽힌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