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감독이 연출한 <절해고도>는 아내와 헤어지고 딸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미대 출신이나 현재는 인테리어 등 후배가 구해주는 일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윤철(박종환)은 능력 있는 아내와 헤어지고 딸과의 관계도 좋지 못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다니고 있던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옵니다. 학교를 가보니 딸 지나(이연)가 교실에 설치된 블라인드에 누군가를 조롱하는 그림을 놓았고 이것이 문제가 되어 학교로 호출되었습니다. 윤철은 읍소하기보다는 블라인드를 버린 교사를 오히려 나무랄 정도로 딸의 편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간만에 딸을 만났지만 서먹한 관계는 여전했습니다. 딸이 엇나간 행동을 한 것에도 이유가 있었는데 절친이 딸이 게시글 그림에 악플을 달면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와중 윤철은 친구와 동석한 자리에서 영지(강경헌)를 만나게 되고 둘은 함께 사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의 가출 소식을 전달 받게 되고 심지어 더 나아가 절로 들어가 도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즉 행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절해고도>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는 외로운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혈연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어 바웃 어 보이>의 명대사처럼 '인간은 모두 섬이다'라는 이미지가 순간 떠오릅니다. 다행스럽게도 자기 멋대로의 성격인 윤철도 지나가 도맹이 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절로 찾아가 다시 현세로 데려오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을 위해서 잡일 등을 하면서 딸의 수행을 묵묵히 도와줍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어김없이 등장하듯이 영지와의 관계는 틀어지고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납니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신 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인간적인 매력이 충분히 있지만 그 매력이 사람을 질리게 하는 면도 영화 속에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부분은 영지와의 관계에서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마도 전 부인과 딸도 이런 면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독단적인 선택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걱정시키는 독특한 재주가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한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서프라이즈 등장하는 행동들이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딸과의 관계가 거사와 행자의 관계로 이루어지면서 딸도 그러하고 윤철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국숫집을 열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떠도는 삶이 아니라 뭔가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소통이 중요한 소재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큰 사건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호흡 덕택에 주인공의 삶을 관객 스스로에게 투영해보고 감정이입을 하기가 용이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이 힘든 분들은 꼭 보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