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장건재 감독이 각각 두 편의 중편을 만들어 엮은 <달이 지는 밤>은 파트1,2로 나누어진 옴니버스 작품입니다.

파트1은 김종관 감독의 작품이고 무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 중년 여성 해숙(김금순)이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녀는 등산복을 입고 조용한 마을길을 지나 숲으로 들어갑니다. 마치 폐가처럼 보이는 그 곳에서 그녀는 상념에 빠집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딸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딸 영선(안소희)는 고등학생이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녀의 모습을 둘은 보여줍니다.

김종관 감독 작품답게 인물 특히 여성 캐릭터의 묘사에 탁월함을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줍니다. 이번 작품에선 되돌아 온 인물을 통해 그 인물이 누군가를 떠나보냈던 그 상황을 반추하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모습은 굉장히 스산합니다. 무주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탁월한 촬영과 색감이 함께 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안소희 배우가 작은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기도 했습니다.

파트2는 <한 여름의 판타지아>를 연출했던 장건재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파트1이 이미지가 우선시 되는 작품이라면 파트2는 배우들의 대사도 많고 인물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고향 무주로 내려온 민재(강진아)는 군청에서 일하며 혼자게 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같은 군청에서 근무하는 오랜 고향친구인 태규(곽민규)와의 현재 연인 관계가 되어있고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민재의 대학친구 경윤이 민재를 만나러 무주로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치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경윤은 민재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떠납니다. 그러던 민재 앞에 담뱃불을 빌리러 다가온 한 노인이 민재를 알은체를 하게 됩니다. 그 노인의 정체는 정확하진 않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런 판타지적인 분위기의 오프닝 이후 영화는 일상적인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녀관계와 함께 오래된 커플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시골로 내려온 딸을 못마땅해 하고 태규는 자신을 썩 맘에 들어 하지 않은 민재의 엄마에게 아쉬운 맘을 내비칩니다.

이 작품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엔딩 장면입니다. 파트1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들은 이곳을 떠나려는 건지 떠나는 것이 아쉬운 건지 모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한 공간을 통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이 지는 밤>은 무주라는 한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동선 즉 떠나오는 자와 떠나는 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판타지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각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준 작품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