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감독이 연출한 <리멤버>는 몇 년 전에 개봉했던 독일영화를 각색해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일명 프레디, 한필주(이성민)는 80살이 되어 일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비록 나이 차이는 엄청나지만 필주는 같이 일하는 제이슨, 인규(남주혁)와 절친입니다. 필주는 아내는 먼저 보내고 혼자가 되면서 더 늦기 전에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인규에게 운전을 부탁합니다.

필주는 성신그룹의 회장인 정백진을 살해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규는 병원 cctv에 찍혀 용의자로 오인 받게 되고 심지어 필주의 두 번째 살인을 목격합니다.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인규는 경찰서로 필주를 데려가지만 필주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필주의 남은 살인계획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데뷔작 <검사외전>으로 엄청난 흥행 스코어를 거두었던 이일형 감독의 신작입니다. 제작은 2년 전에 되었는데 코로나 시국 때문에 개봉이 늦춰졌습니다. 독일의 원작에선 아우슈비츠와 나치가 중요한 소재가 되는데 이것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일정강점기를 살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젊은 파트너까지 더해졌고요.

뛰어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것은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엄청 유쾌해보였던 예고편과는 달리 영화 본 편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꽤나 무거운 소재와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이후 세대가 알아야 할 바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좋은 주제에 반해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세련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인규에게도 그렇고 김치덕의 손녀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전이 엄청 많은 작품임과 동시에 상업영화로서의 매력도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이성민과 남주혁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성민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30살은 더 많은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물론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연기를 해내기엔 엄청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남주혁과의 케미스트리도 굉장히 좋은데요. 특히 전반부의 친한 친구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엔 할아버지, 손주와 같은 관계를 보여주는데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필주라는 한국 근대사를 통과하는 인물을 통해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몇 몇 부분의 아쉬운 연출이 없지 않았지만 훌륭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로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