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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출처 : https://blog.naver.com/rdgcwg/222965549554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메시가 결국은 '왕좌'에 않으면서 세간에 떠들썩했던 축구에 관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모양새입니다. 저역시 결승전을 지켜봤고 호날두 팬으로서 (아...이거 한국에서 비밀인데...) 메시의 경이로운 플레이에 감탄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우승과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더군요. 이번 축구 결승을 보면서 상당히 많이 들었던 해설 중 하나가 '영화도 이렇게 시나리오 쓰면 망합니다.'였는데 생각해보니 메시의 인생은 상당히 역화적으로도 해석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냥 재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1. 정통성의 후계자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떠돌이 순찰자(영화속에서는 '스트라이더'라고 표현한다)가 등장하죠. 허름한 마을에서 그지꼴을 하고 (근데 잘생겼어...젠장) 우연찮게 반지원정대를 돕는 것 같이 보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보면 그는 곤도르와 아르노르를 통합한 왕국의 왕이 되죠. 그런데 그 왕위를 계승하는 과정은 그가 단순히 호빗족과 함께 반지원정대에 참여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그가 왕위 계승의 적통적인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아라곤은 북왕국 아르노르의 왕손이자 이실두르의 마지막 남은 적통 후손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장자직계 원칙을 바탕으로 핏줄의 중요성을 강죠하죠.
축구에서 왕좌의 적통성을 따지면 단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왕권으로는 '펠레'와 '마라도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들의 왕좌를 노렸지만 최고라는 왕좌계승식은 2022 월드컵 이전에는 열리지 않은 상태였죠. 굳이 비슷하게 위협한 인물이라면 '지단'정도 였다고나 할까. 오히려 '지단'보다 비슷하거나 단기임팩트에만 머물렀던 '호나우두', '호나우딩요' 등과 같이 핏줄을 계승한 자들에게 많은 이목이 끌렸던 것도 사실이었죠. 그리고 정통 핏줄을 계승했며 왕좌에 오를 실력까지 겸비한 후계자가 드디어 등장하죠. 바로 '메시'입니다.
-축구 영화 추천 : https://blog.naver.com/rdgcwg/222105739978
2. 안티히어로 '디에고' 그리고 메시아 '메시'
메시의 선대격으로 일컬어지는 '디에고 마라도라'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적 면모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입니다. 그를 다룬 영화 '디에고'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삶을 조명합니다. 축구로서도 완벽한 실력이지만 마약과 폭행 성추문 등의 약점까지 삶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수긍하죠. 그렇지만 축구에서만큼은 진심인 그리고 약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고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며 국민들에게 히을 준, 심지어 '신의 손' 사건까지 신격화 될 (같은 행위를 한 수아레스가 얼마나 까였는지 비교해보면...) 정도의 '안티히어로'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메시'는 사실 왕좌에 오르기 위해 순차적 과정을 밟는 전형적인 왕위계승식을 따릅니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왕좌에 오를 자격을 위해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게 됩니다. 메시 역시 자신이 왕좌에 오를 자격을 증명해야 했죠. 정규리그에서는 이미 이룰 것이 없었고, 챔스리그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이어갔죠. 대표팀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쳤고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하는 등 부족할 것이 없었고 마지막 관문만이 남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도전을 향한 여정이 2022 카타르에서 펼쳐졌고 아마 이 글을 보시는 거의 모든 불들이 그 전설의 광경을 직접 목격하셨을 겁니다.
-아카데미에서 볼 수 없던 영화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2709114661
3. 라이벌은 섭정(서자)의 아들
반지의 제왕에 등장인물 중 '보르미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곤도르 왕국 섭정의 장남으로 비록 적통계승은 아니지만 왕국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진정 백성을 위한 사람임은 알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다만 결국은 인간의 욕망에 무너진 인물로 영화속에서는 비호감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죠. 앞서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쪽의 언어계열이라면 브라질은 포르투갈 언어계열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호날두가 포루투갈 국적이라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하지만 어쩜 이렇게 영화속 인물이랑 똑같은지 미운짓만 골라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망치고 있는 말년을 보내고 있는 호날두는 일종의 섭종과 같은 출신으로 보이네요. (에우제비오가 왕좌에 올랐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영화 '포드 앤 페라리'를 보면 라이벌 자동차사간의 경쟁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경쟁의 위치에 있지만 출발선상도 다르고 추구하고 있는 이념도 서로 다르죠. 결국 같은 것은 질주하는 레이싱 안에서 달아오르는 엔진의 굉음과 목적지라는 본질적인 목표라는 것입니다. 메시와 호날두도 사실은 태생도 스타일도 걸어온 길도 서로 다르면서 축구라는 하나의 판안에서 왕좌를 위한 치열한 싸움이 10여년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었죠. 분명한 것은 둘 다 상당한 기간동안 엎치락 뒤치락하며 축구계에서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영화로 나온다면 ? : https://blog.naver.com/rdgcwg/222639766009
4. 조럭자 '세얼간이' (feat 디마리아)
영화 속에서 조력자의 존재는 이루 말할 수 없죠. 배트맨에는 뒤에는 내조의 집사 알프레드, 옆에서 외조하는 로빈, 그리고 출가외인(?)고든경감까지 다양하지만 하나로 뭉쳐 일하죠. 특히 이들 조력자들은 배트맨과 신분도 다르고 심지어 정체도 모르면서까지도 하나의 사건을 위해 힘을 합합니다. 메시에게도 조력자가 있었죠. 순서를 바꿔 그토록 열망하던 월드컵 결승전까지 갔던 2014월드컵도 결국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2022년 결승에선 때이른 산타 '디마리아'가 등장해 깜짝 선물을 주면서 조력자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사실 메시의 조력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중원라인을 최고의 선수와 함께 한 팀에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가슴설레는 일이 아닐까 하네요. 바로 세얼간이라 불리던 사나이들,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입니다. 이들이 이뤄낸 업적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이 셋이 있던 바르셀로나에서 일곱 시즌동안 정규리그 우승 여섯번, 챔스 세번을 비롯해 무려 19관왕을 등극하고 심지어 메시없이 국대에서 월드컵 우승과 유로우승까지 휩쓸죠. 이 기간 메시는 중원의 힘을 받아 자유롭게 필드를 누볐고 기량이 만개하기에 이르렀죠.
-배트맨과 조커 : https://blog.naver.com/rdgcwg/221914845086
5. 승리없이 이루어낸 마지막 한조각 '월드컵 우승'
세기의 명작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결말을 남깁니다. 수 년동안 고통을 참아가며 인내하고 어떤 어려움도 막을 수 없던 주인공은 결국 반지를 파괴할 수 있는 운명의 산에 도착하죠. 이제 반지만 용암에 던지면 되는 상황. 하지만 반지운반자 프로도는 인간의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그 반지를 던질 수 없게되죠. 결국 절대반지가 파괴되는 것은 인간 스스로의 힘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는 영화적 해석은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골룸과 싸우다 반지를 낀 손가락이 잘려 나갔습니다.)
메시의 대관식은 생각보다 치열했습니다. 그가 왕좌에 오르기 위해 모자란 단 하나의 타이틀, 그의 마지막 월드컵, 상대방은 최고의 창을 가진 프랑스이자 같은 팀에서 사실상 에이스의 자리를 내준 신성 음바페였습니다. 전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시가 우승하고 왕좌에 오르는 그 마지막 여정인 결승전은 승리없이 이뤄졌다는 미결의 대관식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월드컵에서 본선 토너먼트전은 연장전까지 승부를 기록하지 못하면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더라도 무승부로 기록됩니다.) 어쩌면 이야말로 메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염원하는 모두의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영화적인 삶을 살았던 그다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네요.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야기 반지의 제왕 : https://blog.naver.com/rdgcwg/22150617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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