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뮤지컬 장르로 해석한 작품이자 무대 뮤지컬인 동명의 <영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안중근(정성화)은 아이들, 아내 그리고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고향에 두고 러시아로 떠납니다. 잠깐의 여행이라고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할지 대략 알고 있습니다. 안중근은 계획한 3년 안에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며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한편 민비의 시해사건을 바로 지켜봤던 상궁 설희(김고은)는 일본으로 넘어가 기생으로서 생활을 하며 이토 히로부미의 최측근이 됩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를 통해 하얼빈으로 이동하는 기차에서도 함께 할 정도로 이토 히로부미는 그녀를 맘에 들어 합니다. 하지만 설희는 자신의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도청과 모스 부호를 통해 정보를 다른 운동가들에게 전달합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김훈 작가의 <하얼빈>도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었는데요. 그 작품에선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하얼빈으로 넘어가는 여정과 동시에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동선을 교차로 보여주는 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얼빈>에선 저격 당시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지도 않고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덕순이라는 인물을 만나 하얼빈으로 향하는 두 청년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영웅>에서는 우덕순의 캐릭터가 유머적인 인물로 너무 소비 되는 것 같아 솔직히 좀 아쉽더라고요. <영웅>에선 <하얼빈>과 다르게 실제 있었던 감동적인 소재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와 아들에게 보낸 수의의 에피소드가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인물이 실존 인물인데 설희는 가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입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곁에선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이자 역시 독립운동가입니다. 이야기의 풍성함을 위해서 만들어낸 인물인데 영화 속에서 잘 섞여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결과적으론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진 않더라고요.

뮤지컬 <영웅>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비교해야될진 모르겠지만 뮤지컬 영화로서의 음악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상적인 넘버들도 여러 곡 있었고요. 설희의 테마도 인상적이었고 역시나 안중근이 마지막 부분에 부르는 넘버는 꽤 감동스러웠습니다. 다만 코러스를 대동한 좀 더 규모있는 연출이 좀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했습니다.

실패작 없이 쌍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어낸 윤제균 감독의 신작인 <영웅>은 솔직히 우려했던 연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작품이라 안타까웠습니다. 초반에 웃기고 후반에 울린다는 그의 연출 방식이 이번 작품에서도 보이고 있는데 이 소재의 과연 맞는 선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관객들이 선택할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