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 ★★☆
액션, 공포, SF, 스릴러 | 미국 | 95분 |
감독/ 드류 고다드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커트), 크리스튼 코놀리(데이나 포크), 안나 허치슨(줄리), 프란 크랜즈(마티 미칼스키)
1. 공포영화의 구성과 법칙 그대로
5명의 친구들이 영화를 여름 휴가를 즐기러 외딴 곳의 별장으로 떠납니다. 공포의 법칙답게 멤버 구성이 전형적입니다. 적당히 골빈 금발, 올바른 개념을 가진 처녀, 박학다식한 괴짜, 몸짱 남자. 틀에 박힌 평면적인 인물 구성에 다소 고개가 갸우뚱 해집니다. 그러더니 영화는 대놓고 여러 호러 영화의 규칙을 답습하고 심지어 베낀 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래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장면을 보고 제가 임의대로 연상되는 영화를 써봤습니다. 물론 연상되는 영화라고 해서 그 장면의 시초라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일반적인 호러 영화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면 될겁니다.
a. 외딴 별장으로 떠난다. 네비에도 잡히지 않는 그런 곳으로 - <데드캠프>, <이블데드>
b. 쓰러져가는 주유소와 험악한 표정의 주인 - <하우스 오브 왁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c. 별장 지하에서 소리가 나고 내려가 읽지 말아야할 주문서를 읽는다 - <이블데드>
(도구 중에 큐브도 있더군요. 역시 <헬레이져>가 생각났습니다)
d. 이윽고 밤이 되고 남녀는 으쓱한 산속에서 애정행각 - <13일의 금요일>·<할로윈>
(역시 섹스를 한 타락한 커플들은 죽습니다. 일반적인 호러법칙이고, <스크림>에서 언급이 되었죠)
e. 그리고 각종 실제 영화 속 살인마들의 등장
(물론 그 방은 영화 <큐브>)
이쯤 가니깐 이렇게 대놓고 베끼는 완전 병맛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
------------------------------------------------(후반부 스포일러)------------------------------------------------
2. 반전
영화가 후반부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치닫기 시작합니다. 사실 영화에 반전적이 요소가 약합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이미 여러 가지 외부인들의 모습을 비추기 때문에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대강이라도 예상했을 수 도 있었죠. 다만, “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할까?”에 의문을 가지며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이 마지막에 풀립니다. 지구 신(神)의 노여움을 달래주기 위해 매년 사람들의 젊은 피를 제물로 바쳐야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전 인류적”인 관점에서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반전이라기보다 “모든 공포 영화의 생성 원인”을 결정짓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제시합니다. 병맛의 영화가 결론을 지으면서 일단 모든 요소들이 해결이 되더군요.
어찌보면 <케빈 인 더 우드>는 마치 <트루먼 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루먼 쇼>는 한 인간의 모든 인생이 외부의 사람들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신(神)의 노여움을 달래주기 위해 젊은 이들의 희생은 불가피하고 전세계 곳곳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제껏 모든 공포 영화들은 실제로 제물로 바치기 위한 조작이었던 셈이 됩니다. 공포영화들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은 수많은 조작과 장치로써 “죽음의 방법을 선택당하게”되고, 선택된 죽음의 방법에 의해 차례로 죽게 되는 것입니다.
또는 <스크림>처럼 호러영화의 공식을 정리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리를 넘어 그 원인까지 밝히고 있는 어마어마한 결론입니다.
결론적으로 <케빈 인 더 우드>가 공포영화의 법칙을 따른 것이 아니고 ,
모든 공포 영화들이 <케빈 인 더 우드>처럼 이면에 조작과 조종에 의해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13일의 금요일>은 주인공들이 제이슨에 의해, <스크림>은 고스트 페이스에 의해
<링>은 사다코에 의해, <나이트매어>는 프레디에 의해, <아나콘다>는 아나콘다에 의해 모든 주인공들이 죽게끔 사전에 조작되고, 조종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공포 영화에서 백인 처녀가 끝까지 살아 남은 것 역시도 처녀들이 잘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처녀 한 명는 살아남아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안 죽도록 “살아 남긴 것”일 뿐
3. 재미
1. 전 세계가 제물을 위해 각국에서 공포영화의 그것처럼 여러 덫을 마련해놓고 서로 중계하며 자축과 좌절을 보이는 모습, 한 인간들의 죽음 앞에서 건배와 내기하는 모습 등이 씁쓸한 블랙코미디.
2. 엄청한 가설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고 대단한 발상임에 분명함에도 영화 그 자체의 재미와 흥미는 다소 떨어지는 영화라는점은 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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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river
반전결말
재밌더라구요